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권 박탈해야 한다
‘87년 체제’의 산물, 이제 바뀌어야 한다
헌재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로 혼란에 빠진 한국
지극히 비정상적인 헌법재판소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로 인하여 이 나라는 그야말로 대혼란에 빠졌다. 대통령 탄핵의 최종 결정권을 헌법재판소가 갖도록 한 ‘87년 체제’가 초래한 비극적 결과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대통령제를 채택하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의회에서 결정된다.
미국에서 대통령 탄핵은 하원에서 과반수의 찬성에 의해 탄핵 소추를 하고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의결로 결정한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대통령 탄핵은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통과되면 상원에서도 탄핵 소추가 통과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이 하원과 상원을 모두 통과할 경우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으로 이루어진 상하원 합동회의의 최고재판소에서 재적의원 2/3의 찬성으로써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결정된다. 우리나라 제헌헌법에서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사는 국회에 소속된 탄핵재판소에서 담당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지금과 같이 대통령 탄핵의 최종 결정권한을 헌법재판소가 갖도록 하는 헌법 규정은 의원내각제인 독일 방식을 잘못 모방한 것이다. 그렇듯 상징적인 존재일 뿐인 독일의 대통령 탄핵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 국회에서 종결되었어야 할 대통령 탄핵이 지연되면서 현재 나타나고 있듯이 정치적 사회적 대혼란이 장기화하고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국가적 낭비가 초래되고 있다.
독일 헌법재판소의 모든 재판관은 의회에서 선출한다
현재 헌법재판소의 희한한 직무 유기와 쌍벽을 이루면서 상호 작용으로 혼란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다른 한 요인은 바로 한덕수, 최상목 두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사태다. 두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가 명백한 위헌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100일 가까이 '배째라'식으로 막무가내 유기하고 있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서 최종 결정권을 헌법재판소가 갖도록 하는 독일 방식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도 정작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 방식은 독일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을 의회에서 선출한다.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연방국가적 균형’의 원칙을 따라 연방의회와 연방참사원에 의해 각기 절반씩 선출되는 것이다. 독일 기본법 제94조 제1항은 “연방헌법재판소의 구성원은 각각 2분의 1을 연방의회 및 연방참사원에서 선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형식을 띠는 우리와 근본적으로 상이하다. 독일 방식대로 헌법재판관을 의회가 선출한다면 지금과 같이 권한대행이 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는 어이없는 사태는 근본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에 제정된 2공화국의 헌법은 대통령, 대법원. 참의원이 헌재 심판관을 각 3인 선임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의 1987년 헌법에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임명하도록 규정한 것이었다.
헌재 재판관의 ‘법관순혈주의’, 민주주의 원리에 위배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은 모두 법관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렇듯 ‘법관 순혈주의’ 혹은 시종일관 ‘법관의 지배’가 관철되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 위배된다. 민주주의 원리는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인적 구성이 최대한 우리 사회의 다원성을 반영함으로써(descriptive representation) 헌재가 그 재판에서 국민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할 것(substantive representation)을 요구한다. 다시 말해, 헌법재판소의 심판 혹은 결정이란 재판 주체의 선이해(先理解) 내지 가치관 등 그 인격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법규범과 사건의 배후에 있는 다원적 이해관계의 비중과 의미가 재판과정에서 무시되지 않고 온전히 평가되어 균형 잡힌 재판이 될 수 있도록 각기 상이한 경험과 가치관을 가진 다양한 전문가들로 최고법원을 구성해야 비로소 민주주의의 원리에 부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헌법재판소가 시종일관 철저히 법관만으로 구성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헌법재판소의 각종 결정에서 사회적 다원성을 충분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단순한 ‘법기술’과 ‘형식적 절차’에 집착하여 일반적 ‘상식’으로부터의 ‘이탈’을 자주 초래하는 한 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와 달리,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재판관의 대다수는 주로 여러 연방법원의 법관 및 법학교수 출신이다. 2015년 현재 16명의 재판관 중 8명이 교수, 5명이 연방법원 법관, 2명이 연방행정법원 법관이며 나머지 1인은 정치인 출신이다. 또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의 12명 재판관은 판사 출신 1명, 변호사 출신 3명, 교수 출신 4명, 연방공무원 출신 3명, 주공무원 출신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스페인 헌법재판소는 12인의 재판관 중 교수 출신이 7인, 대법관 등 판사 출신이 5인이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대통령, 국회, 대법원이 각 3인 선임하여 대통령이 임명하고 있다. 이 역시 ‘87년 헌법’에서 규정된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를 설치한 절대다수의 국가에서 헌법재판관 임명은 거의 의회에서 선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와 같이 대법원이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선임하는 나라는 이탈리아 외에는 찾을 수 없다. 이렇게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선임을 하도록 하는 지금의 방식은 우리나라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법관순혈주의’를 더욱 가중되게 하는 요인으로 작동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헌법재판소는 절대 안 된다. 헌법을 보위하면서 국가 안정을 보장하는 존재여야 할 헌법재판소가 거꾸로 국가 혼란을 조장하고 극대화시키는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향후 헌법재판소는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통령 탄핵의 최종 결정권을 헌법재판소가 갖는 현 제도는 향후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헌법재판소 재판관 구성에서 철저히 관철되고 있는 ‘법관순혈주의’는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하도록 바뀌어야 한다. 또한 현재 권한대행의 막무가내식 재판관 임명 거부에서 드러나고 있는 문제의 재판관 임명 방식 역시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그리하여 본래 헌법재판소가 지녀야 할 위상을 복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