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시민들 안도의 한숨”…일 언론 “친일파 퇴장” 우려

헌재의 윤 씨 만장일치 파면 선고 외신보도

일본, ‘친일파’ 윤 파면과 비판자 이재명 등장 우려

BBC “윤, 국민과 군, 국회의원들 저항 과소평가했다”

이시바 총리 “어떤 상황되든 한일 제휴 지극히 중요”

닛케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 집권 가능성 경계

탄핵 불복 윤 씨와 지지자들, 여당 분열의 불씨

2025-04-04     한승동 에디터
4일 헌재의 윤석열 파면 선고 소식이 전해진 순간 환호하는 서울거리의 시민들.   가디언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판결로 불확실성의 주요 원인이 제거됐다.”

“민주공화국 주권자인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저버린” 윤석열 씨의 비상계엄 선언이 한국의 “사회, 경제, 정치,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혼란을 초래했다”며 만장일치로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선고하는 순간 서울 도심 거리를 메운 인파 속에서 환호성이 터졌다고 4일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이 신문은 윤 씨의 대통령직 파면 결정은, 아시아에서 4번째로 큰 경제규모를 지닌 한국의 성장이 둔화되는 시기에 덮쳐 온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전쟁’에 대처하려는 한국사회의 노력을 수개월간 가로막아 온 최악의 정치적 혼란을 마무리짓게 해 주었다며, 이로써 “불확실성의 주요 원인이 제거되었다”는 레이프 에릭 이즐리 이화여대 교수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한국 원화는 이미 파면 예상 시나리오가 돌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흔들리진 않았으나 1달러당 원화 시세가 1436.6원으로 약 1% 상승했다.

 

4일 헌재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 소식을 전하는 아사히신문 머리기사.  아사히신문 4월 4일

일본, ‘친일파’ 윤 파면과 비판자 이재명 등장 우려

이날 윤 씨 파면 소식을 머릿기사로 일제히 전한 일본 언론매체들은 이제 한국의 정치상황이 대선 국면으로 진입했다며, “가장 친일적”이었던 윤 씨의 파면과 그의 대일정책 등 외교정책을 비판해 온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차기 대선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한일관계의 장래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국회의 윤석열 탄핵결의를 이어받은 헌재의 4일 윤 씨 파면선고에 환호하는 시민들.  뉴욕타임스 4월 4일 

NYT “시민들 환호하고 박수치며 깊은 안도의 한숨”

<뉴욕타임스>는 이날 실시간 업그레이드 보도를 통해 헌재의 만장일치 파면 소식을 전하면서 수백만명의 한국인들이 헌재의 판결 장면을 생방송으로 지켜봤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윤 씨의 계엄령 발동 이후 몇 개월 동안 한국이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위기에 처했다면서, 지난해 12월 제주항공 항공기 참사와 최근의 사상 최악의 산불, 그리고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전쟁’ 등을 그 예로 들었다. 이 신문은 이날 헌재 재판정에 온통 관심이 쏠린 서울역의 모습을 전하면서, 문형배 권한대행이 윤 씨가 불법 계엄령 발동으로 헌법질서를 위반하고 국민의 믿음을 저버렸다며 전원일치 파면을 선고하는 순간 사람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치고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윤 씨가 탄핵에서 살아남고 대통령직을 되찾는데는 8명의 판사들 중 3명만 그의 편을 들어 줬으면 됐을 텐데, 단 한 사람의 지지도 얻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윤 씨가 반란을 주도한 내란 수괴 혐의를 받고 있다면서, 이번 헌재 판결이 내란죄 재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4일 헌재의 윤석열 파면 선고 뒤 "고집불통에 급한 성격을 지닌 윤의 실체"에 대해 보도한 BBC.  BBC 4월 4일 

BBC “윤, 국민과 군, 국회의원들 저항 과소평가했다”

