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밤새 '윤 체포' 외치는데…국힘 무더기 관저 집결

시민들 눈·비 맞고 있는데 마이크 잡은 국민의힘

김기현 "압수수색 저지 할 권리 국민에게 있어"

3박 4일 밤샘 집회 마무리 "토요일 응원봉 잡자"

양경수 "국민의힘은 내란 동조가 아니라 '몸통'"

민주당 "국민의힘은 전광훈 목사와 합당하라"

2025-01-06     김민주 기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시민과 시민단체들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3박 4일 동안 '대통령 체포 촉구 집회'에 나섰다. 2025.01.05. 이호 작가

국민의힘 의원들이 6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겠다며 대통령 관저 앞으로 몰려와 "공수처 영장은 무효다" "압수수색을 저지할 권리는 국민에게 있다" 등의 위헌·위법적인 궤변을 늘어놨다. 당내에서도 비판이 나오지만, 무시하고 사실상 내란 혐의에 동조한 셈이다. 이들이 집결한 대통령 관저 앞에는 3박 4일간 눈비를 맞으며 밤샘 노숙 토쟁을 한 이른바 '키세스단' 시민들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집권 여당 의원들에게 이들은 '자신들의 국민'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일인 이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는 이른 오전부터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여들었다. 관저 앞에는 강승규, 권영진, 김기현, 김석기, 김은혜, 김정재, 나경원, 박대출, 박성훈, 유상범, 윤상현, 이만희, 이인선, 임종득, 임이자, 정점식, 조배숙, 조지연 등 의원 40여 명이 모였다. 이른바 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 중 일부 의원들은 관저 안까지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위헌·위법적 발언도 서슴없었다. 김기현 의원은 마이크를 잡고 "공수처는 권한이 없는 수사에 대해 자신들의 권한 행사인 것처럼 가장하고 있다"며 "직권남용이라는 꼬리를 수사할 권한을 주었더니, 그 '꼬리 권한'을 가지고서 몸통을 흔들겠다고 하는, 본말이 전도된 궤변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소송법 어디에도 국가 보안시설에 대해서 관리자의 승낙 없이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는 명시적 조항이 없는데도 판사는 자기 마음대로 압수수색 할 수 있다고 하는 예외 규정을 넣어 영장을 발부했다"며 "이것은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 것으로 (공수처가 발부 받은 영장은) 당연히 무효"라고 궤변을 늘어놨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에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2025.1.6. 연합뉴스

김 의원은 "불법적인 수사 주체, 또 형사소송법의 명시된 조항에 위반된 압수수색 영장은 당연 무효로서 이것을 저지할 권리가 모든 국민에게 있다"며 "원천 무효인 사기 탄핵이 진행되지 않도록 저와 우리 함께하고 있는 의원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싸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발언은 "(국민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과도 맞닿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판사 출신 의원임에도 사법부의 적법한 영장 발부에 대해 '저항하라'며, 사실상 국민들을 '갈라치기'하고 내란 사태를 종용한 셈이다.

이들의 내란 동조 행위에 대해 당내에서도 선을 긋는 모습이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가 지침을 준 것은 없다(신동욱 수석대변인)"고 했다. 당내 비판도 나온다. 조경태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국민을 지키는 대표자여야 한다"며 "대통령을 지키지는 대표자라고 하면 과연 국회의원 자격이 있겠느냐"고 했다. 김재섭 의원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에서 "민심이랑 이렇게 많이 괴리될 수가 있구나"라며 "당의 중진이라는 분들조차 저렇게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확인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좀 안타깝고 짠하다"고 했다.

아울러 이들이 모인 관저 앞에는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등 시민과 시민단체들이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된 지난 3일부터 3박 4일 밤샘 노숙 투쟁을 하고 있었다. 전날 밤 집회를 마친 이날도 대표단 등 약 5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남아 또다시 밤을 샜다. 이들은 은박 담요를 덮고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잠을 청했다. 은박지에 쌓인 모습이 마치 초콜릿 '키세스'를 연상시키면서 이들에게 '키세스단'이라는 애칭까지 붙고 온라인에서 크게 화제가 됐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도 없었다.

오히려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신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저 앞 시위를 홍보하며, 극우·수구 세력의 결집을 촉구했다. 나경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저 앞에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공수처의 영장 집행 시도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마찬가지로 위법적 주장을 했고, 윤상현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장악한 민주당은 국가체제를 흔들어야 했었고 부지불식간에 서서히 대한민국의 가치와 근간을 붕괴시켰다"며, 궤변을 늘어놨다. 지난달 3일 대통령이 한밤중 총칼을 앞세워 군홧발로 짓밟은 국회는 이들에게 마치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된 것처럼 보였다.

 

시민과 시민단체들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3박 4일 동안 '대통령 체포 촉구 집회'에 나섰다. 2025.01.05. 이호 작가

이에 비상행동은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수괴 윤석열이 체포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가 지금껏 쌓아 온 헌법과 민주주의가 한순간에 무너진다"며 "관용 없는 체포영장 집행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관련 업무를 경찰에 일임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적법한 법원의 영장을 들고도 단 한 번의 체포 시도에 그친 공수처의 무능함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체포영장 집행을 반대하는 국민의힘과 영장 집행을 막은 경호처를 향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오후 2시부터는 주최 쪽 추산 1만 5000명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체포 촉구 집회'가 열렸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우리가 3박 4일 밤새 투쟁하는 동안 공수처는 무엇을 했냐"며 "이 기간 동안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이 윤석열 내란 수괴 개인이 아님을 확인했다. 국민의힘은 내란 동조 세력이 아니라 내란의 몸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촛불은 바람에 꺼지지만 응원봉은 꺼지지 않는다"며 "청년들은 투쟁을 외쳤다. 이 자리에서의 3박 4일은 마무리하지만, 이번 주 토요일 다시 광화문에서 결의를 다지자"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통령 관저 앞에 온 것에 대해 '내란 동조가 점입가경'이라고 비판했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내란 종식에 협조하진 못할망정 불법을 불사하며 몸으로 내란 수괴 윤석열을 지키겠다니 내란당·윤석열의 사당이 될 작정이냐"며 "억지와 궤변, 가짜뉴스로 사회 혼란과 국론 분열을 조장하더니 이제는 법에 맞서 싸우겠다니 국회의원이라는 자각조차 잃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더 이상 공당이 아니"라며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내란세력과 결탁한 이권결사체이고 내란 수괴 윤석열의 사당"이라며 "아스팔트 극우와 하등 다를 바 없는 극우 정당이다. 차라리 전광훈 목사의 자유통일당과 합당하라"고 비아냥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주신 권한을 내란 수괴를 지키는 데 쓸 수는 없다"며 "국민의힘은 대한민국과 국민께 더 이상 죄짓지 말고 헌정질서를 유린한 내란 세력 단죄에 협력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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