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으로 거짓을 덮는 ‘리플리’ 윤석열

온갖 궤변과 거짓말로 12·3 내란 정당화

국회 고유 기능 무시하고 입법 폭주 주장

12·3 내란 윤석열의 무지와 무능의 결과

2025-01-24     송요훈 편집위원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송요훈 편집위원

세상의 모든 일에는 인과관계가 있습니다.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습니다. 그것이 세상의 진리이고 자연의 이치이기도 합니다. 사과나무를 심었으니 사과꽃이 피고 사과가 열리는 것이지, 사과나무에서 배꽃이 피거나 바나나가 열리는 일은 없습니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이런 세상의 이치를 거부합니다.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인데, 콩을 심지도 않았는데 콩이 났다 하고, 콩 심은 데서 팥이 나왔다고 우겨댑니다. 조선일보도 그렇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벽과 유리창 등이 파손돼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콩 심은 데서 팥이 나왔다고 우기는 내란 세력들

윤석열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하여 깨고 부수는 난동을 저질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의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광분해서 그런 겁니다. 법원은 왜 구속영장을 발부했을까요? 대통령 윤석열이 계엄령을 발동하여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헌법을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은 왜 친위 쿠데타를 일으켰을까요? 윤석열은 국회의 입법 폭주, 예산 폭거, 탄핵 남발로 국정이 마비되어 계엄을 발동하여 국회에 경고하려고 했다고 주장합니다. 진짜 그랬는지 따져볼까요?

민주당의 입법 폭주라 합니다. 그런데, 따져 보자구요. 민주당이 추진하고 국회에서 의결한 법 중에서 국정을 마비시킨 게 단 하나라도 있나요? 김건희 특검법, 채수근 해병 특검법에서 간호법, 양곡법에 이르기까지 윤석열 대통령은 자기 맘에 들지 않는 그 모든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법안이 공포되지 않았으니 국정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대통령의 막무가내 거부권 행사와 그런 대통령을 일사불란하게 비호하는 여당의 막무가내 행태에 다수 야당도 어쩌지 못하는 무력감에 분노하는 국민이 훨씬 많았습니다.

국회의 고유 기능 무시하고서는 입법 폭주?

입법·사법·행정에서 입법은 국회의 고유 기능입니다. 각 정당은 시대 변화와 여론을 반영하여 또는 선거 때 내세운 공약 실천을 위해 새로운 법을 만들고 기존의 법을 개정합니다. 그 법에는 여야가 합의한 것도 있고,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도 있고, 대통령이 소신으로 또는 개인적 이유로 거부하는 것도 있을 겁니다.

어쨌거나 입법을 추진한 쪽이든 거부한 쪽이든,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는지는 나라의 주인인 주권자들이 선거로 심판하게 됩니다. 대통령이 계엄령을 발령하고 군대를 동원하여 국회를 폐쇄하고 정적과 야당 국회의원들을 싸그리 잡아다 가두고 전두환의 국보위처럼 국회를 대체하는 입법기구를 만들어서 해결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예산 폭거라고 합니다. ‘내란 수괴’ 윤석열은 12.3 계엄령 담화에서 민주당이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하여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어 국정은 마비되고 국민의 한숨은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짜 그런가요? 길게 설명할 거 없습니다. 국회를 통과한 2025년 예산은 673조원입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민주당은 4조 원을 삭감했습니다. 기재부 ‘쌈짓돈’으로 불린다는 예비비와 권력기관의 특활비를 주로 삭감했고, 삭감 규모는 전체 예산의 1%에도 미치지 않습니다. 반면, 정부는 전년도의 예산에서 저소득층 임대주택, 고교 무상교육 예산 등 13조원을 줄였습니다.

따져 보자구요. 고작 1%도 안 되는 예산을 삭감했고 영수증 없이 제 주머니의 현금처럼 쓰는 권력기관의 특활비를 줄인 것인데, 그걸 예산 폭거라 할 수 있나요? 지금 대한민국은 마약 천국이 되고 민생 치안이 공황 상태가 되고 국정은 마비되고 국민의 한숨이 늘어가고 있나요? 예산 좀 삭감했다고 대통령이 계엄령 발동하고 군대를 동원하여 사실상 국회를 해산하려 해도 되나요? 그렇다면 작년에 R&D 예산을 무려 16.6%, 5조 2천억 원을 대폭 삭감한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갑작스런 R&D 예산 삭감으로 진행 중이던 연구가 중단되고 유능한 연구인력이 중국으로 유출되기도 했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2025.1.21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탄핵받아 마땅한 검사 탄핵이 '탄핵 남발'?

탄핵 남발이라 합니다. ‘내란 수괴’ 윤석열은 계엄령을 선포한 이유 중의 하나로 민주당이 ‘다수의 검사를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를 마비시키고, 행안부 장관 탄핵, 방통위원장 탄핵, 감사원장 탄핵, 국방 장관 탄핵 시도 등으로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다’고 했습니다.

