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최대로 해제” 최상목의 도 넘은 권한 행사
환경평가 1, 2등급 청정 지역까지 풀어
대통령 권한대행이 할 수 있는 결정 아냐
국정 혼란기 틈타 특정 집단 이익 관철
거부권 남발에 환경 정책 근간도 흔들어
정작 한시가 급한 소비 진작용 추경은 뒷전
최상목은 대통령이 아니다. 12·3 내란 사태로 대통령 윤석열이 국회에서 탄핵당하고 국무총리 한덕수도 직무가 정지되며 임시로 대통령 권한을 위임받은 임명직 관료일 뿐이다. 그런데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타이틀을 망각하고 마치 국민이 뽑은 대통령처럼 행세하고 있다. 국회가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각종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가 하면, 국회 추천 몫인 헌법재판관을 선별 임명하는 상식 밖에 행태를 보였다.
그러더니 이제는 환경과 국토 보존의 근간이 되는 그린벨트마저 훼손하려고 한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도 여론을 살펴가며 결정해야 할 중대 사안을 한낱 권한대행이 아무 거리낌 없이 추진하는 것이다. 그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밑에서 충견 노릇을 했다. 그런 만큼 스스로 반성하며 대통령 권한을 최대한 절제하며 행사해도 모자랄 판에 해서는 안 될 정책까지 강행하고 있으니 기가 찰 뿐이다.
17년 만에 그린벨트 해제 총면적 확대
최 권한대행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국가 및 일반 산단, 물류단지, 도시개발사업 등 국가와 지역의 다양한 전략사업을 적극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2008년 이후 17년 만에 해제할 수 있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총면적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린벨트를 최대한 풀어 비수도권 지역에 기업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청정 지역인 환경평가 1, 2등급 그린벨트까지 풀겠다고 했다. 다만 대체 그린벨트를 새로 지정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환경평가 1, 2등급지는 아무리 대체지를 지정해도 해제해서는 안 되는 곳이다. 환경평가 1, 2등급지는 산림과 수질 등 자연이 잘 보존된 지역이다. 경사가 가파르고 표고가 높아 개발도 쉽지 않다. 이런 그린벨트까지 풀어 산업단지와 물류센터, 주택을 짓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미친 짓’이다. 책임감이 있는 국정 운영자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정책 결정이다.
그린벨트 풀어 15곳에 지역 전략사업 유치
최 대행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국토교통부는 비수도권 지역 전략사업 15곳을 조성하기 위해 여의도 면적 15배 규모의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해제할 수 있는 그린벨트 면적(해제 총량)이 이 정도로 늘어나는 건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이후 17년 만이다. 국토부는 “기업이 산업단지와 물류단지, 주택을 많이 지을 수 있도록 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린벨트를 풀어 부산에는 제2에코델타시티와 해운대 첨단사이언스파크, 대전에는 나노반도체·우주항공 국가산업단지 등을 만들겠다는 계획안도 제시했다.
이번에 정부가 지정한 지역 전략사업 15곳에서 해제를 검토하는 그린벨트 면적은 총 42㎢다. 이는 비수도권 그린벨트의 1.7%를 차지한다. 이중 환경평가 1, 2등급지는 14.6㎢(35%)에 달한다. 국토부는 “그린벨트 보전 가치가 중요하다는 기본 원칙에는 변함이 없지만,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이번 개발제한구역 국가·지역 전략사업을 선정한 것”이라는 강조했다. 국토부는 또 15개 지역 전략사업의 총사업비는 27조 8000억 원으로 이에 따른 생산 유발효과가 124조 5000억 원, 고용 유발 효과는 38만 명이라고 밝혔다. 마구잡이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해 검증도 안 된 경제 효과를 부풀려 발표했으나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경제 망가지고 있는데 자화자찬만 늘어놓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즉각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반대 성명을 냈다. 경실련은 최상목 권한대행이 국정 혼란기를 틈타 장관회의를 빌미로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보호하고 국토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모호한 지역경제 활성화나 산단 조성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허용하고 국민 생활과 미래세대를 위한 토지이용규제를 낡은 규제로 치부하면서 없애겠다는 건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보호하고 무분별한 개발을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공공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보루인 환경평가 1, 2등급지까지 해제한다면 대한민국 그린벨트는 사실상 무너지는 것으로 개발도상국에서나 있을법한 후진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최 대행은 지난해 12월 27일 한덕수 전 권한대행이 국회 탄핵으로 직무 정지되면서 권한대행 업무를 맡았다. 그는 25일 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두 달을 회고하며 자화자찬하기에 바빴다. “시행령과 시행 규칙 개정으로 정책 100건 이상을 발굴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으며, 지역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지방의 악성 미분양 주택 매입과 4조 3000억 원 규모의 철도 지하화 사업 등 대책을 내놨다. 미국발 통상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역대 최대규모의 무역금융 지원방안과 수출 품목·지역 다변화 대책도 발표했다. 다행히 우리 국민과 기업이 함께 힘을 합친 결과 이달 초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기존 'AA-'로 유지했다.”
그린벨트 해제 중단하고 추경부터 서둘러야
그러나 우리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극심한 소비 침체로 내수 경기는 더 추락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수출 기업들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국내외 금융기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 초중반까지 내렸다. 올해 1.0%의 성장률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곳도 등장했다.
꺼져가는 소비 불씨를 살리고 성장률의 추가 하락을 막으려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시급한데도 최상목 권한대행은 여야가 합의하면 시작하겠다는 속 편한 논평만 내놓고 있다.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해서는 안 되는 정책에만 매달리는 그의 권한 남용을 막으려면 신속한 윤석열 파면과 조기 대선으로 새로운 정부를 세우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