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형·정형식·조한창에 열광하는 극우…"최악 대비"

윤석열 변론 종결 한 달째, 헌재 결론 미궁으로

김민석 "모든 예측 어긋나…내란 세력 작전 있나"

강경 보수 재판관 3인, 한덕수 선고로 더욱 부각

'각하' 정형식·조한창보다 '기각' 김복형 더 황당

한덕수 실제 발언과 안 맞는 억지 논리로 면죄부

극우 유튜버들 "우파 여전사" "가장 든든해" 격찬

국힘도 "재판관 3명 목소리 강력…만장일치 안돼"

야당 "3명 굉장히 우려스러워…최악 경우도 대비"

2025-03-26     김호경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 및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열린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김복형 헌법재판관이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2025.3.13 [공동취재]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25일에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선고기일을 밝히지 않았다. 26일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헌재가 최소한 여야의 유불리를 따져 정치적 계산을 한다는 의심은 피하기 위해서라도 그 전에 선고일을 공지하는 게 상식적이지만 그마저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렇게 가다가는 대한민국의 법질서와 민주주의, 경제와 외교까지 속절없이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전 사회를 강타하고 있지만 헌재의 행보는 아직도 모든 게 안갯속이다.

25일은 윤 대통령 사건의 변론이 종결된 지난달 25일 이후 꼬박 한 달째가 된 날이다. 변론 종결 후 선고까지 노무현(14일), 박근혜(11일) 대통령 때 걸렸던 시간보다 이미 두 배 넘게 경과했는데도 당초 "윤 대통령 사건을 최우선으로 신속하게 심리하겠다"고 호언했던 헌재는 평결 대신 매일 평의만 끝없이 되풀이하고 있다. 쟁점이 단순하고 명확하기 때문에 헌법재판관 전원일치로 윤 대통령 파면이 단시일 내 결정될 것이라던 대다수 법학자와 정치 평론가, 시민들의 기본 전제가 완전히 틀어진 채 결말을 장담할 수 없는 미궁에 빠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전략가인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조차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상황이 너무 수상하다. 이해할 수 없는 전개"라며 "헌재가 예고한 심리 일정에 따라 아무리 늦어도 3월 14일 이전에는 윤석열의 파면 선고가 나리라 확신했던 모든 예측이 어긋났다. 갑자기 모두 바보가 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오직 이재명만 죽이면 된다는 내란 세력의 작전이 아니면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다. 이른바 윤-이 동시 제거론을 흘려온 모 언론의 시나리오가 윤석열 파면 지연과 이재명 사법살인으로 펼쳐지는 게 아닌지 몹시 꺼림칙하다"면서 "헌재가 원칙을 깨고 선고 일자를 미뤄온 과정에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게 아닌지 우려되는 이유"라고 했다.

 

유튜브에는 김복형·정형식·조한창 등 보수 성향 헌법재판관 3인을 응원하는 영상이 대거 올라오고 있다.

그 '내란 세력의 작전'과 '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긴 어렵지만 헌재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선고일을 마냥 늦추는 배경엔 재판관들의 심각한 의견 충돌이 있으며, 김복형·정형식·조한창 등 강경 보수 성향 재판관 3인이 이를 주도하고 있으리라는 의구심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다. 각각 조희대 대법원장, 윤석열 대통령, 국민의힘이 추천한 이들 재판관은 현 정권과 강한 동질성 속에 일관되게 수구보수적 판결을 내리는 뚜렷한 경향성을 보여왔다. 내란 사태 와중에도 윤 대통령의 주요 분신(分身)이자 '보수 여전사'라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직무에 복귀하도록 해줬고,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불임명과 관련해 국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에서는 국회 측 심판청구에 '절차적 흠결'이 있었다고 딴지를 걸기도 했다.