<BBC>도 이날 헌재의 판결 소식을 전하면서 “고집불통에 신경질적인 급한 성격의 계엄령 대통령의 실체”에 대해 보도했다. <BBC>는 윤 씨의 비상계엄 선포 전까지 한국이 군사통치는 생각도 못할 “평화롭고 자랑스러운 민주주의 국가”였고 K-드라마와 기술혁신으로 전 세계적 존경을 받은 나라였다면서, 자국민과 세계를 놀라게 하면서 그런 평판을 한순간에 날려버린 그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계엄령을 발동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

<BBC>는 그가 “국민, 군, 국회의원들의 저항을 과소평가했다”면서, “계엄령을 반대세력을 처벌하는 방편”으로 여긴 그의 어린 시절 성장과정부터 더듬어가며 “승리에 집착”한 그의 성격상의 문제와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오랜 검사생활 과정에서 형성된 고집불통과 강경하고 극단적인 성향, 그로 인한 전략적 오판 등을 그의 실패 이유로 들었다.

아사히, 여당 주자들 “윤 씨와의 거리두기가 과제”

<아사히신문>은 이날 헌재 판사들의 전원일치 파면 선고 소식을 전하면서 “윤 씨의 실직으로 대통령선거가 사실상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60일 안에 실시될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진보(역신)계 최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씨가 지지율 톱을 달리고 있다”며 “중도층”이 열쇠를 쥐고 있다고 썼다.

이 신문에 따르면, 3월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2심 재판에서 이 대표가 “역전 무죄판결”을 받아 대선 가도에서 가장 큰 위기에서 벗어난 이틀 뒤에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가 34%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며, 김문수, 홍준표, 한동훈, 오세훈 씨 등 국민의힘 당 유력 주자들을 거론했다. 아사히는 이들 여당 주자는 모두 “파면당한 윤 씨와의 거리를 어떻게 두느냐가 과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 씨의 "파면 실직" 글자가 선명한 일본 NHK의 4일 화면.    NHK 4월 4일

이시바 총리 “어떤 상황되든 한일 제휴 지극히 중요”

<NHK>는 윤 씨가 재임 중에 내란죄로 기소된 최초의 한국 현직 대통령이었다면서, 한국 형법에서는 내란 수괴에게 사형이나 무기징역, 무기금고형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NHK>는 이날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윤 씨의 파면과 관련해 중의원 내각위원회에서 “평가할 입장에 있진 않으나, (차기 정권이) 어떤 정권이 되든 올해는 국교회복 60주년이 되는 해다. 일한의 협력은 안전보장면에서만이 아니라 나라의 독립과 평화,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지극히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대통령선거가 실시될 것인데, 한국의 민주주의가 시험대에 오르는 일이고,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일한의 긴밀한 제휴는 지극히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정부로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외무성 간부, “한국상황 혼란”과 "불안정" 우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도 “한국의 내정에 관한 일이어서 코멘트를 삼가야겠지만, 앞으로 대통령선거가 실시되기 때문에 동향을 주시해 나가겠다”며 “일한 양국은 여러 과제에서 협력하는 이웃나라고, 일한관계와 일미한 3개국 제휴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다. 일한 양국간에 제대로 의사소통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내의 혼란도 우려되기 때문에 일본인의 안전보장을 위해 상황을 잘 살펴 가겠다”고도 했다. 그들은 늘 한국의 빠른 변화를 '불안정'으로 간주하고 자신들이 불안해하고 경계한다.

 

헌재의 4일 윤 씨 파면과 60일 안에 대통령선거 실시를 알리는 일본경제신문 머리기사.  일본경제신문 4월 4일

닛케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 집권 가능성 경계

<일본경제신문>(닛케이)도 이 소식을 머릿기사로 전하면서, 헌법재판소가 윤 씨의 비상계엄 선언과 국회 병력투입에 대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헌법을 무시했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사회 경제 정치 외교의 혼란을 초래했다, 국민의 신뢰를 배반했다”고 지적하며 만장일치 파면 선고를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윤 씨 파면으로 60일 안에 대통령선거가 실시되며 투개표일은 6월 3일이 유력하다면서 “윤 씨는 약 2년의 임기를 남기고 퇴장하는데, 여야당 대립이나 사회의 혼란이 수습될지 불투명하다”고 했다. 이 신문은 차기 대통령선거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여론조사상 우세하나 선거전의 행방은 지금으로선 예단을 불허한다고 했다.

