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가 만든 '군인 의전예우 지침' 폐지해야

군의 문민통제 강화를 위한 제언 ②

의전서열 2단계 올려 민간 공무원보다 우대

내란 동참한 육참총장 해임 못하는 모순 발생

미국은 국방서열 1~10위 중 현역은 단 한 명

서열 문민화로 문민통제 우위 원칙 확립해야

2025-04-10     무명소졸 시민기자

지난 두 편의 기사 <내란 공범에 육사 출신이 많은 이유를 아십니까>, <쿠데타 재발 막으려면 군인 헌법 교육 강화해야>에서는 특정 출신에 의해 지휘구조가 독점되어 쿠데타에 취약한 현실과, 법규에 의거하여 부당한 명령에 저항할 수 있는 깨어있는 군인을 양성하기 위한 헌법교육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12. 12 쿠데타 이후 만들어진 잔재 청산과 국방서열 문민화를 다룹니다.

쿠데타 이후 보안사에서 기념촬영하는 신군부 세력. 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전두환. ⓒ연합뉴스

신군부의 잔재 '군인에 대한 의전 예우 지침'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

1979년 12.12쿠데타 이후 신군부는 1980년 7월 29일 국무총리훈령 제157호로 <군인에 대한 의전 예우 지침>을 공포하고, 군인 예우를 기존 의전서열보다 2단계 상향하였습니다. 현재 이 지침이 실제 현장에서 엄격하게 적용되지는 않지만, 기존에는 대장이 1급 관리관에 상응하던 것을 이 예우 지침에서는 대장을 장관급, 중장을 차관, 소장을 준차관, 준장을 1급으로 올렸습니다. 또한 대령은 2급, 중령은 3급, 소령은 4급, 대위는 5급 사무관에 상당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국방부의 내부 업무분장은 중령이 5급, 대령이 4급과 파트너로 하는 경우가 많고 현실적으로 많은 군인들도 이런 점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한편 박근혜 정부까지는 장교의 계급을 위관급, 영관급, 장관급이라고 하여 준장부터 '장관급 장교'라고 호칭하였으나 문재인 정부에서는 용어가 혼동될 수 있다는 이유로 '장성급 장교'로 개정되었습니다. (개정안 통과는 2017년 3월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 이뤄졌습니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왼쪽부터), 김관진 국방부 장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안보장관회의 시작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3.6.10. 연합뉴스

참여정부 시기였던 2005년 이 훈령을 폐지하고 대장 예우를 1급으로 했으나, 군의 반대로 시행하지 못했습니다. 여담이지만 2005년의 육군참모총장은 남재준, 김장수가 역임했으며 그해 3월, 4월, 10월 총 3회에 걸친 장군 인사에서 육사 출신의 준장 진급률이 80%가량이나 됐습니다. 참여정부 당시의 군 관련 보도들을 시간 순으로 살펴보겠습니다. 2003년에는 육군사관학교 38기(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포함된 기수)부터 41기생들이 인사 적체로 진급이 매우 늦다는 내용으로 남재준 당시 육군참모총장에게 집단 투서를 한 사건이 있었고, 2004년에는 군 인사 개혁에 반발해 정중부 무신정변을 언급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남재준 본인은 이를 부정했지만, 당시 보도가 남아 있으므로 사실 전달 차원에서 양 측의 주장을 기록합니다) 2005년 군 인사에 대해서는 유독 군 인사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많았던 해이기도 합니다.

군인들은 조직 특성상 충분한 시민사회 경험을 하기 전 이른 나이에 입대해 상명하복을 교육받고 체화(體化)하며 임관합니다. 군 조직은 비상시를 대비한 조직이며, 수행해야 하는 임무가 힘들고 위험하므로, 타 직군 대비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며 계급과 직책에 대한 존중을 강하게 교육받습니다. 이런 점에 어느 정도 공감하거나 매료되어 입대하는 자원들도 일정 비율을 차지하므로 공명심과 인정욕구가 강한 집단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호봉을 정하기 위해 적용되는 공무원 경력의 상당계급 기준표에서는 대위가 5급에 해당하지만, 국방부 내에서 근무평정을 부여하는 계급을 기준으로 하면 대령과 4급 공무원이 동일하게 평가받습니다. 그에 따르면 중령이 5급, 소령이 6급, 대위는 7급 정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맞을 것이나 현재로서는 일반직공무원과 특정직공무원 간의 상하에 대한 명확한 관련 법규가 부재한 상태입니다. 그러니 군인들은 5공 시절의 의전 예우 지침을 의식하면서 일반직 공무원들을 대할 소지가 있습니다. 문민통제 우위의 원칙을 확립하기 위해서라도 계급의식이 강한 군인들의 심리를 고려하여 해당 지침을 폐지하고, 추가로 미국 등의 사례를 참조하여 국방서열을 조정해야 할 것입니다.

국방서열 문민화의 필요성 : 쿠데타 관련자가 아직 현직인 이유

2019년 기준 미국의 국방서열을 보면, 1~4위와 6~11위는 문민 출신이고 5위(합참의장)와 12~15위는 군인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서열은 국방장관→부장관→경영차관(CMO)→각군장관→합참의장→연구개발차관→획득유지차관→정책차관→감사/예산차관→인력차관→정보차관→합참부의장→각군총장(해병대사령관+주방위군 총장 동급)→미 해안경비대사령관→통합군사령관 순입니다.