특히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에서 한 총리의 헌법재판관 불임명마저 위헌·위법이 아니라고 면죄부를 준 김복형 재판관에게 눈길이 쏠리고 있다.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자의 지위는 '대통령에 준하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대통령과 똑같은 탄핵소추 요건을 적용해야 한다"며 정작 본안에 대한 판단은 회피한 '각하'를 선택한 것도 억지스럽지만, 김복형 재판관은 ▲한 총리가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을 임명하지 않겠다고 거부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 ▲거부 의사를 미리 종국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 ▲헌법재판관의 자격 요건 구비나 선출 과정에서의 헌법 및 국회법 등 위반 여부를 검토할 상당한 기간이 경과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등 아예 사실과 다른 궤변을 동원해 저 혼자 '기각'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직후부터 국무회의 등 여러 자리에서 '여야의 합의'가 없으면 헌법재판관 3인을 임명하지 않겠다는 거부 의사를 반복적으로 표명했었다. 결정적으로 지난해 12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긴급 대국민 담화까지 발표했다. 이렇게 한 총리의 '종국적' 의사가 명백히 확인됐기 때문에 다음날 국회가 탄핵소추에 나섰던 것이다. 한 총리는 '여야 합의' 이외에 김복형 재판관이 예시한 것처럼 '헌법재판관의 자격 요건 구비나 선출 과정에서의 헌법 및 국회법 등 위반 여부를 검토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내세운 적도 없다. 한 총리가 하지도 않은 말을 기각 논리로 '창조'한 셈이다.

 

유튜브에는 김복형·정형식·조한창 등 보수 성향 헌법재판관 3인을 응원하는 영상이 대거 올라오고 있다.

극우 진영에서는 열광하고 있다. 김복형·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이 윤석열 대통령 선고를 절차상 문제와 세부 쟁점에서의 이견 제시를 통해 계속 지연시키고 있으며, 그 중심에 '다크호스' 김복형 재판관의 활약이 존재한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다. 그래서 선고 날짜가 4월로 넘어갈 것이며 결국 탄핵 기각 또는 각하로 결론날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헌재가 철저한 보안을 유지해 평의 내용이 밖으로 유출될 수 없다고는 하지만 극우 유튜버들은 이들 3인의 재판관과 직간접적으로 선이 닿는 정부·여당·법조계 인사들을 통해 정보를 입수한다는 듯 이미 이달 중순 이전부터 확신에 차서 관련 방송을 해왔다. 이런 식이다.

"자유 우파의 여전사 김복형이 탄핵 기각을 이끈다. (…) 조희대 대법원장이 추천할 때 여러 가지 고려가 있었는데 (김복형이) 가장 자유 우파 재판관이었다는 후문이 있다. 그래서 대통령도 흔쾌하게 (임명)했다. 지금 여성으로서는 김복형과 정계선이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고, 좌장으로서는 정형식과 문형배가 싸울 것이다. 김복형이 대단한 실력자다. 조한창은 국민의힘 추천이니까 대세의 편에 설 것이다. 주심 (정형식)은 말할 것도 없다. 가장 든든한 우리 여전사 헌법재판관은 김복형이다. 김복형 재판관님이 나라를 구해야 한다." - 15일 서정욱TV <그녀의 원칙과 소신, 철의 여인 헌법재판관 김복형>

"8인의 헌법재판관 중에 김복형 재판관이 굉장히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 김복형 재판관은 각하를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국회 측이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했고,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했으며, 헌법재판소법을 위반한 사항도 있어서 각하를 아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게 그냥 단순한 주장이 아니라 상당한 법리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어서 문형배가 거의 좌절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김복형 재판관은 여기에 강단과 소신도 굉장히 강하다. 김복형 재판관이 정형식 재판관 못지않게 지금 평의를 주도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평의가 장기화하고 있다. 문형배가 자기 뜻대로 하지 못하는 주요한 요인 중 하나가 정형식 재판관의 주심 문제도 있지만 김복형 재판관의 두드러진 역할에 그 의미가 있다고 한다." - 17일 펜앤드마이크TV <문형배 항복선언 일보 직전>

"지금까지 가장 강력하게 기각을 주장하는 재판관은 김복형 재판관이다, 제가 예상한 것과 똑같다. 김복형 재판관은 불곰상이다. 절대로 물러나지 않는다. 호랑이가 와도, 사자가 와도, 악어가 와도 그냥 앞발로 탁 쳐버린다. 김복형 재판관이 문형배 재판관과 세게 붙었는데 소신이 굉장히 강해서 절대로 물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전혀 합의가 안 되고 있다. 김복형 재판관을 중심으로 우리 보수 재판관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고 있다. 지금 4월 선고설이 슬슬 흘러나오는데 이렇게 되면 문형배·이미선이 물러날 때까지도 결과가 안 나올 가능성이 있다." - 18일 강신업TV <민주당 발칵/문형배 김복형에 KO/4월 선고설 대두>

