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증없는 주장은 의미가 없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배운 글쓰기

독창성, 기존 아이디어의 재창조 가능성

꾸준한 지식 습득과 연습 중요함 깨달아

2025-03-29     김동현 시민기자

논증이 부족한 글쓰기

좋은 글을 쓰고 싶어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읽었다. 유시민 작가는 "주장에는 반드시 논증(論證)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한마디가 충격이었다. 나는 주장만 했지, 근거를 제대로 제시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동안 써온 글을 돌아보니 부끄러웠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사진=생각의 길

민들레에 올린 글들의 조회수가 척도다. 논증 없이 쓴 글들은 확연히 조회수가 낮았다. 단순한 감상이나 개인적인 생각을 늘어놓은 글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구성된 글들은 상대적으로 반응이 좋았다. 근거를 갖춘 글이 설득력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기사 끝 관련기사에 붙인 기사를 다시 보니 논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 작가의 글은 주장이 근거와 함께 나온다. 전문 용어나 어려운 말도 없어 읽기 쉽다.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어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글에 주장만 가득했다. 유 작가는 글을 잘 쓰려면 근육을 키우듯 매일 써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 오히려 글쓰기가 더 어려워졌다.

'유시민의 글쓰기'에서 해결 방법을 찾았다. 유 작가는 ‘요약 및 발췌’부터 시작하라고 권한다. 그래서 글쓰기 책을 읽은 후, 첫 글은 요약 및 발췌로 시작했다. 나만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 어려우면, 우선 다른 사람의 글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생각했다.

독창성이란 가능한 것일까?

독창(獨創)이란 남을 모방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이다. 그런데 이 정의조차도 내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어낸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내가 한 생각이 온전히 내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렇다고 착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디선가 누군가의 말을 듣고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이야기가 이미 누군가가 했던 이야기라면 어떨까? 가끔 대단한 걸 배웠다고 생각해 주변에 이야기했더니 정작 나만 모르고 있는 걸 알게 돼 부끄러웠다.

예전 직장에서의 일이 기억난다. 기업 교육을 하는 회사였는데, 교육 중간 쉬어가는 목적으로 교훈이 담긴 게임을 하곤 했다. 어느 날,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끼고 상대가 한 말을 알아맞추는 게임을 제안했다. 상대가 듣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말하는 건 소통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해주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장 상사는 이미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 현장에서 활용 중이라는 얘기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는 더 많이 찾아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거의 모든 지식과 정보를 몇 번의 검색만으로 얻을 수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질문만 던져도 웬만한 답을 구할 수 있다. 얼마 전 자전거 바퀴 튜브를 직접 교체한 적이 있었다. 친구는 내가 직접 교체하는 모습을 보고 신기하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유튜브에서 보고 따라했을 뿐이다.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생각한다. 나는 얼마나 독창적인가? 내가 고민하고 노력해서 얻어낸 결과가 과연 나만의 것일까? 아니면 결국 어디선가 본 것을 재현하고 있는 걸까?

배움과 두려움 사이에서

좋은 글을 쓰려면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내가 생각한 것이 이미 다른 사람도 생각한 것이라면 공감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려면 아는 것이 많아야 한다.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안다. 그들의 뒤를 쫓는 건 끝없는 꼬리잡기라고 느껴져 엄두가 안 난다.

배운 것이 금세 쓸모없어지지 않을까, 새로운 기술을 따라가지 못해 도태될까 두렵다. AI가 발전하는 시대에 ‘창의성’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하지만, 그 ‘창의성’이라는 것이 나에게도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을 안고도 꾸준히 배우고, 쓰고, 생각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그래서 앞으로 책을 더 많이 읽고, 습작이라도 꾸준히 써보려고 한다. 그러면서 점차 논리적이고 통찰력 있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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