“친일 대통령 퇴장, 반일 이대표 등장, 한일 중대고비”

이날 닛케이의 윤 씨 파면 기사에 대해, 미네기시 히로시 닛케이 선임 논설위원 겸 편집위원은 “친일 대통령의 퇴장으로 일한관계도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될 것”이라며, “후계 경쟁에서 독주하는 혁신계 야당 이재명 씨는 다수의 반일적 언동으로 윤 외교의 발목을 잡았던 장본인”으로 지목했다. <닛케이>의 우편향적 한국인식 및 정치관의 단면을 드러내는 전형적인 어투다. 보수 자민당의 장기집권만 경험해 온 탓인지 일본 보수 지식인들은 한국의 야당을 ‘혁신계’로 표기하면서 사실상 좌파 급진 반일민족주의 종북세력, 반미친중세력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극도로 경계하고, 심지어 적대시한다. 그런 점은 윤 씨와 그의 우익 지지세력의 세계관 내지 야당관과 판박이로 닮았다.

미네기시 위원은 이 대표가 최근 한국에 엄격한 트럼프의 재집권과 한국 내의 대일 호감도 상승 영향으로 그 동안 강경했던 대일관을 우호적인 방향으로 표변하고 있다며, 앞으로 국내 정치상황에 따라서는 또다시 (반일적으로) 표변할 수 있다며 강한 “불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 대표의 이른바 ‘사법 리스크’와 반대세력을 언급하면서 보수파가 단결해 중도층도 끌어들일 수 있는 후보를 내세운다면 의외로 승산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정치경제학술원 교수는 윤 씨 파면 직전에 이재명 대표의 2심 무죄판결이 있었다며 “이런 흐름으로 6월의 대선은 야당에 유리하다”면서 “개선 기조의 일한관계는 다시 악화될 것이라고 하는 건 지나치게 단순(단락적)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와 정치화하는 노동시장, 내수기반 취약성과 트럼프 정권의 ‘관세폭탄’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출 등 어려운 경제정세에 대통령선거까지 겹쳐 안정성이 흔들릴 한국과 트럼프 관세전쟁에 공동대응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이것이 상호불신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차기 대선 유력후보 부상에 초점을 맞춘 마이니치신문의 헌재 파면선고 보도.  마이니치 4월 4일

탄핵 불복 윤 씨와 지지자들, 여당 분열의 불씨

기무라 간 고베대학 대학원국제협력연구과 교수는 “헌재의 결정은 대통령 파면, 그것도 대통령 쪽의 반박은 거의 전혀 인정하지 않고 거꾸로 계엄령 선언에 관한 대통령의 일련의 행위가 중대한 헌법위반인 점을 전면적으로 인정했다”면서 “여기서 큰 열쇠를 쥔 것이 전직 대통령이 된 윤석열의 동향”이라고 했다. 기무라 교수는 “윤 씨 자신이 탄핵을 인정하지 않고 지지자들에게 저항을 호소하면서 소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차기 대선 전에 치러질 예비선거 등에서 여당의 균열을 야기할 것”이라며, 사태가 순조롭게 선거로 갈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봤다.

<마이니치신문>도 향후 한국 차기 대선 전망과 관련한 기사에서 향후 한일관계에 큰 영향을 끼칠 차기 한국 대통령이 누가 될지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마이니치>는 야당의 정권교체를 바라는 응답이 53%에 이른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다른 조사들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상황에서 윤 씨의 비상계엄 선포로 여당이 역풍을 맞고 있다고 했다. 이 신문 역시 정권유지를 바라는 국민의힘당에게 윤 씨의 탄핵에 강력 반대한 쪽과 탄핵에 찬성한 쪽으로 지지층이 분열하는 것이 취약점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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