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내란에 점점 커지는 ‘경제 위기’ 경고음

KDI, 세 달 연속 “경기 하방 위험 확대”

건설업 불황에 소비·설비 투자 뒷걸음

올해 들어 반도체 수출 증가세도 주춤

고용 한파로 실업급여 지급액 사상 최대

윤석열 파면 불발 땐 경제 대혼돈 빠져

2025-03-10     장박원 에디터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업 부진과 수출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0일 발간한 경제동향 3월호에서 내린 진단이다. KDI는 12·3 내란 사태 이후 3개월 연속 우리 경제의 ‘하방 위험’, 즉 경기가 더 침체할 수 있다는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내수 측면에서는 꽁꽁 얼어붙은 건설경기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고, 수출도 지난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불확실성이 증폭되며 하방 위험이 높아졌다. 내수와 수출이 삐걱거리며 고용시장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일당과 내란 옹호 세력의 난동으로 국내 정치적 불안이 장기화하며 경제에 대한 위기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새벽 인력사무소가 밀집한 서울 남구로역 인근 인도가 일감을 구하려는 일용직 구직자들로 가득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 수는 약 192만1천명으로, 1년 전보다 16만8천명이 줄었다. 이는 2017년 1월(188만9천명) 이후 가장 적은 수치이다. 2025.2.18. 연합뉴스

건설업 불황에 내란 사태 겹치며 얼어붙은 내수 경기

걱정스러운 점은 내란 사태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일 사법부와 검찰의 이해하기 힘든 결정으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이 구속에서 풀려나는 등 불길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면 투자와 소비가 급감하고 경제 위기 대응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가 하루빨리 윤석열을 파면하는 것만이 경제 파탄을 막는 길이다.

정부가 발표한 주요 지표를 보면 우리 경제가 심각한 상태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내수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설업 생산은 올해 1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넘게 줄었다. 이는 전산업 생산을 3.5% 후퇴시키는 요인이 됐다. 건설경기의 날개 없는 추락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뒤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른 게 결정적인 이유다

고금리 상황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할 수밖에 없다. 주요 사업지에서 착공과 완공이 모두 늦어지며 건설업 생산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는 건설업 취업자 통계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1월 건설업 취업자가 1년 전보다 17만 명 가까이 감소했다. 설비투자와 소매판매 지표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KDI 한국개발연구원 [연합뉴스TV 캡처]

트럼프 관세 폭탄 없었는데도 수출 증가세 둔화

올해 들어 수출 역시 증가 추세가 둔화하고 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주춤한 것이 주요 요인이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1.0% 증가했지만, 하루 평균으로 따지면 5.9% 줄었다. 문제는 트럼프 발 관세전쟁이 본격화하지 않았는데도 수출에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동차와 부품, 철강, 일반 기계 등 주요 품목에 실제로 관세가 붙으면 수출 실적은 급격히 꺾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내수와 수출이 모두 빙하기에 접어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고용시장은 이미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10일 발표한 ‘고용행정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은 일자리가 말라붙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지난달 고용보험 상시가입자 수 증가 폭(2월 기준)은 21년 만에 가장 작았다. 반면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 원을 넘어서며 1997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았다. 이는 경기 침체로 직장을 잃은 이들이 크게 늘었다는 것을 뜻한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38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만 3000명(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고용보험 가입자는 지난 1월 11만 5000명(0.8%) 증가하며 신용카드 대란 영향을 받았던 2004년 1월 이후 21년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작았다. 지난달에는 1월보다 조금 늘었으나 2004년 2월 13만 명대 이후 가장 작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작년 8월부터 7개월 연속 21년 만에 최소 폭 증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 가입자 수가 19개월째 줄어들며 고용시장 한파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제조업 가입자 수도 외국인 증가분을 빼면 17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서비업은 보건복지, 사업서비스, 전문과학, 교육 부문은 증가했으나 내수 불황으로 도소매와 정보통신은 감소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자료 : 고용노동부. 2월 고용동향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 1997년 이후 가장 많아

지난달 구직급여 신규신청자는 11만 7000명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만 3000명(25.1%)이나 증가했다. 구직급여 지급자도 66만 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 3000명(6.9%) 늘었다. 지급액은 1조 728억 원으로 작년보다 1109억 원(11.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월 기준으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7년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구직급여 지급액과 연동되는 최저임금이 증가한 영향 등도 있으나 불황으로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은 탓이 크다.

통계청은 12일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감 추이를 발표하는데 고용시장의 현실을 거듭 확신시켜줄 가능성이 크다. 지난 1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3만 명 넘게 늘었으나 노인 일자리 등 단기 임시직이 증가한 결과였다. 이는 15~29세 청년층 취업자가 22만 명 가까이 줄면서 2021년 1월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40대와 함께 경제의 주축을 이루는 50대 취업자 수도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KDI는 경제 동향 3월호를 발간하며 국내 정치 불안의 영향이 점차 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으나 그렇지 않다. 만에 하나 윤석열이 파면되지 않는다면 트럼프 발 무역전쟁으로 인한 혼란까지 겹치며 우리 경제는 대혼돈에 빠져들 게 뻔하다. 외국인 투자자가 이탈하며 주가는 급전직하로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이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그야말로 한국 경제가 백척간두에 서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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