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수괴 윤석열이 임명한 대법원장의 ‘급변침’

대법원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 사법개혁의 중요 과제

2025-04-24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천신만고 끝에 내란수괴 윤석열의 난동을 진압했다. 그리고 간신히 대선 국면으로 돌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돌발 변수가 다시 출현했다. 대법원의 최근 움직임이 바로 그것이다. 대법원이 느닷없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의 선거법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면서 대선 선거일 이전 선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윤석열의 내란 사태에 대해 공식 언급은 거의 없었다. 3권 분립의 한 주체로서 최소한의 존재도 보이지 않을 정도다. 계엄이 선포된 12월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직후와 4일 새벽 대법원장 주재 회의에서 대법원은 대외적으로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비상계엄 해제 발표된 뒤에서야 비로소 “계엄이 해제돼 안도한다. 사법부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을 뿐이다.

이러한 대법원의 ‘애매모호한’ 태도에 대해 “대법원은 실질적 요건 등이 결여한 위헌, 위법의 무효한 계엄선포를 알 수 있었음에도 국민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 기관으로서 비상계엄에 협조하지 않을 의지를 밝히기는커녕 오히려 비상계엄 후속 조치를 논의해 협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현직 부장 판사의 통렬한 비판까지 나왔다. 더구나 대법원은 내란수괴 윤석열을 구속 취소한 이래 공판 과정에서도 온갖 특혜를 제공함으로써 국민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지귀연 판사에 대하여 지휘감독의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징계를 포함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수수방관할 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12.8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그러던 대법원이 느닷없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선거법 사건에 대해 속도를 내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지 않은 일로서 누가 봐도 ‘정치적’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사실 대법원은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대단히 ‘정치적’이다. 일찍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기 대법원과 그 직속기관 법원행정처는 일본제철 강제징용 소송을 둘러싸고 박근혜 정부와 재판거래를 한 것을 비롯해, 민간인을 사찰하고 비자금을 불법 유용했으며, 대필 기사를 작성해 특정 언론사에 제공함으로써 여론농단까지 벌였다. <조선일보>에 상고법원 홍보를 위한 설문조사와 좌담회, 특집기사 등의 게재를 주문하면서 그 대가로 10억 원에 가까운 법원 예산 일부를 광고비로 지급하기로 계획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국회에 대한 로비와 압박이 두드러졌다. 양승태 대법원은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압박하기 위하여 ‘강온 양면의 로비’를 검토하고 의원들 지역구 현안을 거래 대상으로 삼은 정황이 밝혀졌다. 당시 드러난 ‘제20대 국회의원 분석’ 문건에는 의원들의 지인 법조인, 주요 이력, 평판, 사법부에 대한 인식까지 모두 정리되어 있었다.

박정희 유신 때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대통령이 임명, 정치권력이 사법부 통제

대법원의 최근 ‘급변침’은 대법원장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사법부에서 대법원장의 권한은 지나치게 비대하다. 헌법 제104조는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며,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선 합의기관의 구성원으로서 대등한 지위에 있어야 할 대법관의 임명에 이렇듯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하위에 두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즉,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서열화함으로써 합의기관이어야 할 대법원의 재판부가 법관으로서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나라는 없다. ‘유신 잔재’다. 박정희의 유신헌법에 의하여 기존의 법관추천위원회가 폐지되고 대통령이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임명하도록 바뀌었다. 그로 인해 사법부의 조직 자체을 정치권력이 통제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헌법 제104조는 대법원의 대법관을 정치권력의 의중에 따라 구성함으로써 사법독립을 해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해온 독소 조항으로서 향후 헌법 개정 시 가장 시급한 개정 사항이다. 더구나 ‘제청(提請)’이라는 용어는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의 조항처럼 하부 기관이 상부 기관에게 ‘올려’ 요청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3권 분립의 취지에 전혀 부합되지 않으며,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의 사례 중의 하나다.

또한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제청권에 의하여 대법원장이 고등법원장 이하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미래 운명을 좌우할 수 있게 된다. 대법관이 되고 싶은 고등법원장 이하의 판사들은 대법원장의 지시에 사실상 절대 복종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법원 관료화의 초석으로 작동한다.

독일의 경우, 기본법 제95조 제2항에 의하여 연방최고법원으로서 연방(통상)대법원, 연방행정법원, 연방재정법원, 연방노동법원 및 연방사회법원의 법관 임명은 각 관장 분야에 해당되는 연방장관이 법관선출위원회와 공동으로 결정한다. 법관선출위원회는 16개주(州) 법무부장관 및 그와 같은 숫자로 연방하원이 선출한 위원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렇게 자유롭게 임명된 최고법원의 구성원들은 재판에서도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이 모든 법원과 법관을 통제, 사법독립이 근본적으로 불가능

우리나라 법원조직법에 의하면 사법행정사무는 대법원장이 총괄한다. 법원조직법 제41조 이하에서는 법관의 임명, 판사의 연임, 보직, 근무성적의 평정, 파견근무, 휴직, 겸임 등에 관한 권한 행사를 모두 대법원장이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구나 대법원장이 대법관에 대한 임명제청권도 갖고 있기 때문에 법원 전체의 법관 인사에 관한 사항을 독점하고 있다. 반면, 대법원장의 권한 행사에 대한 견제 수단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독일의 경우, 각급 법원의 사법행정 내지 법원행정은 당해 법원장의 책임하에 있다. 연방최고법원 법원장은 각 연방최고법원의 사법행정 권한만 행사할 뿐 각급 법원에 대한 사법행정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우리 대법원장은 법적으로나 실체적으로나 모든 법원과 모든 법관을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 대법관은 자신의 인사를 좌우하는 대법원장과, 대법원장은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과의 관계 속에서 알아서 기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하여 사법의 독립은 내면적으로 붕괴된다. 현 대법원장은 내란수괴 윤석열이 임명한 이다.

대법원장의 권한은 민주적으로 통제되어야 한다. 유신 잔재를 청산하고 진정한 사법독립을 실현하는 것은 사법개혁의 중요한 과제이다. 사법개혁 없이는 민주주의 전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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