단순한 의전서열의 문제가 아닙니다. 문민화되지 않은 국방서열로 인해 우리는 현실적인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지난 12.3쿠데타 당시 계엄사령관으로 지정되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육사 46기)이 김선호 국방차관(육사 43기)보다 국방서열 상으로 선임입니다. 따라서 쿠데타에 동참한 육군참모총장을 보직해임하지 못하 기소휴직 처분을 내린 상태입니다. 기소휴직으로 인해 급여의 50%를 지급하고 있으며, 육군참모총장 현직 신분을 유지한 상태로 재판에 임한다는 뜻입니다.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오른쪽)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 김선호 국방차관. 2025.1.14. 연합뉴스

추가로 설명하자면 군인사법 시행령 제17조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3명 이상 7명 이하의 위원으로 보직해임 심의위원회를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위원은 보직해임 심의 대상자보다 상급자 또는 선임자 중에서 보직해임 심의위원회가 설치된 기관 또는 부대의 장의 임명'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참모총장보다 상급자가 최소 3명 이상 있어야 보직해임 심의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으며, 예외 조항으로 법무장교를 위원 중 하나로 임명하면 상급자가 아니라도 괜찮다는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참모총장보다 선임자가 최소 2명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국방부에서 참모총장보다 선임인 인원은 국방부장관, 모든 군인 중 최선임자인 합참의장(군인사법 제18조)입니다. 게다가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육사 38기)은 쿠데타에 연루되어 현재 탄핵된 상태이고, 보직해임 심의의 승인권자인데 동시에 심의위원을 맡는 것도 부적절합니다.

용병술 체계를 배웠으면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군사학에는 용병술 체계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미군은은 1980년대에 군사전략 - 작전술 - 전술 순으로 체계를 나누었고, 우리군 역시 해당 교리를 반영하여 교육하고 있습니다. 제가 군생활을 하던 시기에도 '교육참고'로 관련 내용이 도입되어 책을 읽으며 공부한 적이 있었습니다. 작전술 분야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기도 하나 전략의 하위 개념으로서의 전술, 전술의 상위 개념으로서의 전략에 대해서는 다들 부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가전략의 하위에 안보전략이 있고, 안보전략의 하위에 군사전략이 있고, 군사전략의 하위에 작전술이 있고, 작전술의 하위에 전술이 있어야 합니다. 전술이 작전술의 한계를 넘을 수 없고, 군사전략이 국가전략을 범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이 처절하게 실패한 사례가 군인들이 총칼 들고 정치인을 살해하고, 자신들의 진급을 위해 국가전략과 상관없이 전쟁을 일으켜 기어이 나라를 패망시킨 구 일본군이었습니다.

손자병법 2편 <작전>의 주요 내용은 전쟁을 시작하면 들어가는 국력의 소모가 매우 크고, 그때 다른 제후들이 일어나면 폐해가 매우 크니 전쟁은 졸속하더라도 빠르게 끝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손자병법 3편 <모공>에서는 적의 전략목표 달성을 저지하고, 외교를 끊고, 병력을 치고, 적의 방어요새를 공격하는 순서로 현명한 전략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백전백승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전략적 승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 육군의 목표도 전쟁을 억제하는 것이 우선이고,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지상전에서 승리하는 것이 차선입니다. 2007년에 개정된 육군목표의 첫 번째는 전쟁 억제에 기여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지상전에서 승리하는 것입니다(세 번째는 국민 편익을 지원, 네 번째는 정예강군을 육성). 다시 강조드리지만 우리 육군의 목표 첫 번째는 전쟁 억제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민주당 정부는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9. 19. 군사합의를 했습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이 합의를 파기하고, 쿠데타를 일으키고, 북한에 드론을 보내고, 연평도에서 이례적인 포병 사격훈련을 도발적으로 하고, 정해진 비행경로를 이탈시키면서까지 공격헬기를 DMZ 인근으로 기동하고 심지어 북한이 감청할 수 있는 주파수로 무전을 했습니다. 지난 2017년 박근혜 정부는 선제타격, 북진통일을 기회로 여겼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왜 육군은 참여정부의 군 개혁에는 반발하면서 전쟁을 억제하는 육군목표와도 다른 정부의 성향에는 반발하지 않았을까요?

일개 야전군인도 아닌데 강경하게 "제가 싸워서 이기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국방부장관의 자질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을 군사지도자, 군사전문가가 아닌 민주적으로 선출되어 정당성을 가진 국가지도자가 내릴 수 있는 것이 문민통제입니다. 손자병법에서 '장수가 능력이 있고, 군주가 장수를 제어하지 않으면 승리한다'고 한 것은 국가지도자, 정치지도자가 군사영역까지 통제한 히틀러 같은 경우이지, 올바른 국가전략을 세우고 군사전략도 그에 따르게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민주적 정당성과 헌법을 수호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올바른 국방부장관과 군인들이 갖춰야 할 태도입니다.

용병술 체계는 장교 교육과정에서도 다뤄지는 내용이며, 교육과정 외에도 군인들은 항상 작전명령, 단편명령 등에서 상급지휘관이 지시한 제한사항에 어긋나지 않게끔 배우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장교들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배웠으면 배운 대로'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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