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면회' 빌미, 내란수괴 메신저로 나선 국힘 지도부

권성동, 권영세, 나경원 윤 면회 뒤 비상식 언동

구치소 앞에서 '내란 정당화' 윤의 궤변 전파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국힘 입장이 아냐"

민주당 "당사를 구치소로 옮기는 게 나아"

헌법학자 "정보 주고받는 것 자체가 잘못"

2025-02-03     김민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면회를 마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3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2.3. 연합뉴스

'내란 수괴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자신의 탄핵심판 변론으로 중개되고, 이번에는 '개인적인 면회'라는 핑계로 국민의힘 지도부인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해 나경원 의원까지 합세해서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재생산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이들의 대통령 면회를 두고 '민심 좀 신경써라'는 쓴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법학자들은 '윤 대통령의 메시지 전달'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이 3일 오전 11시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석열 대통령을 면회했다.

권 대표는 면회에 앞서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설 연휴 기간동안 기자의 전화를 받고 (대통령 면회를) 인간적인 차원으로 간다고 이야기했다"며 "비대위원장도 대학 시절부터 선후배로 깊은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같이 가는 게 좋겠다고 해서 함께 (면회를) 신청했다"고 전했다.

권 대표는 "개인적인 차원으로 면회를 가는 것이라서 대통령과 탄핵 심판이, 형사 재판에 관해서 논의하는 것은 아니"라며 "정치 현황, 수사, 재판 등도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권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면회가 '개인적인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공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앞뒤가 다른 말을 했다. 기자가 '원내대표라는 자리는 행동 하나하나가 메시지인데, 대통령 면회를 재고할 생각이 있는지'라고 질문하자, 권 대표는 "기자에게 (대통령 면회) 이야기했을 땐 공개적으로 한 말이 아니겠나"라며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고 판단 한 것이다. 정치 이전에 인간 대 인간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친구가 어려울 때 가서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은 인간으로 당연한 도리"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5.2.3.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와 윤 대통령의 면회는 30분가량 진행됐다. 나 의원은 면회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대통령께서 줄탄핵을 비롯한 예산 삭감으로 인해 국정이 마비되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며 "(윤 대통령이) 대통령의 무거운 책임감으로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자리에서 무겁게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한 것"이라고 궤변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당이 하나가 되어 20·30 청년을 비롯해서 국민 여러분에게 희망을 만들어 줄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며 "여러 가지 국제 정세, 세계 경제와 관련해서 대한민국 걱정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이들이 윤 대통령 면회를 진행한 것은 극우 세력에게 '옥중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제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앞장서서 극우 세력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지경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 면회'를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간적 도리를 왜 이런 방식으로, 왜 이제서야 하냐"며 "대통령이 뜬금없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그 때문에 탄핵당하는 과정에서 친윤이라는 분들은 무슨 일을 했냐. 대통령이 국민의 지지를 받아 온전하게 임기를 마무리하도록 민심을 전달하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여당 지도부와 참모들의 인간적 도리"라고 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임기 중에는 참모로서 듣기 좋은 소리만 하다가, 대통령이 구속되고 나서야 새삼스럽게 인간적 도리를 다하기 위해 대통령을 만난다는 건 비겁하다"며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만나는 일정에 '개인적 차원'이라 변명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그것은 국민의힘의 공식적인 입장인 것처럼 비쳐질 것이다. 거기에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단언했다. 

조경태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인간적 의리를 내세우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 정당이라는 것이 조폭 조직과는 달라야 하는 것 아니겠냐"며 "아무리 개인적인 행동이라고 하지만 '계엄 옹호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혀 민심에 맞지 않는 모습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 대통령 면회를 한 것에 대해 "차라리 당사를 구치소로 옮기라"고 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집권 여당 1·2인자라면 현 상황에서 내란수괴와의 인간적 관계를 끊어야 한다"며 "사죄하는 자세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선공후사해야 한다. 오늘 면회는 당과 대통령이 만나 현안에 대해 총체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쌍권총 회동'"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 면회를 마친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이 탄 차량이 3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2025.2.3. 연합뉴스

이어 "두 대표는 대선을 위해, 윤석열은 탄핵 기각 및 형사 재판 무죄를 위해 집토끼를 잡아야 한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민생 진정성' 운운하기에 앞서 내란수괴와 단절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 전달에 대해 헌법학자도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헌법학자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윤 대통령이 정치인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고 그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는 상황"이라며 "분명히 통제돼야 한다. 구속을 하는 이유는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인데, 변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랑 마음대로 소통하고 정보를 나누면 구속하나 마나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명예교수는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대해서 "변호사와 변호인단의 통신을 막을 방법은 없다"며 "이 부분은 변호사 단체에서 제재하고 징계를 해야 할 사안이다. 변호사 단체가 변호사 윤리 확립이라는 점에서 너무 소극적이다. (윤 대통령) 변호인들이 변호사 윤리를 벗어나고 있는 게 한둘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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