"김복형이 법리를 아주 정확하게, 그리고 배짱 있고 뚝심 있게 정리를 한 거다. 정계선이 (한덕수 탄핵 인용 의견을 내서)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김복형이 잘 막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건에 대해서도 김복형이 나서서 막고 있다고 하는 걸 보면 든든하다. 그래서 지금 좌파들은 멘붕이 되어 있고 이 논리를 깨기 힘들다. 좌파들, 진보 진영에 있는 사람들도 (김복형이) 기각했다는 점에서 깜짝 놀라고 있는 것 같다." - 24일 성창경TV <김복형, 정계선 압도했다>

"헌법재판관 여덟 명 중에서 윤 대통령 탄핵의 운명을 가를 인물은 김복형 재판관이 핵심 중 핵심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는 거의 발언이 없었는데 이번 한덕수 총리 탄핵심판에서 강한 의견을 냈다.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도 잘못한 게 없다는 건 정형식·조한창 두 보수 재판관이 낸 각하보다도 더 강한 기각 논리다. 정형식·조한창·김복형 이 세 사람이 함께 움직이면 윤 대통령 탄핵은 5대 3으로 기각된다." - 25일 신의한수 <탄핵의 운명, 김복형이 쥐고 있다>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가 25일 방송한 '탄핵의 운명, 김복형이 쥐고 있다' 영상 섬네일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을 비롯한 여권에서도 "처음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처럼 8대0 만장일치로 끝날 것 같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헌재를 지속적으로 압박한 덕분인지 보수 성향 재판관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각이나 각하로 결론 날 확률이 높다" 등 보수 재판관들에 의한 '전세 역전'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2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만장일치의 가능성은 거의 많이 없어졌다. 의견이 엇갈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며 "적어도 3명의 재판관이 강력한 소수 목소리를 내게 됐다"고 자신했다.

보수 3인방 재판관의 완고한 입장이 윤 대통령 선고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점은 야당 의원들도 여러 경로를 통해 접하고 인정하는 기류다. 여전히 재판관 만장일치로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긴 하지만 처음의 순도 높았던 낙관론은 상당 부분 무너졌고 일반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현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 18일까지 선고가 안 나오거나 끝내 윤 대통령이 복귀하는 등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김복형 재판관의 논리에 따르면 대통령이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만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한 것"이라며 "사실상 국회 몫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사람이 과연 헌법적 소양을 갖고 있는 것인가 의심이 든다"고 어이없어했다. 또 "제가 봐도 정형식·조한창, 계속 들리는 얘기가 절차를 가지고 따지는 2명이 있다고 하는데 정체가 드러난 것 같다. 그다음에 계속 얘기 나왔던 게 정계선과 김복형이 싸운다, 이건 내용과 결론을 갖고 싸우는 것 같다"면서 "최악의 경우를 전제로 해서 고민해 봐야겠다. 각오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함께 출연한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도 "(기각 등) 그런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검사 출신으로 국회 측 대통령 탄핵소추단 위원인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기각 의견을 낸 김복형 재판관과 각하 의견을 낸 두 분의 재판관, 이 세 분의 의견은 굉장히 우려스럽다"면서 "무리하게 피청구인 측 의견을 받아들였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이나 보수 쪽에서 선출된 재판관들이라도 내란 행위에 대해 도저히 기각 의견을 낼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선고기일을 빨리 잡지 않고 있어 우려스럽다. 헌법재판소가 스스로 헌법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신장식 의원은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한 총리 선고 내용을 두고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법복 귀족들의 무책임한 결정 아니었나 생각한다"며 "김복형 재판관의 논리를 납득하기 어렵다. 김 재판관이 뇌피셜로 소설을 쓴 것이다. 도대체 이분은 어느 나라에서 한덕수를 만나셨나 하는 의문이 든다"고 조목조목 신랄하게 비판했다. 나아가 "(윤 대통령 탄핵) 결정이 계속 늦어질 경우 헌법재판소는 존재 증명을 해야 할 시기가 올 것 같다"면서 "헌법재판소 저게 필요한가? 다른 나라에서는 그냥 대법원에서 결정하던데? 헌법재판소가 공동체의 안위를 생각하고 있나? 이런 부분에 대한 질문을 국민이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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