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버리기 주저하는 국힘, 위기 장기화 초래"

포린 어페어즈, 국민 통합보다 윤 선택 국힘 비판

"한국 민주주의 운명, 평범한 한국인에 달려"

"국힘, 윤 극렬 지지 극우 세력에 충성"

"이재명, 트럼프 오만-샌더스 진보 결합"

2025-01-30     이유 에디터

"감사하게도, 한국 민주주의의 운명은 차기 대통령을 포함해 어떤 한 사람의 손에 달려 있지는 않다. 이것이 위기의 순간에 평범한 한국인들이 뭉쳤던 12·3의 궁극적 교훈이다."

 

4일 새벽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계엄해제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한국 민주주의 운명은 위기의 순간

뭉쳤던 평범한 한국인들 손에 달려"

존 덜레리 이탈리아 존 캐벗대 방문 교수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생존할 수 있을까'란 제목의 <포린 어페어즈> 27일 자 기고를 통해 불법 계엄령 선포를 통한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무력화와 영구 독재 시도를 저지하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보통 한국인의 시민혁명을 이렇게 평가했다. 덜레리 교수는 연세대 교수로도 재직한 바 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맞다. 국회의원들이 의사당으로 달려간 것도 매우 중요했다. 그러나 (의사당으로) 그들의 진입을 돕고 계엄군과 맞선 군중들도 그랬다. 금지 명령에도 계속 보도했던 언론인들도 그랬다. 분노를 자아내는 윤석열의 명령을 수행하는 경찰관과 군인들조차도 눈에 띄게 소극적으로 그들은 감히 국민을 상대로 무력을 사용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12월 3일 비상계엄령 선포와 국회 등에 계엄군 투입,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로부터 시작해 △ 한국 시민들의 '빛의 혁명'과 이에 힘입은 국회의 윤석열 탄핵소추안 의결(12월 14일) △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법원의 윤석열 체포영장 발부(12월 31일)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1월 3일)와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석열의 저항 △ 윤석열 체포·구금(1월 15일) △ 서울서부지법 윤석열 구속영장 발부(1월 19일)와 법원 난입, 폭동 △ 검찰의 윤석열 구속기소(1월 16일) △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심판 진행 등에 이르기까지 지난 두 달의 한국 정치 상황은 파란만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4차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증인신문을 하자(사진 왼쪽), 김 전 장관이 답변하고 있다. 2025.1.23. 연합뉴스

"윤석열, 자유 민주주의 구하고자

자유 민주주의 뒤엎는다고 선언"

12·3 계엄령 선포에 대해 덜레리는 윤석열이 나치 정치철학자인 칼 슈미트의 '예외 상태'(a state of exception)란 개념을 빌어 "자유 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를 구하기 위해 자유 민주주의를 뒤엎는다고 선언했다"면서 "그러나 한국인들은 윤의 권력 장악에 호락호락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덜레리는 윤석열이 계엄령을 선포했던 '12월 3일 밤'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취약하다"란 점을, 그리고 '지난 두 달의 사건들'은 "수십 년의 군사독재를 겪고 나서 1980년대 말에 확고해진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취약한 한국의 민주주의를 보완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길은 멀다는 게 그의 견해다. 뭣보다 문제는 보수적인 윤석열의 정당인 국민의힘이 대체로 여전히 윤을 지지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내 극단주의 세력에 영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서울서부지법 내부로 들어가 판사 개인 집무실 문을 발로 차서 부수며 수색하는 폭도들. JTBC 영상 갈무리

국힘 기반으로 떠오른 극우 세력

"윤석열의 극렬 지지자들에 충성"

한국인 대부분은 '종북 세력, 반국가세력 척결'을 비상계엄 선포의 '구실'로 내건 윤석열의 주장이 "터무니 없다"고 봤지만, 일부 극우 세력에선 공감을 얻었다고 그는 소개했다. 덜레리 교수는 이들 극우 집단은 △ 대부분 불만에 찬 나이 든 전통주의자(수구)와 화난 젊은이들로 구성됐고 △ 우파 유튜브 영상을 통해 뉴스를 얻으며 △ 주류 언론인들이나, 윤석열의 쿠데타 미수를 성토했던 보수주의자들도 포함한 기성 여론 주도층을 무시한다고 설명했다.

