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대혼란 일단락…극소수 극우그룹에 ‘볼모’

하원의장에 매카시, 15번째 투표서 가까스로 당선

프리덤 코커스, 주요 법안·국제관계에 영향력 확대

중국 관영지 “미국, 분열 덮고자 중국을 적 삼을 것”

2023-01-07     이유 에디터

 

미국 하원은 의회 공전 4일째인 6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고 제118대 의회의 의장을 선출하기 위한 투표를 이어갔으며 자정을 넘긴 7일 새벽 15번째 투표 끝에 당선자를 확정했다. 2023. 01 07.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의회가 1세기 만에 다시 연출된 대혼란을 마무리 지었다.

미 하원은 의회 공전 닷새째인 7일(현지시간) 새벽 본회의를 열어 제118대 의회의 의장을 선출하기 위한 15번째 투표를 실시해 마침내 다수당인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를 하원의장으로 선출했다. 미국 하원이 의장 선출투표를 10차례 이상 진행한 사례는 남북전쟁 직전인 1859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매카시의 당선은 당내 초강경파 의원들의 지지를 추가로 끌어냄으로써 가능했다. 특히 이번 사태를 주도한 ‘프리덤 코커스’ 소속 멤버들을 상대로 각종 양보안을 제시하면서 설득 작업을 벌인 결과이다. 앞으로 공화당에서 이들 그룹의 목소리가 커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들은 대부분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력히 지지하는 인물들이며, 그 중 매트 게이츠(플로리다) 의원이 ‘매카시 반대’의 선봉에 서왔다.

이들은 외부에서는 ‘극우 보수주의자’로 비치는 매카시마저도 ‘너무 물러 터졌다’고 비난할 정도로 극단에 서 있다. 원내대표 시절 조 바이든 민주당 행정부를 상대로 대차게 싸우지 못하고 지나치게 타협적인 자세로 일관했기에 또다시 중책을 맡길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미 공화당 강경파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 로이터=연합뉴스.

매카시는 결국 정치적 거래를 택했다. 표를 얻고자 이들 초강경파 의원들의 요구 사항 중 상당 부분을 수용한 것이다. 예를 들면 △ 하원의장 해임결의안 제출 기준 모든 의원으로 완화 △ 하원 운영위에 프리덤 코커스 의원들 배치 △ 모든 법안의 투표 전 72시간 게시 △ 연방 차원의 상·하의원 연임제한 도입 등이 있다.

이들은 의장단의 권한은 줄여 평의원의 권한을 늘리는 한편, 민주당 정부와의 싸움을 위해 의사규칙 개정을 요구해왔는데, 이번에 자신들의 요구를 상당 정도 관철한 셈이다.

매카시 앞에는 난관이 놓여 있다. 이들 극우 초강경 그룹에 휘둘릴 수밖에 없어서다. 이미 극우에 가까운 공화당의 기류가 더 오른쪽 끝으로 밀려갈 공산이 크다. 그 경우 민주당과 바이든 행정부와는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사사건건 치고받는 일이 날마다 벌어질 수 있다.

미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에 영향을 미칠 주요 법안과 국제협정, 나아가 국제관계가 이들 소수에게 볼모로 잡힐 우려가 적지 않다. 부채 상한 제한, 부자 감세에 이어, 저소득층 사회보장 및 건강보험 예산, 기후 위기와 청정에너지 예산 등이 삭감 쪽으로 방향이 잡힐 수 있다.

 

미 해군 7함대 소속의 이지스 구축함인 정훈함(DDG-93)이 5일 대만해협을 통과했다고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이 보도했다. 2023. 01. 06. 연합뉴스

이번 사태를 특히 불안한 눈길로 지켜본 나라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일단 닷새간의 공전 끝에 가까스로 미 의회가 정상화됐지만, 이번 사태에서 확인된 미 국내 정치의 대립과 분열이 미·중 관계를 더 악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민주당과 공화당이, 그리고 공화당 내의 중도파와 초강경파가 내부 대립과 분열을 봉합하고자 할 때 중국을 ‘공동의 적’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작년 7월 자신의 공언대로 매카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미 의회의 대중 공세와 관계 악화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중국의 보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 5일자 사설은 중국 정부 당국의 시각을 엿볼 수 있어 주목할 만하다. ‘1세기에 한 번 있는 미국의 정치적 혼란이 세계를 뒤흔든다’라는 제목의 사설은 “현재 워싱턴에서는 미국 내의 정치적 분열을 덮고 완화하며 다른 데로 돌리고자 미국 밖에서 ‘적’을 찾거나 만드는 완전히 비합리적이고 위험한 경향이 표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설은 경제적 부상과 미국과 다른 정치 시스템과 이념을 지닌 중국을 “미국의 적”으로 규정하고 “일부 의원은 앞다퉈 중국에 거칠게 대하고, 거칠수록 더 좋다는 태도를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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