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판, 대선 뒤로 연기…마지막 걸림돌 제거됐다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첫 공판 6월 18일로
서울고법 재판부 결단…"균등한 선거운동 보장"
"오로지 헌법‧법률 따라 독립해 공정하게 재판"
대법원 만행에 민주 탄핵 불사, 국민 저항 고조
법원 내부조차 비판 확산 등 종합적 고려한 듯
이재명 최대 고비 넘겨…이대로면 대통령 당선
민주, '당선시 재판 정지' 법사위에서 미리 의결
14일 조희대 청문회 등 '사법 내란' 응징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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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오는 6월 18일로 전격 연기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 박주영 송미경)는 7일 낮 12시쯤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후인 6월 18일 오전 10시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어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법원 내‧외부의 어떠한 영향이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하여 공정하게 재판한다는 자세를 견지해 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심에서 무죄 판결이 난 이재명 후보 사건을 대법원이 6‧3 대선을 코앞에 두고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이후 민주당 측에서 탄핵 추진을 불사하며 거세게 반발함은 물론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광범위한 저항의 목소리가 고조되자 재판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자칫 사법부에 대한 근본적 불신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주도한 전대미문의 위헌‧위법적 졸속 심리를 두고 법원 내부에서조차 "대선 개입"이라며 비판 목소리가 심상치 않게 확산되고 있는 점 등 안팎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이재명 후보 측 변호인단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고법에 공판기일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다. '후보자의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한 헌법 제116조와 '대선 후보자의 선거운동 기간 중 체포·구속 금지'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11조를 사유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은 신청서에서 15일로 지정한 공판기일을 대통령 선거일인 6월 3일 이후로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원하는 기일을 따로 특정해서 기재하지는 않았는데, 재판부는 연기 신청을 즉각 수용하면서 대선일로부터 2주 뒤로 여유를 두고 기일을 재지정했다.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윤호중 총괄본부장은 지난 5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조희대 사법부는 앞으로 6월 3일 선거전까지 선거 당사자인 후보를 5번이나 재판에 불러 앉힐 것이라고 한다. 선거 개입을 넘어 사법부에 의한 사실상의 선거 방해"라며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의 등록이 완료되고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5월 12일 이전까지 선거운동 기간 중 잡혀있는 공판기일을 모두 대선 이후로 변경하기 바란다"고 공개 촉구한 바 있다.
이 후보는 대선 때까지 5월 13일(대장동‧백현동 사건 1심), 15일(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20일(위증교사 사건 2심), 27일(대장동‧백현동 사건 1심), 6월 3일(위증교사 사건 2심) 등 무려 5건의 재판이 잡혀 있는 처지였다. 그러나 피선거권 박탈의 명운이 걸려 있던 15일 파기환송심이 대선 뒤로 연기되면서 최대 고비를 넘겼고 현재 여론 추이라면 대통령 당선에는 아무 지장이 없게 됐다. 마지막 장애물이 제거된 셈이다.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도 이 후보의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다음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6월 24일로 연기했다.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을 포함해 정치검찰이 기소한 이 후보 관련 형사재판은 일제히 중단될 전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재임 기간 동안 정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이를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에 의해 단독으로 처리됐다.
김용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피고인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때에는 법원은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결정으로 공판 절차를 정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형사소송법 제306조 6항에 신설했다. 헌법 84조는 이미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재판은 당연히 중단된다는 게 학계의 압도적 다수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희대 대법원이 "내란·외환 이외의 죄로 이미 기소돼 재판받던 중 사후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경우엔 형사재판을 계속 진행할 수 있다"며 확정판결을 밀어붙일 수 있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에 관련 조항을 명확하게 조문화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교육부 장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피해 개정안을 새 정부 출범 직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의 표적 수사 및 정략적 기소로 진행되던 각종 재판에 더 이상 구애받지 않고 국정 운영에 안정적으로 임할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을 갖추게 된다.
민주당은 아울러 이날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구성 요건 중 '행위'라는 용어를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도 단독 처리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250조 1항은 후보자가 선거 당선을 목적으로 연설·방송·통신 등의 방법으로 출생지·가족관계·직업·경력·재산·행위 등에 관해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행안위원장인 신정훈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이러한 허위사실 공표의 요건 가운데 '행위'를 제외했다.
이는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에서 소위 '골프 발언' 및 '백현동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 구성 요건 중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무리하게 해석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데 따른 대응책이다. 민주당은 '행위'라는 요건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검사와 법관이 유무죄를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실제 그런 문제점이 이번에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되면 이 후보는 면소(법 조항 폐지로 처벌할 수 없음) 판결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대통령 임기를 마친 뒤에도 재판받을 염려가 사라지는 것이다.
민주당은 파기환송심 재판 연기에 곧장 환영 입장을 밝혔다. 조승래 중앙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당연한 결정이다. 공정 선거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갖춰졌다"며 "이제라도 법원이 국민 주권의 원칙과 상식에 맞는 판단을 내린 것은 다행"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공직선거법 재판 외에도 여러 사건의 재판 기일이 잡혀 있다. 나머지 재판 역시 연기하는 것이 순리에 맞다"면서 "앞으로도 국민 주권 구현에 방해가 되는 요소는 없어야 할 것이다. 사법부가 국민의 참정권을 제약하려 한다는 논란 위에서 하루빨리 내려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 기득권 카르텔에 맞서 국회 법사위에서 맹활약해온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연하지만 잘한 결정이다. 법원은 대선에서 손 떼라"고 했고, '사법쿠데타 대법관 탄핵'을 앞장서 주창했던 정진욱 의원은 "국민의 저항, 법원 내 양심적 판사의 목소리, 민주당 지도부 전략의 승리"라며 "사법쿠데타 주범 조희대는 사퇴하라. 대법원의 '한덕수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는 실패했다"고 전했다.
이 후보의 재판은 극적으로 연기됐지만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의 '사법 내란' 진상을 끝까지 규명하고 철저히 단죄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법사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에서 오는 14일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 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의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을 의결했다. 역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강력 반발하며 퇴장했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만 참석해 안건을 통과시켰다. 채택된 증인 명단에는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심리한 대법관 12명이 전원 포함됐다. 민주당은 다만 조희대 원장과 대법관들 탄핵 여부는 재판 연기에 따라 시간을 두고 검토하기로 했다.
조국혁신당은 조희대 원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혁신당 윤석열·김건희 공동정권 청산 특별위원회(끝까지 판다 위원회)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법 내란 사태의 주범, 조희대 대법원장을 법대가 아닌 피고인 석에 세우겠다"며 "동조한 대법관들에게도 법과 원칙을 어기고 사법부의 신뢰를 무너뜨린 주범으로서의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사법부를 향해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즉각 소집해 현 사태에 대해 진단하고,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권고를 포함해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