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파면’ 기대감에 주식시장도 ‘환호’

헌재 선고 기일 알려지자 주가지수 급등

원/달러 환율도 상승하다가 하락세 전환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기대감 반영된 듯

윤석열 파면되면 국내 악재 제거되는 셈

헌재 선고 뒤엔 트럼프 대응에 집중해야

2025-04-01     장박원 에디터

헌법재판소(헌재)가 윤석열 탄핵 심판 선고 기일을 확정했다는 소식에 국내 금융시장도 환호했다. 주가지수가 급등하고 급등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도 하락세로 전환됐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4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결과로 해석된다.

 

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2025.4.1. 연합뉴스

헌재 선고 기일 지정에 코스피 1.62%, 코스닥 2.76% 급등

헌재의 선고일 지정 소식은 1일 오전 10시 30분이 조금 넘어 알려졌다. 이 시각 이후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가파르게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예고 영향으로 전날에 이어 상승세를 탔던 원/달러 환율도 꺾이기 시작했다. 국내 금융시장은 트럼프 관세 폭탄과 윤석열 내란으로 인한 정치적인 불확실성이라는 초대형 악재에 시달렸는데 헌재 탄핵 심판 선고 날이 확정되며 그중 하나가 해소될 것이라는 희망에 금융시장이 반응한 것이다.

이날 헌재 선고 기일 지정 소식이 알려지기 전까지만 해도 코스피 지수는 장 초반에 급등했던 흐름이 약해진 상태였다. 헌재가 오전 10시 30분께 선고 기일을 공지하며 지수는 다시 상승 폭을 키웠다. 이후 전 거래일보다 1.5% 이상 오른 상태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그러다가 헌재 탄핵 심판 기일 지정 소식에 상승 폭을 키웠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0.27포인트(1.62%) 오른 2521.39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탄핵 심판 선고 기일 공지 이후 흐름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30% 오른 681.58로 출발했다. 이후 한동안 등락을 거듭하며 횡보했다. 헌재 선고 기일 소식이 알려지며 코스닥 지수는 단번에 690대로 뛰어올랐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8.60포인트(2.76%) 급등한 691.45에 장을 마쳤다. 이날 증시에는 윤석열 파면과 조기 대통령 선거 기대감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대선 주자 관련 주식이 큰 폭으로 오르기도 했다.

 

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PG).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 급등세도 주춤…전날보다 1.0원 하락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국내 정치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환율은 장이 열리자마자 0.1원 오른 1473.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헌재 선고 기일 소식이 알려지기 전에는 오름세를 이어갔다. 그러다가 오는 4일 탄핵 심판 선고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소식에 환율은 1460원 대로 하락하기도 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1.0원 내린 1471.9원을 기록했다.

헌재의 선고 기일 확정에 대한 금융시장의 이런 흐름은 예상됐던 일이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에 금융시장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국회에서 1차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됐을 때 주가지수는 급락했고 환율은 급등했다. 여의도에 모인 200만 시민의 함성에 힘입어 2차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환율은 안정세를 되찾았고, 코스피·코스닥 지수도 정상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3월 중순쯤, 늦어도 3월 말에는 헌재가 윤석열 파면을 선고해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깨지면서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트럼프 발 관세 전쟁이 격화하며 증시와 환율 시장 모두 아슬아슬한 흐름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를 앞둔 시점에서 1년 5개월간 금지됐던 공매도까지 재개되며 3월 31일에는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3% 이상 빠졌다. 원/달러 주간 종가도 1472.9원을 기록하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비상계엄 사태 영향으로 출렁이는 증시·외환시장. 연합뉴스

박근혜 탄핵 인용 이후에도 금융시장 안정세

이런 상황에서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 기일 지정은 국내 금융시장이 최악으로 치닫는 흐름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오른 것은 전 거래일 낙폭이 과도했다는 심리도 작용했으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조만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헌재의 탄핵 심판 종결이 금융시장에 긍정적이라는 사실은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의 경우 코스피 지수는 탄핵이 기각되며 상승하기 시작해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총선에서 이기며 탄핵 당시보다 10% 이상 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016년 10월 국정 농단 관련 보도가 나왔고, 그해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2017년 3월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탄핵안 발의까지 한 달여 동안 4% 이상 빠졌다.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격돌하며 정치적 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우 세력이 발호하는 지금과 비교하면 갈등 정도가 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국회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부터는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됐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헌재 재판관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5.3.24 [공동취재] 연합뉴스

윤석열 파면 뒤엔 트럼프 관세 전쟁이 변수

과거 두 전 대통령 탄핵 사례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정치적인 불확실성은 엄청난 악재이고 이를 해소하면 금융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헌재가 윤석열을 파면하고 조기 대선 국면에 들어서면 국내 소비와 투자심리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도 소비자심리지수는 최저점인 93에서 탄핵이 인용되고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2017년 말에는 112까지 상승했다.

다만 앞으로 트럼프 발 무역 전쟁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대외 요인이 겹친 상황보다는 나을 것이다. 헌재가 오는 4일 윤석열을 파면하고 나면 트럼프의 관세 폭주 대응에 국력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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