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홍준표, 명태균 통해 김종인 만나 복당 논의"
여론조사비용 대납 의혹 최용휘, 지난해 검찰에 진술
홍준표 "최용휘 측근 아니고 캠프에 온 일 없다"는데
최용휘 "홍 비서실장에게 여론조사 보고" 검찰 진술
최용휘 지인 "대구에 청탁할 일 있으면 최용휘 찾아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시장직을 사퇴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과거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한 의혹을 받는 최용휘 전 대구시 서울협력본부 대외협력팀장이 검찰 조사에서 "홍준표 국민의힘 복당을 논의하기 위해 2021년 2월 명태균을 만났고 이후 명태균의 도움으로 김종인(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관련 논의를 했다"고 진술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최 전 팀장은 "명태균이 김 전 위원장에게 나를 소개할 때 '홍준표의 양아들'이라고 소개해 그러지 말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홍 전 시장은 여전히 "최용휘·명태균은 내 측근이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최 전 팀장의 여러 행적과 검찰 조사 내용은 이에 배치된다.
최용휘 "명태균 통해 김종인 만났고 이후 이준석도 만나"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이 검찰과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는 이들을 상대로 14일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최 전 팀장은 지난해 11월 24일 창원지검에 출석해 "2021년 2월 지인으로부터 명태균이 김종인과 친하다고 해서, 명태균을 연락해 만났고 홍준표의 복당 이야기를 하였다"고 진술했다. 최 전 팀장은 이어 "명태균의 소개로 김종인의 광화문 사무실에서 김종인을 만났고, 명태균이 나를 '홍준표 양아들'이라고 소개해 그러지 말라고 했다. 명태균이 정말 당내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 친하게 지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최 전 팀장은 실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아들 홍정석씨와 오랜 친구 관계이다.
최 전 팀장의 검찰 진술 내용을 종합 분석하면, 그가 명태균을 만난 이유는 오직 '복당 문제 등 홍준표가 겪고 있는 정치적 문제 해결' 등에 맞춰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명태균을 처음 만난 경위에 대해서 최 전 팀장은 "2020년 전주에서 사업하는 최OO이라는 사람이 명태균은 아이디어가 많고 홍준표 시장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명태균을 만났다"고 진술했다. 홍 전 시장의 주장처럼 "별 관계가 없는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에는 최 씨의 활동은 지나치게 적극적이었다.
최 전 팀장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가 벌어지던 2021년 6월 초 이준석 의원을 만나기까지 했다. 최 전 팀장은 "명태균의 소개로 이준석을 대구의 한 커피숍에서 5분 가량 만나 대화를 나눴다. 이준석이 대구 국채보상운동 공원에서 북콘서트를 했고, 그 이후 만났다. 그냥 여러 사람들이 서서 만나는 그런 자리가 아니라, 자리에 앉아서 대화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고 진술했다. 이후 이 의원은 국민의힘 당대표가 되자마자 홍 전 시장의 국민의힘 복당을 승인했다.
측근도 아닌데? 최용휘 "여론조사, 홍준표 비서실장에게 보고"
2021년 10월 국민의힘에서 당원 명부를 확보하고 명태균 여론조사 업체에서 홍준표 관련 여론조사를 시행한 뒤 최 전 팀장이 손성호 대구시 비서실장에게 보고한 사실도 처음 확인됐다. 최 전 팀장은 검찰에서 "손성호 비서실장을 통해서 홍준표 의원이 대선 경선을 준비하던 시기에 개인적으로 명태균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사실이 있다고 보고하였다"고 진술했다.
이러한 진술 내용은 홍 전 시장의 그간 해명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홍 전 시장은 지난해 12월 3일 페이스북에 "최용휘는 내 측근도 아니고 우리 캠프 근처에도 온 일이 없으며 우리 하고는 아무런 관계 없는 명태균 측근일 뿐 (중략) 우리는 그 여론조사를 구경도 하지 못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최 전 팀장은 "손 실장에게 당원 명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내 정치적 선택으로 필요해서 여론조사 의뢰한 것일 뿐, 홍준표 캠프에서 부탁한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홍준표 캠프에서 대구시장 비서실장에게 직보가 가능한 수준으로 활동했던 것 자체가 "최용휘는 캠프 근처에도 온 일이 없다"는 홍 전 시장 해명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당시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최용휘 씨가 4000만 원이나 들여 홍 전 시장 관련 여론조사를 벌이고, 김종인·이준석 같은 국민의힘 핵심인사 등을 두루 만나고 다닌 것을 그저 평범한 개인의 행보로 볼 수 없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또 검찰은 최 전 팀장이 2023년 1월 2일 여론조사 비용을 논의하면서 강혜경 씨에게 "난 돈 낼 마음이 1(일)도 없고 뭘 하라는 건지 모르겠는데"라고 말한 통화 녹취록과 강 씨가 여론조사 관련 홍 전 시장의 의중을 확인하기 위해 최 전 팀장에게 전화하여 물어보는 녹취록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용휘 지인 "대구시에 청탁할 일 있으면 최용휘 찾아가"
<워치독>의 취재에 응한 최 전 팀장의 오랜 지인은 "최용휘가 명태균과 홍준표 복당 문제를 논의할 때 나도 들었다. 최용휘는 홍준표 아들 홍정석과 뭐든 상의해서 하는 일이고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여러차례 설명했다. 대구시에 무언가 청탁할 일이 있으면 최용휘를 찾아갈 정도로 홍준표 전 시장 측근인 것은 정가에서는 다 아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홍 전 시장은 추가 해명을 듣기 위한 <워치독>의 질문에 지난 3일 "모두 찌라시 기자들이라서 상대 안 합니다. 서울경찰청에 고소했고 곧 민사청구도 합니다. 찌라시 전화라서 차단합니다"라고 밝혔다. 최용휘 씨의 오랜 친구인 홍 전 시장의 아들 홍정석 씨는 <워치독>이 지난달 전화를 걸자 하루 만에 전화번호를 바꾼 뒤 모든 취재 접근을 차단했다.
허재현·김성진·조하준·김시몬 워치독 기자 watchdog@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