덜레리는 "한국의 극우는 윤석열의 정치 기반일 뿐 아니라, 그의 당(국힘당)의 기반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그 결과, 국힘당은 건강한 민주주의 체제의 보수당들이 하는 극단주의 통제 기능을 못 하고, 그 대신에 망신당한 대통령과 그의 극렬 지지자들에 충성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덜레리 교수는 국회의 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당 대표직에서 사실상 쫓겨난 국힘당의 한동훈 전 대표와 '왕따'를 당하는 몇몇 의원들을 언급한 뒤 "국힘당은 윤석열을 버리고 중도로 향하기보단 강경한 목소리의 소수에 영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역에서 설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 2025.1.24 [공동취재] 연합뉴스

'윤석열 버리기' 주저한 국민의힘

12·3 이후 한국 위기 장기화 주범

그러면서 12·3 계엄 선포 이후 한국의 위기 장기화의 주된 책임을 국힘당으로 돌렸다. 그는 윤석열 버리기에 "국힘당이 주저하면서 위기의 장기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의 직무 정지 이후 차례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를 겨냥한 뒤 "윤석열을 밀어냄으로써 나라를 통합하려 하기보단 헌재 재판관 임명을 거부함으로써 헌재의 윤석열 탄핵 심판 능력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덜레리는 "최악의 시기에 이런 교착 상태가 왔다. 한국은 수많은 지정학적, 경제적 도전들에 직면해 있다"며 원화 약세, 주가 폭락에 이어 관세 등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른 도전들도 거론했다.

덜레리는 "헌재가 윤석열에 대한 탄핵을 인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한국이 마주한 지금의 위기는 몇 달 후면 끝날 것 같다"라고 봤다.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를 것을 염두에 둔 전망이다. 그는 "민주당이 이긴다면, 그 대통령은 입법부에서 꽤 큰 다수를 누리고 진정한 변화를 향한 대중의 열망을 다루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의 지지도 폭락에 원인이 된 생계비 폭등, 의료대란 장기화, 공직자의 독직과 부패 등의 현안을 거론한 뒤 민주당은 "이런 문제들의 뿌리를 해결해야 하는 책무를 갖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문 전 대통령 예방 후 사저에서 나와 이동하고 있다. 2025.1.30 연합뉴스

"이재명, 노동계급을 위한 투쟁가

트럼프 오만과 샌더스 진보 결합"

국힘당에 대해선 "선거에서 참패한 이후에 재구축을 해야만 할 것이며, 그래야 온건파에게 당을 중도 쪽으로 이끌도록 기회를 줄 수가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한국의 보수는 그들의 악마들과 씨름해야 하는 긴 밤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덜레리 교수에 따르면, 민주당도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뭣보다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정치인"인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을 포함해 수많은 기소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덜레리는 "법률적 논란과 종종 상반된 평가에도 많은 리버럴(자유주의자)은 이재명을 여전히 한국이 요구하는 그런 인물로 본다"면서 "가난에서 성장해 노동 변호사와 진보적 정치인이 된 노동계급을 위한 투쟁가, 그리고 트럼프의 오만함과 진보적인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의 정책을 결합한 어떤 인물이다"라고 소개했다.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대로에서 2박3일째 ‘윤석열 체포 촉구 행동’에 참여하고 있다. © 정혜경 의원실

지금 한국엔 '위기관리'와 함께

'아래로부터의 개혁' 필요하다

지금 이 시점에 한국에는 단지 '위기관리'뿐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그는 조언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한국을 바로잡는 주체는 "정치 지도자들보다는 평범한 한국민의 어깨에 달려 있다"고 보고 이를 위해 △ 성별 대립 △ 세대 장벽 △ 한국 정치를 강타한 허위 정보 폭주 등을 시급히 극복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덜레리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회복하려면 시민사회에 더 많은 권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한국의) 엘리트들은 정치적 위기 이후의 순간을 풀뿌리 세력의 영향력을 제약하는 데 활용했다"며 "바로 지금이 그렇게 하는 대신에 풀뿌리 세력이 대중의 참여 확대와 법적 규제 완화와 함께 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선거 과정과 당 시스템을 요구할 때이다. 보통의 한국 시민들은 대규모 시위뿐 아니라 지속적인 높은 투표율을 통해서 입증해왔듯이 그들은 그런 더 높은 수준의 역할을 해낼 준비가 돼 있다"라고 평가했다.

 

1987년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친 6월항쟁 시위의 한 장면.

"하룻밤 새 군사독재 저지 한국인들

한국 민주주의 체제 잘 몰고 갈 것"

덜레리는 "한국은 또한 사회정치적 분열을 메우기 위해 더 많은 작업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리버럴이든 보수든 다음 정부는 시민의 삶에 활기를 주고 성평등을 증진할 세대 간 구상들을 지원해야만 한다"고 조언하고 궁극적으로 1948년 미군정 하에서 제정되고 1987년 군사독재 치하에서 개정된 현행 헌법의 개정 시기도 결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논평했다.

그는 "이들 단계 중 어느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이 계엄령을 선포했던 밤이 나쁜 기억에 불과할지라도 한국 민주주의는 심각한 투쟁들을 마주할 것이다"라면서 "그러나 한국 시민들은 그 일을 해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이 그 이전 세대의 독재자들을 몰아냈듯이 하룻밤 사이에 하나의 군사독재를 저지했다면 앞으로 다가올 몇 년 동안 자신들의 배(한국 민주주의 체제)를 잘 몰고 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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