한국 생활수준, 윤석열 취임한 해에 한 단계 '뚝'
UNDP ‘인간개발지수’ 1998년 IMF 때처럼 하락
이듬해 2023년엔 국가별 순위 19위에서 20위로
1990~2023년 사이 1인당 GNI 3배 이상 증가
17위 미국 부유층 사망률 서유럽 빈곤층보다 높아
코로나 팬데믹 뒤 4년 간 세계 빈부격차 연속 확대
세계에서 생활수준이 가장 높은 나라는 어디일까?
유엔이 지난 6일에 발표한 인간개발지수(HDI, Human Development Index)에 따르면, 세계 거의 모든 곳에서 인간개발이 정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이 세계 193개국을 대상으로 기대 수명과 기대 교육, 개인소득 증가 추이를 조사해 순위별로 발표한 2023년 HDI는 국내총생산(GDP) 다음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개발지표 가운데 하나다.
한국 20위, 일본 23위, 구미 북유럽이 상위
이에 땨르면 최고개발치를 1로 잡았을 때의 지수 0.937을 기록한 한국은 20위, 일본은 23위(0.925), 중국은 78위(0.797)다. 최상위는 최근 2년째 1위를 차지했던 스위스(노르웨이와 공동 2위)를 제치고 1위가 된 아이슬란드 등 구미 국가들, 특히 북유럽 국가들이 차지했다.
코로나 팬데믹 뒤 세계 회복속도 가난할수록 느려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이 한창일 때, 병원은 환자들로 넘쳐나고 학교와 사무실은 문을 닫았으며, 경제가 마비됐다. 사람들은 그때 언제 그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물었으나, 5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의 전반적인 생활수준은 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회복은 더디며, 가난한 나라일수록 상황이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6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HDI는 코로나 팬데믹이 진행되던 2020년과 2021년에 떨어졌는데, 이는 1990년 HDI 발표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수치였다. 2022년에는 약간 회복됐으나, 2023년의 회복속도는 기록상 가장 느렸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아힘 슈타이너는 부유한 국가들의 성적이 당연히 좋다며, 부유국들의 97%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거나 그때 수준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빈곤국들 중에 그런 상태에 도달한 나라는 그들 중 60%도 되지 않았다.
17위 미국 부유층 사망률 서유럽 빈곤층보다 높아
1위 아이슬란드에서 태어난 아기는 82세 이상의 수명을 누리고, 18년 이상의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며, 1인당 평균소득(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7만 달러에 육박한다.
이 수치는 국가 내의 불평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유엔은 국가 내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수를 따로 발표한다.) 같은 국가라도 부유층과 빈곤층의 생활수준은 매우 다를 수 있다.
부유한 미국인들은 빈곤층보다 훨씬 더 오래 살지만, 돈이 전부는 아니다. 브라운대학 연구진이 지난 4월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HDI 국가별 순위에서 17위를 차지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계층의 사망률은 북유럽 및 서유럽의 가장 가난한 계층, 그리고 대부분의 동유럽 계층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이코노미스트>)
한국 기대수명 84.3년, 1인당 GNI 4만 9726달러
HDI 20위 한국의 기대수명은 84.3년, 기대할 수 있는 교육기간은 16.6년, 1인당 국민총소득(평균소득)은 4만 9726달러다. HDI 지수 자체는 2022년보다 0.006 올라간 0.937을 기록했으나 국가별 순위에서는 한 단계 내려갔다.
한국의 HDI는 1990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려왔으나, 외환위기(IMF사태)가 몰아친 1998년과 윤석열 씨가 대통령에 당선(3월)되고 취임(5월)한 2022년, 그 두 연도에만 전년도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에서 2023년 사이 한국의 HDI는 0.738에서 0.937로 27% 상승했다. 같은 기간에 한국의 기대수명은 13.33년, 평균 교육기간은 3.45년 늘었으며, 1인당 GNI는 약 210.5%(3배 이상) 늘었다.
23위의 일본은 기대수명이 84.7년, 기대할 수 있는 교육기간은 15.5년, 1인당 국민총소득은 4만 7775달러였으며, 78위 중국은 각각 78.0년, 15.5년, 2만 2029달러였다. 아시아 지역에서 상위권에 든 나라 또는 지역은 홍콩(8위), 싱가포르(영국과 공동 13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15위), 사우디아라비아(37위)이다.
서유럽 국가들 중에서 프랑스는 26위, 스페인은 28위, 이탈리아는 29위였으며, 이스라엘이 27위였다.
HDI 최하위권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최하위(193위)인 남수단(192위가 소말리아)의 기대수명은 57.6세이고, 가대할 수 있는 평균 교육기간은 5.6년이며, 1인당 국민총소득은 688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줄어들던 빈부격차 지난 4년 연속 확대
지난 수십년간 줄어들던 지수 상위권과 하위권 국가들 간의 격차는 최근 4년 연속으로 확대됐다. 세계 최빈국들은 정체되고 있으며, 2015년 이후 극빈층은 거의 줄지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공중보건 조사치들은 악화됐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저소득 국가의 경제성장률은 부유한 국가들보다 평균적으로 더디게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 정부의 원조예산 삭감은 저소득 국가들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HDI를 보면, 아랍 세계와 라틴 아메리카, 카리브해 지역 국가들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생활수준 회복 속도가 가장 더딘 것을 알 수 있다.
수십년 동안 세계는 2030년 전까지 평균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발전상태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오늘날의 이런 부진한 발전상태가 계속된다면, 그 목표에 도달하는 데 수십년의 세월이 더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을 HDI는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