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명 수괴' 혐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1심 무죄
'이첩 보류 명령 없어' 판단…항명죄 불성립
법원 "해병대사령관 보류 명령 권한 없어"
박정훈 "정의로운 재판은 국민 성원 덕"
채 해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항명과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정훈 "정의로운 재판은 국민 성원 덕"
용산 중앙지역군사법원은 9일 오전 박 대령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해병대 수사단은 (경찰에) 이첩해야 할 의무가 있고 사령관은 지휘감독권이 있지만 보류를 명령할 권한이 없다"며 항명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사령관이 회의 또는 토의를 넘어서 피고인에게 구체적, 개별적 기록의 이첩 보류를 명령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첩 보류 명령이 없었다고 보고 항명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다고 본 셈이다.
이종섭 전 장관 명예훼손 혐의에도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공소사실처럼 피고인 발언이 거짓임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내렸다.
박 대령은 선고공판 직후 기자회견에서 "지혜롭고 용기 있는 판단을 내려준 군판사들에게 경의를 보낸다"면서 "오늘의 정의로운 재판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응원, 성원 있었기에 이런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법원 "해병대사령관 보류 명령 권한 없어"
앞서 군검찰은 작년 11월 21일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항명과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박 대령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결심공판에서 군 검찰은 박 대령이 해병대사령관의 이첩 보류 명령을 따르지 않았고 상관인 국방장관의 명예를 훼손하고서도 범행 일체를 부인하면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해 군 지휘체계 및 기강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 대령은 2023년 7월 19일 발생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를 민간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이를 보류하라는 당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항명했다는 혐의로 같은 해 10월 6일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기소됐다. 또한 당시 이종섭 국방장관의 발언을 왜곡해 부당한 지시를 한 듯한 인상을 줬다는 상관명예훼손 혐의도 적용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 대령 관련 재판은 작년 11월 21일 결심공판 때까지 총 10차례 진행됐고, 이종섭 전 장관과 김계환 전 사령관 등 사건 관련 주요 직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결심공판 최종진술에서 박 대령은 "검찰의 주장처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이첩 보류만 주장했으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제가 고민하지 않았을 것입니다"라면서 "재판장님, 군에게 불법적인 명령을 내리면 안 되고 불법적인 명령에 응하면 안 된다고 말해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 보이진 않지만 언제나 함께하고 있는 고 채수근 상병에게,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겠다고 한 저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게 도와주길 바랍니다"고 말했다.
이날 1심 선고공판에 앞서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 등의 주최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부승찬·서영교 등 야당 의원 1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 대령 무죄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편 박 대령은 작년 12월 18일 한국인터넷기자협회(회장 이준희)의 사회공헌상(인권 대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통해 "1년이 지난 지금은 누가 망상인지 이제 국민이 알게 됐고 당시에 저를 집단 항명의 수괴라는 정말 교과서에나 나오는 단어로 저를 구속, 처벌하려고 군검찰은 입건했다"며 "지금은 누가 내란의 수괴가 됐는지...모든 진상은 밝혀지고 결국 진실은 감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 아무리 권력이 힘이 세고 절대 권력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 밝혀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