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 박정훈 대령 "수근이와 약속 지키겠다"

"조사기록 이첩 보류는 정당한 명령 아냐"

상관 명예훼손도 무죄… "중립적인 표현"

박정훈 "국민의 지지가 있어 가능했던 일"

재판정 가득 메운 시민들 일제히 환호성

변호단 "김선호 항소를 포기해야 할 것"

이재명 "채 해병 사건의 외압 밝혀야 해"

2025-01-09     김민주 기자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항명과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군사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어머니 김봉순씨와 기뻐하고 있다. 2025.1.9. 연합뉴스

"오늘의 재판 결과는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없게 하겠다'는 (채 상병에 대한)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합니다. 수근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정의이고 법치를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재판이 끝난 뒤 박정훈 대령(해병대 전 수사단장)이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9일 오전 10시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박 대령의 1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방청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해병대대 예비역 연대, 종교계, 정치권 인사, 일반 시민들은 "박정훈은 무죄다!"라고 외쳤고, 박 대령이 재판정을 나오자 시민들은 박 대령에게 장미 꽃잎을 뿌리며 축하했다. 영하 10도의 날씨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박 대령은 2023년 7월 19일 발생한 고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조사기록의 민간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같은 해 10월 6일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항명죄로 기소됐다. 언론 인터뷰 등에서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왜곡해 이 전 장관이 부당한 지시를 한 것처럼 일반인이 느끼게 했다는 상관 명예훼손 혐의도 추가됐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군사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나서고 있다. 2025.1.9. 연합뉴스

군사법원 재판부는 이날 "국방부 장관, 차관, 대통령실 등에 대한 충분한 수사와 휴대폰 포렌식 절차 확인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방부 장관의 대면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피고인의 방어권과 변론권을 침해당했다. 언론 인터뷰와 기자회견 사항을 추가적으로 기소한 것은 피고인(이하 박 대령)의 권리를 침해하고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사건 이첩과 관련해서 "박 대령은 이첩 중단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며 "군사검찰은 직무상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없는 범죄를 인지하면 (민간에) 이첩을 해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고, 해병대 사령관이 이첩 중단 명령을 할 권한은 없다. 결국 해병대 사령관의 이첩 중단 명령은 특별한 이유 없이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따르기 위한 목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국방부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 목적은 고 채수근 상병의 사망 사건 관련 보고서 결과 내용을 수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며 "해병대 사령관의 명령, 국방부 장관의 지시 등은 정당한 명령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박 대령이 상관 명예훼손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허위 사실을 알린 것이 아니다'고 했다. 재판부는 "박 대령이 기자회견과 방송에서 답을 한 것은 사회자 질문에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수사 결과 등에 대해 설명한 것"이라며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주관적 구성 요소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해야 하는데, 박 대령 발언 자체만으로는 의도, 취지, 경위 등이 중립적인 표현에 해당한다"고 말하며 바로 '무죄'를 선고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군사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9. 연합뉴스

인권센터 등은 재판이 끝난 직후 군사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대령의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판결 이유는 예상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대통령의 개입 여부를 명시적으로 판시하지 않았지만, 법리적으로 큰 무리 없이 판단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남은 문제는 군검찰의 항소인데, 김선호 국방부 차관이 항소를 포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박 대령을 해병대 수사단장과 군사경찰 병과장으로 복직해야 한다"며 "채상병 사건 수사단 인원들도 매장되다시피 했는데, 이들도 다시 살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해병대 예비역 역대는 시민들과 함께 군사법원에서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까지 행진을 했다. 시민들은 행진을 하며 박 대령의 무죄 선고를 축하하고, 이번 사건의 직접 원인인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무죄에 대한 축하와 함께 윤 대통령의 책임론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심 무죄 선고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박 대령에 대한 판결을 환영한다"면서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이 정권은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국민의 명령에 항명했다"며 "사법 정의를 조롱하고 군에 대한 신뢰를 바닥까지 추락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채 해병의 죽음에 얽힌 내막과 외압의 몸통을 밝히는 일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며 "더는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고 진실이 은폐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이제 진실을 제대로 밝혀낼 차례"라며 "수사 외압의 몸통, 격노와 외압의 몸통, 내란 수괴 윤석열이 수사에 어떻게 개입했고 무엇을 지시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통해, 그리고 특검을 반드시 관철해 내란 수괴가 어떻게 한 군인의 삶을 파괴했는지 규명할 것"이라며 "세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하며 감추려 한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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