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경기진작 필요하다면서 추경엔 부정적
재정정책 시행 걸림돌은 불어난 재정적자
성장률 1.6% 전망…석 달 만에 0.4% 내려
소비·투자 등 모두 하향…오른 건 실업률뿐
"정국 불안 길어지면 성장률 더 낮출 수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1월보다 0.4%p 낮춘 1.6%로 내렸다. 나아가 12.3 비상계엄 내란 수습 등이 지연되면 성장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잠재성장률도 기존 2.0%에서 이미 1%대로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성장률만 낮춘 게 아니라 소비, 투자, 수출입, 경상수지 등 모든 지표가 하향 조정됐다. 유일하게 ‘마이너스’가 붙지 않고 오른 것은 ‘실업률’이다. 낮아져야 좋은 지표만 오르고, 나머지는 다 내려갔다.
KDI는 경제성장률 이외에도 수출, 소비, 투자 등 대부분의 경제 지표를 하향 조정했다. 국내 정국 불안이 장기화하고,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 등으로 통상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에 대응한 경기진작을 위해 통화·재정정책의 뒷받침이 필요하고 지적했다. 이에 두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추경 편성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보였다. 재정적자가 많이 불어나 재정을 확대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한국개발연구원이 11일 발표한 '경제전망 수정'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6%로 지난해 11월 전망치(2.0%)보다 0.4%p나 떨어졌다. 특히 상반기는 0.9%로 극도의 부진이 예상되고, 하반기는 2.2%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내린 것은 비상계엄 내란사태에 따른 정국 불안과 미국 관세 압박 등 동상환경 악화 등으로 경제 하방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KDI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이미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 국제통화기금(IMF·2.0%), 정부(1.8%) 전망치보다 낮고, 한국은행(1.6∼1.7%)과 비슷한 수준이다.
건설업 침체와 서비스업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제조업 증가세마저 둔화하면서 성장 동력이 약화됐다.
부문별로 보면 소비는 경기 상황에 비해 높은 금리가 지속되고, 정국 불안에 따른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민간 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투자의 경우 설비투자는 반도체 경기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2.0%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종전 전망치(2.1%)보다 0.1%p 낮은 수준이다. 건설투자는 누적된 수주 부진 영향이 지속되면서 1.2%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인 -0.7%보다 감소율이 높아진다고 본 것이다.
최근 내수 경기의 부진이 계속되고 통상환경이 악화되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던 수출 증가세도 꺾였다. 연간 물량 기준 총수출 증가율은 종전 전망치 2.1%에서 1.8%로 낮아졌다. 이는 지난해(6.9%)의 4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상품 수출은 종전 전망치보다 0.4%p나 낮은 1.5%로 하향 조정 폭이 컸다. 총수입 물량도 0.2%p 낮춘 1.9%로 조정됐다.
경상수지 흑자 폭 전망치도 930억 달러에서 897억 달러로 33억 달러나 줄었다. 지난해 경상수지는 990억 달러 흑자였다. 수출금액 전망치도 종전보다 152억 달러 감소한 6996억 달러에 그쳤다. 특히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물가는 내수 부진으로 낮은 수요 압력이 지속되면서 올해 1.6%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1.5%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두 전망치 모두 종전 전망에서 변동이 없다. 다만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 전제는 최근 유가 상승세를 고려해 배럴당 74달러에서 75달러로 소폭 상승했다.
취업자 수 증가는 10만 명으로 기존 전망보다 4000명 감소했다. 실업률은 종전 전망치보다 0.1% 상승한 2.9%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실업률(2.8%)보다도 오른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