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보다 정권안보에 신경쓰는 불온한 중 전인대?

5일 개막 전인대, 올해 성장목표 5% 안팎 제시

3년째 같은 목표치 “실제는 훨씬 더 낮을 것”

형해화한 전인대, 정치국 집단학습회에 더 주목

시진핑 "정치안전 수호가 제1과제" 가이드라인

2027년 공산당대회 앞둔 시진핑 4기 연임 포석?

2025-03-06     한승동 에디터
리창 중국 총리가 3월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 연설을 하는 모습. 2025.3.5.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올해도 실질 경제성장률 목표를 지난해와 같은 “5% 안팎”으로 잡았다.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리창 총리가 ‘정부활동보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3년 연속 ‘5% 안팎’ 성장목표치다. 리 총리는 지금 중국경제 불황을 심화시키고 있는 수요 부족과 소비 부진 등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고,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나가겠다고 했다. 재정 확대로 개인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의도다.

공산당 주 관심사는 불황 타개 아닌 정권 안정?

하지만 그 정도의 재정 확장으로는 지금의 불황을 근본적으로 타개하기 어렵다는 지적들이 있는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보호주의 관세정책으로 더욱 복잡해진 외부환경도 외수(수출)에 많이 기대야 하는 중국에겐 불리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공산당이 지금 가장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은 불황 탈출이 아니라 ‘국가 정권의 안전, 안정 유지’라는 시선도 있다.

재정확대로 개인 소비 촉진 기대

<일본경제신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올해 중국은 일반회계에 해당하는 일반공공예산의 세출을 전년도보다 1조 2000억 위안(약 239조 원) 더 늘려 29조 7000억 위안(약 5910조 원)으로 책정했다.

올해 정부 재정적자는 5조 6600억 위안(약 1126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 안팎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의 재정적자는 GDP의 3%였다. 재정적자에 포함되지 않는 특별국채 발행도 늘린다. 5000억 위안(약 99조 5천억 원)어치를 증발해 대형 국유은행 자본 조달에 활용한다. 이는 부동산 불황에 따른 기업들의 경영악화로 인한 리스크(위험)에 대비해 금융 시스템의 핵심인 대형 은행의 자본을 증강함으로써 금융 리스크를 억제하려는 것이다.

상환기간이 10년이 넘는 채권을 1조 3000억 위안(약 258조 원)어치 발행해 2024년 이후의 증액분에 상당하는 3000억 위안(약 60조 원)을 소비자들의 내구재 상품 개체(새 것으로 바꿈)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이 또한 소비 촉진 정책의 일환이다.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인프라 관련 채권도 증발한다.

전인대의 형해와, 단년도 성장목표 의미없어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의 정책 오류 누적의 결과인 지금의 심각한 불황을 단기간에 극복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2025년 단년도 경제성장목표 설정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3년째 ‘5% 안팎’으로 설정된 성장목표치에 대한 신뢰도도 높지 않다. 중국정부가 제시하는 연간 성장률은 발표치보다 몇 % 포인트 더 낮춘 수치가 실제 성장률에 가까울 것이라는 지적들도 있다. 게다가 전인대 개막과 함께 총리가 기자들에게 경제전략 등 정부활동보고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 온 기자회견 자체를 지난해부터 없애 버린 것도 전인대의 형해화를 상징한다. 원래 형식상 의회격인 전인대는 중국 헌법이 ‘국가의 최고권력기관’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공산당 중앙의 결정에 손을 들어주는 거수기 또는 고무 도장이라는 말을 들어 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창 총리. 3월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2025.3.5. 로이터 연합뉴스

당 중앙위 정치국 ‘집단학습회’ “경제보다 정권 안정”

이 때문에 전인대 직전에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연 ‘집단학습회’에서 무엇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는지를 더 주목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집단학습회는 매월 한 차례 정도 중국 권력의 핵심인 24명의 공산당 정치국원들이 모여 학습 토론하는 모임이다. 이번 전인대 개막 바로 전인 2월 28일 학습회의 주제는 “국가 정권의 안전 유지”였다. 말하자면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지금 가장 신경을 곤두세워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은 경제가 아니라 국가 정권의 안전과 안정이었다.

“주로 주택,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한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데 상당한 세월이 걸린다면, 그 긴 불온한 기간에 중국 지도부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국가 정권의 안전이라는 것이다.”(<닛케이> 3월 5일 ‘불온한 중국 전인대’, 중국총국장 지낸 나카자와 가쓰지 편집위원 겸 논설위원)

“국가의 정치 안전을 지켜내는 것을 제1(과제)로 삼고, 국가의 정권안전을 확고하게 유지하라”는 것이 시진핑 당 총서기이자 국가주석이 집단학습회에서 내건 화두였다. ‘정치 안전’이나 ‘정권 안전’이라는 말 앞에 굳이 ‘국가’를 붙여 놓은 것은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반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인대 개막 이틀 전인 지난 3일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로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4일 발동된 이 대통령령으로 중국은 지난 2월 4일부터 물고 있던 추가관세 10%에다 다시 10%의 추가관세를 더 얹어 20%의 추가관세를 물게 됐다.

중국은 이에 대해 10일부터 주로 미국산 농산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발동할 예정이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3월 2일 1면 머릿기사로 시 주석이 주도한 이 정치국 집단학습회 관련기사를 올렸다. 국가안전 법제를 주관하는 중국 국가안전부도 4일 공식 SNS에 이 집단학습회에 관한 논평을 올렸다.

2027년 공상당대회 앞둔 시진핑 4기 연임 포석?

그렇다면 국가의 정치안전, 그리고 국가의 정권안전이란 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국가의 정치안전이란 중국공산당이 지도하는 국가의 정치적 분열, 공산당 사상과 다른 이데올로기의 침투를 막아 안정적인 정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결국 중국공산당과 시진핑 정권을 옹호하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중국사회는 경제침체와 치안 악화, 정치 불안 조짐 속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외부환경까지 급변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중국공산당에게 가장 중점적인 과제는 국가 정권 안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닛케이의 분석이다. 그것은 또 2년 뒤인 2027년에 열릴 차기 중국공산당대회에서 시진핑 체제를 계속 보장받기 위한 포석이자 환경 만들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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