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너무 뒤늦은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합의
10·7 사태 후 470일…최소 4만 6707명 사망
첫 6주 인질·수감자 바꾸며 영구 휴전 논의
가자 주민 환호…하마스 "세계 자유인의 업적"
"죽음, 파괴의 기계가 속도를 늦추는 것일 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15일 가자지구 휴전에 합의했다.
로이터,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양측은 일단 42일(6주) 동안 교전을 멈추고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하면서 영구 휴전을 논의하는 3단계 휴전안에 합의했다. 이스라엘 내각이 일부 초강성 각료의 반발에도 16일 휴전안을 승인한다면, 19일부터 휴전안은 발효된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과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이 개시되고 15개월여, 470일 만이다.
이스라엘-하마스 '3단계 휴전 합의'
19일 발효…10·7 사태 후 470일만
합의안을 보면 1단계는 6주간 이어진다. 핵심은 △ 일정한 수의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 △ 가자에서 이스라엘군의 부분 철수 △ 인도주의적 지원 제공이다.
첫째는 인질과 수감자 맞교환이다. 하마스는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이스라엘 인질 33명과 50세 이상 민간인들을 석방한다. 먼저 생존자를 풀어주고 시신을 돌려보내게 된다. 대신 이스라엘은 여성과 어린이 등 10·7 사태 이후 구금한 약 1000명의 팔 수감자를 석방한다.
1단계에서 이스라엘군은 가자의 인구 밀집 지역에서 이스라엘 국경에서 700m 떨어진 지역 안으로 철수한다. 그리고 이집트 국경을 따라 자리 잡은 '필라델피 회랑'의 주둔 병력을 줄이고 휴전안이 발효되고 50일 안에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 그러나 가자 북‧남부를 가르는 무장지대 '넷자림 회랑'은 제외되며, 다음 단계에서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스라엘은 봉쇄된 가자 북부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귀향시키고, 휴전 기간 매일 최대 트럭 600대 분량의 인도주의 지원 물품이 가자에 반입되도록 허용한다. 그리고 휴전안 발효 7일 후에 라파 통행로를 개방하고 치료를 위해 가자 바깥으로 부상자의 이동을 허용한다.
2, 3단계와 관련해 원칙적 합의는 있지만, 세부 사항은 1단계를 이행하면서 서로 협의해야 한다. 휴전 16일 차가 되면 이스라엘의 남성군인 석방과 영구적 휴전,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 등 의 의제를 비롯한 휴전 2단계에 대한 세부적 논의를 시작한다. 휴전 3단계까지 이르면 이집트, 카타르 등 중재국과 유엔이 감독하는 가운데 가자 재건 작업에 들어간다.
하마스 "세계 자유인들의 업적"
네타냐후, 트럼프·바이든에 감사
이에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 공격 중단 합의는 우리 국민과 우리의 저항, 우리나라 그리고 세계의 자유인들이 이뤄낸 업적"이라면서 "이는 적에 대한 투쟁, 우리 국민의 해방과 귀환이란 목표 달성을 위한 길에서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큰 노력을 기울인 중재국들, 특히 카타르와 이집트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총리실도 성명을 통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차례로 통화하면서 중재 노력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오는 20일 취임 전 가자 전쟁 종식을 천명해온 트럼프 당선자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 장대한 휴전 합의는 오직 우리의 역사적인 작년 11월 승리로 인해 가능했다"며 "그것은 내 행정부가 평화를 추구하고, 모든 미국인과 동맹국들의 안전을 확보할 합의를 협상할 것이라는 신호를 전 세계에 줬다"고 주장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성명을 통해 "나의 외교는 이 일을 성사하기 위해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고 말한 데 이어 백악관 연설에서 "매우 만족한다. 이번 협상은 내가 경험한 협상 중 가장 힘든 협상의 하나였으며, 미국이 지원하는 이스라엘의 압박 덕분에 이 지점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자 주민, 휴전 합의 소식 환호
사우디 "점령군 완전히 철수해야"
아랍과 중동, 그리고 서방국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고 가자에 항구적 평화가 정착되길 희망했다. 특히 이슬람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외교부 성명을 통해 휴전 합의를 환영한 뒤 "가자와 다른 모든 팔레스타인, 아랍 영토에서 이스라엘 점령군이 완전히 철수하고, 난민들이 원래 지역으로 귀환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15개월여 동안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보복 군사 공격으로 가자에서 최소 모두 4만 6707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는 11만 265명으로 집계됐다. 전기, 통신, 상수도 등 인프라와 주택, 병원, 학교, 교회, 모스크를 포함해 가자 전역이 초토화됐다. 당시 230만 명이었던 가자 주민의 약 90%가 난민이 됐다. 반면,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인 약 1200명이 살해됐고, 납치된 약 250명 중 현재 100명 정도가 억류돼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죽음, 파괴의 이스라엘 기계
단지 속도를 늦추는 것일 뿐"
휴전 합의 소식이 전해진 가자에서 주민들은 기쁨과 안도, 혹시 다시 깨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 가자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선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으며, 가자 남부 칸 유니스의 한 시장에선 휴전을 축하하는 '즉석 퍼레이드'가 벌어졌고, 가자 지구 병원 마당에서도 축하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3단계 휴전안과 관련해 미국 외교관을 지낸 애덤 클리먼츠는 알자지라에 "이는 단지 첫 단계에 불과하다"면서. 가자 전반에 대한 재건과 통치 체제 재구성, 전력망 및 교육시스템 재구축 등 "앞으로 많은 단계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중동 정치 분석가인 오마르 바다르는 이 휴전안에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바다르는 가자 주민들이 휴전 발효 소식을 기다리고 있지만, 휴전 발효는 "죽음과 파괴를 부르는 이스라엘 기계'가 단지 가자에서 속도를 늦추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가자는 살해된 수만 명이 폐허 속에 있고, 더 많은 수가 건물 잔해 밑에 묻혀 있는 강제수용소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아직도 이 제노사이드(집단학살)의 전체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