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체 핵무장론의 허점…핵실험 대체 어디서 하나

프랑스·영국 본토 내 핵실험 한 번도 안해

북한의 풍계리 6차례 핵실험도 매우 위험

경주 중저준위 폐기장 건설도 큰 진통 겪어

대대로 살아갈 국토에 위험한 주장 삼가야

2025-04-20     강홍석 시민기자·이론화학자
1945년 7월 16일 미국 뉴멕시코주 앨라모고도 인근에서 실시된 트리니티 핵실험 장면.  미국 최초이자 세계 최초의 핵실험이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미국이 고립주의적 성격을 굳히자, 우리나라 일각에선 자체 핵무장론이 고개를 들고 정치인들까지 가세하여 소리 높이고 있다. 지난 4월 7일 시민언론 민들레에는 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의 <'핵무장론'에 대한 상식적인 의문>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핵무기를 보유하자는 주장에 대해 여러 측면의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다.

이원영 소장의 여러 의견 중 '핵무기를 완성하자면 핵실험이 필연적'이라는 데 동의한다. 글 말미에 전문가의 의견을 기다린다고 한 데 대한 응답으로 핵실험 부분에 대한 견해만을 집중적으로 밝히고자 한다. 핵무장론 그 자체에 대해서는 특별히 정치적 의견을 말하고 싶지 않다. 단지, 핵실험이 필연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환경적 위험'을 초래할 것이란 사실만은 경고해야겠다.

핵무기를 만드는 기술이 있다면 어떻게든 핵무기를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 핵무기가 작동하는지 안 하는지 실험을 안 할 것인가? 내가 아는 한 어느 핵보유국도 실험을 한 번도 안 한 나라는 없다. 아니, 실험이 더 이상 필요없다고 확신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핵폭발의 결과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얻을 때까지 계속 핵실험을 했다.

 

프랑스 6차 핵실험. 2000.7.14. 연합뉴스 자료사진

2차대전 후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한 프랑스의 경우를 보자. 프랑스는 1960년부터 1996년까지 무려 210회에 걸쳐 핵실험을 실시했다. 1960년부터 1966년 사이에는 알제리 사막에서 지상 및 지하 핵실험을 17번 실시했는데, 그 사이인 1962년에 알제리 독립 전쟁이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혁명의 나라 프랑스가 8년간에 걸쳐 알제리 독립을 좌절시키려 했던 이유가 핵실험 때문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후 1966년부터 1996년까지는 남태평양의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지상 및 지하 핵실험을 총 193회나 실시했다. 1996년 마지막 핵실험을 하고나서야 프랑스는 핵실험금지조약 (CBCT : Comprehensive Nuclear test Ban Treaty)에 가입하고, 이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전환해 핵무기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프랑스는 1968년 전후에 원자폭탄보다 훨씬 더 파괴력이 큰 2.6메가 톤급 이상의 수소 폭탄 실험을 12회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정부는 실험 실시 전에 인근 주민들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켜 실험의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주장하지만, 근처 폴리네시아 주민들에게는 암, 유전자 변이, 갑상선 질환 등이 발생했다. 여기서 말하는 '근처'가 우리나라처럼 좁은 국토에서도 근처에 해당하는지는 알 수 없다. 이 핵실험에 대한 주민들의 지속적인 항의 결과, 2016년에서야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은 핵실험의 피해를 인정하고 보상을 약속했다.

총 210회의 실험이 프랑스 본토에서는 단 한번도 실시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무엇을 말하는가? 영국도 마찬가지이다. 1951년부터 1991년까지 총 45회의 핵실험을 실시했으며, 미국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핵실험은 호주의 섬이나 사막, 그리고 미국의 네바다 사막에서 실시했지, 영국 본토에서 실시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1996년 마지막 핵실험을 마친 후 영국도 핵실험금지 조약에 가입했다.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이 완전히 폐기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2018.5.25. 연합뉴스

보다 가까이 북한의 경우를 보자. 2006년 이래 2017년까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총 6회의 핵실험을 실시했고, 현재 7차 핵실험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실험은 위력이 140~250킬로톤으로서 수소폭탄의 하한선에 도달했고, 스스로 수소폭탄이라 주장하는 것으로 보아 북한의 목표가 수소폭탄임은 분명하다. 일본의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의 위력이 약 21킬로톤이라니, 북한 핵무기의 현재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수소폭탄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5개국이다. 그러면 전형적인 수소폭탄의 위력에 도달하지 못한 북한이 여기서 핵실험을 그만둘까? 이런 점을 감안하면 핵무기 보유를 주장하는 우리 정치인과 일부 과학자들도 마찬가지로 수소폭탄 개발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혹자는 실험 대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필자는 다음의 질문을 통해 이런 주장에 대한 핵공학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는다. 우리가 193회나 실험을 실시한 프랑스만큼 핵폭발 과정과 결과에 대해 정확하고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는가? 마찬가지로, 미국을 비롯한 다른 보유국만큼 또한 그러한가? 핵폭발의 성능은 핵원료의 성분과 상대적 비율에 따라서도 크게 다를 수 있을 것이므로, 최고의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런 점들까지도 최적화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론화학자인 나는 핵반응의 매우 복잡한 연쇄 과정들의 화학을 단지 시뮬레이션만으로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의하기 어렵다. 비슷할지 모르지만 예를 들면, 배터리의 화학도 생각보다 복잡해서 이론적 연구뿐 아니라 많은 실험적 연구에도 불구하고 열폭주 현상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에선 어디서 핵실험을 할 것인가? 서울에서 실시할 것인가? 국토가 매우 좁고 인구 밀도가 높은 우리는 핵실험을 수행할 장소가 어디에 있는가? 북한을 예로 들어 보자. 풍계리 지하 핵실험장은 극심하게 오염됐다고 추정할 수 밖에 없다. 그들에겐 환경 문제에 많은 돈을 투여한다는 것은 생각해 본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떠들 수 없어서 그렇지, 북한 주민들은 피폭돼서 대대로 큰 피해를 겪을 것이다. 핵실험의 영향으로 백두산이 분화하면 우리에게도 그야말로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의 인구 밀도는 북한의 2배나 된다.

지난 2003년 7월 24일 산업자원부가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방폐장)을 전북 부안군 위도면에 설치하기로 확정했으나 부안군 주민들이 방폐장 건설을 반대했다. 2004년 2월 14일 부안 군민 찬반 투표가 실시됐고, 91%의 압도적 반대로 그 해에 결국 백지화됐다. 이 사태를 거울 삼아, 사용후 핵연료봉은 원자력 발전소의 임시저장 시설에 보관하고, 중저준위 폐기물만을 경상북도 경주에 저장하는 방폐장을 건설해 지난 2015년 3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환경 문제에 있어 사용후 원자력 발전소의 중저준위 폐기물과 핵폭탄 폐기물이 서로 비교나 할 수 있는 일인가? 플루토늄-239를 이용하는 핵폭탄은 폭발 후 요오드-131, 세슘-137, 스톤듐-90, 크립톤-85 및 잔여 플루토늄-239 등이 급격히 퍼지고 생태계에 축적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핵실험 할만한 곳이 어디 있을까? 좁은 우리 국토를 이루는 토양과 그 사이를 흐르는 강, 그리고 그 강물이 모인 댐을 오염시키지 않고 핵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을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런 물음들에 대한 확실한 답을 얻기 전에는 정치인들이 아무쪼록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 곧 있을 대통령 선거 후 들어설 새 정부도 이 문제를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 국토는 우리의 것만이 아니다. 대대손손 살아갈 우리 후손의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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