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 열려면 지식·권력·민중의 결맞춤 지혜 필요
‘AI전환 연대’ 임문영 의장 '파레오로스' 출간
역사의 삼두마차 방향 전환과 속도 조절 역할
권력, 민중과 함께 달리되 복속도, 외면도 안해
디지털 정책 이끌어갈 야권 4당 연대회의 출범
인공지능(AI)이 새로운 디지털 세상을 열고 있다. 한 시대는 지식, 권력, 민중이라는 세 에너지의 복합 작용으로 변화하며 진화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지식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진실은 되레 분간하기 어려워졌다. 권력은 불안하고, 이에 민중은 예민해졌다.
임문영 <미래전환> 대표가 최근 펴낸 책 ‘파레오로스’는 이 변화의 시대에 대응할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도의 결과물다. 파레오로스는 고대 로마의 ‘삼두전차’를 끄는 세 마리 말 가운데 멍에를 지지않은 말을 이르는 용어다. 한 마리 말을 자유롭게 두는 것은 전차의 방향 전환과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서다. 이 말을 요즘에는 아웃러너(outrunner)라고 부르기도 한다. 저자는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지식, 권력, 민중이 이끄는 역사의 수레에서 파레오로스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PC통신 하이텔과 나우누리 운영자였던 디지털 전문가이다. 또한 현재 더불어민주당 디지털특별위원장을 맡고 있고 있다. 지난달 조국혁신당 이해민 국회의원과 함께 ‘AI전환 연대’를 구성해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AI전환 연대’는 최근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 등이 참여해 야권의 미래정책 싱크탱크로 주목받고 있다. 연대는 △기술리더십 확보 △사회와 기술 소통 △성장동력과 생태계 등을 중심의제로 담은 ‘AI전환 선언문’을 발표하고, 관련 온라인 토론회를 곧 개최할 예정이다.
역사의 변곡점마다 이들 세 에너지의 조화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낳았다. 임진왜란은 지식이 권력, 민중과 결을 맞춰 승리했지만, 병자호란은 결이 어긋나 패배했다. 서구가 몰려오던 근대화 시기, 한국과 일본의 격차가 벌어진 것도 지식, 권력, 민중 결맞음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혁명적 변화=지식×(권력+민중)’는 역사의 공식을 제시한다.
인간보다 똑똑한 기계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온다. 수명 연장은 이제 100세가 돼도 청년으로 불릴지 모른다. 지구 온난화는 지구의 운명 자체를 위협한다. 문제는 기존의 사고체계와 지식으로는 이렇게 달라진 세상에 대처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지식의 주체가 인간에서 기계로 변화해, 지식의 범위가 무한히 확장되고 있다. 이에 동반해 사람과 세상도 달라지고 있다. 더욱이 이런 변화가 과거 또는 현재의 문제가 확대, 확장되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다른 차원으로 옮겨 가고 있다.
지식, 권력, 민중이 모두 변화하고 있다. 지식은 늘었지만, 가치는 추락했다. 세상은 고해상도로 더 뚜렷해진 듯하지만, 진실은 더 흐려졌다. 연결된 개인은 개인도 아니고 집단도 아닌 모호한 존재가 됐다. 예민해진 민중에 맞추느라 피로가 누적된 탓인지 곳곳에 이상한 권력이 등장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파레오로스의 지혜로 지식, 권력, 민중의 힘을 재정렬할 것을 제안한다. 지식과 권력은 인간의 욕망에 대한 태도와 우리에게 익숙한 제도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자는 얘기다. 기본 소득과 기본 서비스를 비롯한 전환펀드와 같은 다양한 대안을 검토해 지속적이고 혁신적인 새로운 동력으로 삼자고 주장한다.
지식보다 더 큰 차원의 지혜, 혼돈과 질서가 교차하는 시대에 권력과 민중의 속도와 방향을 이끌어갈 파레오로스의 지혜가 필요하다. 파레오로스의 지혜는 권력과 민중과 함께 달리되 복속되거나 외면하지 않는다. 지식과 권력은 서로 분리된 상태로 교류하여, 연쇄반응을 일으키도록 구조화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혁신을 담당할 지식, 혁신에 대한 투자를 강제할 권력, 혁신의 성과를 향유할 민중이 하나의 이해관계로 결속해야 새로운 역사적 변곡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이 지식, 권력, 민중이 역사의 결정적 분기점에서 어떻게 결합하고 영향을 주었는지 통찰하고 우리에게 닥친 새로운 미래에 어떻게 대응할지 대안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서로 다른 생각들이 파문을 만들고 이 파문은 중첩되어 서로 상쇄하고 보완하여 우리의 길을 만들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