몇 명의 검사들이 탄핵 소추된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따져 보자구요. 모든 검사들은 임용될 때, ‘검사 선서문’을 낭독합니다. 쉽게 말해 좋은 검사가 되겠다고 맹세하는 것이죠. 그 ‘검사 선서문’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섭니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

국회의 탄핵 소추를 받은 검사들 중에는 검찰 내부에서 ‘친윤’으로 불리고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씨의 ‘디올백 선물’과 ‘주가조작 사건’에 불기소 처분을 내린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3명, 검사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한 고발 사주 사건으로 기소된 손준성 검사와 서울시 간첩 조작사건에서 보복적 기소로 권한 남용이 확인된 안동완 검사가 포함돼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그 검사들은 ‘검사 선서문’을 실천하고 있는 검사들로 보입니까?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에서 탄핵 소추가 이뤄진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와 대리인인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왼쪽)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첫 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2024.2.20. 연합뉴스

윤석열의 무지와 무능이 12·3 계엄으로

12·3 계엄 이전의 상황을 볼까요? 12·3 계엄 나흘 전에 나온 한국갤럽의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19%였습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초기에 잠시 50%를 넘었을 뿐 임기 내내 서서히 그러나 꾸준하고 일관되게 하향 추세를 유지했습니다.

지지율 추이가 그 모양일 수밖에 없는 게, 이태원 참사 같은 대형 사고도 있었고,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와 엉망으로 끝난 새만금 잼버리 대회는 세계의 망신을 샀고, 검찰총장 그만두고 집에 칩거하며 대선 출마를 준비할 때는 반려견 산책도 끊고 밑줄까지 쳐가며 외교, 안보 과외 열공을 했다는데 갈수록 외교도 경제도 엉망이고, 부인의 주가조작 문제도 해결을 못 했는데 디올백 선물 받은 게 터지더니 누가 대통령인지 모르겠다는 국정개입 의혹이 폭죽 터지듯 계속 터지고, 한 방에 선거국면을 뒤집으려는 선거용 카드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카드를 휘둘렀다가 의료사태로 비화되고, 채수근 해병 사망 사건은 용산 대통령실과 여당인 국힘당을 난사하는 부비트랩이 되었는데, 이어진 명태균 게이트는 시한부 환자의 생명을 이어주는 연명장치의 전원을 차단하려 하고...

윤석열의 12·3 계엄은 구국의 결단이 아닙니다. 무지와 무능으로 실정이 쌓이고, 오만과 독선으로 악행이 이어지고, 고집불통 청개구리 행태에 질려 민심 이반이 가속화되어 궁지에 몰리고 후사가 불안해지자 군대를 동원한 친위 쿠데타로 한 방에 판을 뒤집으려는 도박을 한 겁니다. 정치적 반대자들을 싸그리 없애버리려는 도박이 윤석열의 12·3 계엄입니다.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국회 본청에는 계엄군이 진입했다. 국회의 발 빠른 결의로 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그 여파는 컸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수사기관의 수사를 동시에 받는 처지가 됐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는 장면. 2024.12.17. 연합뉴스 

'리플리 증후군'에 갇힌 윤석열과 내란 추종자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인과관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과 그의 변호인들과 내란 우두머리를 배출한 국힘당과 윤석열과 특별한 관계인 걸로 추정되는 조선일보는 12·3 계엄은 잘못이지만 민주당에도 잘못이 있다는 물귀신 작전, 내란 피의자임에도 수사에 불응하는 행태는 외면하고 그래도 명색이 대통령인데 수갑 채워 끌고 나와야 하느냐는 본말전도의 왜곡, 법원 난입 폭동은 법치를 짓밟는 것이라면서도 구속영장에 적힌 구속의 사유가 겨우 15자라고 꼬투리를 잡아 법원에도 잘못이 있다는 양비론으로 혹세무민의 선동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리플리라는 청년이 있습니다. 낮에는 호텔 벨보이, 밤에는 피아노 조율사로 일하는 청년입니다. 상류사회에 대한 동경과 욕망이 가득한 리플리에게는 세 가지 재주가 있습니다. 남의 서명을 똑같이 베끼는 재주가 있고, 한 번 들었는데도 남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 내는 재주도 있고, 상황에 따라 표정 변화 없이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리플리는 명문대 자켓을 입고 부잣집 파티에 일을 하러 갔다가 그 부자의 눈에 뜨이게 됩니다. 그 부자의 아들도 그 대학 출신입니다. 그때부터 리플리의 거짓은 시작됩니다. 잠깐 엿본 상류사회, 잠시 맛본 상류사회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리플리는 좋은 머리로 순간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재주와 서명을 위조하는 재주 등 가짜를 창조하는 재주로 점점 더 깊숙이 상류사회에 중독되고 결국 자기를 보살펴준 부잣집 아들을 살해하는 살인까지 저지릅니다.

리플리는 영화 <미스터 리플리>의 주인공입니다. 그 영화 덕분에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용어까지 생겼습니다.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은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일종의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의미합니다. 언제부턴가 윤석열 대통령이 등장하는 뉴스를 볼 때마다 리플리가 연상되곤 했습니다.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대통령, 그러다 결국 내란 우두머리가 된 대통령...

 

영화 '미스터 리플리' 포스터. 네이버 이미지 갈무리

거짓으로 거짓 덮기의 결말은 비극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출석한 윤석열은 거짓말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TV 속의 패널은 정직하게 말하고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면 정상참작이라도 될 텐데 하며 혀를 끌끌 찹니다.

드러난 거짓을 덮으려면 그보다 더 큰 거짓이 필요합니다. 하나의 거짓을 감추려면 두 개의 거짓이 필요합니다. 거짓이 거짓을 낳는 거짓의 이어달리기, 리플리에게 거짓의 시작은 달콤했으나 끝은 비극이었습니다. 내란 우두머리가 된 대통령 윤석열도 그 길을 가고 있습니다. 윤석열의 사전에는 정직도 반성도 없습니다. 리플리는 자기에게 호의를 베푼 사람들을 파국으로 몰아 넣었습니다. 윤석열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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