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최종결정, 헌재가 하는 건 잘못된 제도

대통령 탄핵을 헌재에서 결정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2024-12-12     소준섭

윤석열에 대한 탄핵을 국회가 결정하게 되면, 이제 그 공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게 된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가 존재한다. 바로 대통령을 탄핵하는 이 중차대한 사안을 국민에 의해 선출되어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고 있는 국회가 최종 결정권을 가진 것이 아니라 그 최종 결정권을 국민이 선출하지도 않고 따라서 그 권한이 국민으로부터 나온 기관이 아닌, 헌법재판소라는 별도의 기관에게 부여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커다란 문제라는 점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모두 9명으로 구성되는데, 모든 사람이 아는 것처럼 이 재판관들은 모두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는다.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선출하고 모두 대통령이 임명한다. 헌법재판소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 결국 대통령이 임명한 재판관들에게 그들에 대한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탄핵하는 결정 권한을 부여한다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내란수괴 윤석열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헌법재판소

지금 내란 수괴 윤석열도 이러한 제도적 허점을 정확하게 이용하고 있다. 탄핵을 감수하고 오직 헌법재판소에 큰 기대를 걸면서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윤석열은 계엄 실패 이후의 ‘직무 정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에 자신이 임명한 헌법재판관의 친인척을 기어코 임명함으로써 야당으로부터 일종의 ‘보험’을 든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대통령 탄핵을 국회에서 최종 결정권을 부여하지 않고 헌법재판소에게 부여하는 현 제도에는 대통령 탄핵과 같은 문제는 국민 위에, 국민의 총의보다 우월한 판단을 할 수 있는 특별한 사람들이 판단해줘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즉, 국민의 뜻은 하위이고 최고 권력과 같은 문제는 우월한 사람들이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에 대한 명백한 부정이며 동시에 민주주의의 대표성 원칙에 대한 위배가 아닐 수 없다. 국회 위에 헌법재판소가 있고, 국민 위에 헌법재판소가 ‘군림’하는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법관과 검사를 국민의 직접 선거로 직접 선출하는 이유는 바로 국민주권주의를 구현하고 민주주의의 대표성 원칙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2024.12.5 연합뉴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에 위배

사실 대통령제는 세계적으로 미국이나 프랑스 등 소수의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그런데 대통령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 중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을 맡기는 국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우리와 유사한 곳은 대만으로서 우리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사법원에서 결정한다. 하지만 대만은 엄밀한 의미에서 ‘국가’의 위상이 아니다). 대통령제의 대표적인 국가인 미국에서 대통령 탄핵은 하원에서 과반수의 찬성에 의해 탄핵 소추를 하고 상원에서 3분 2 이상의 의결로 결정한다. 다만 대통령이나 부통령 탄핵의 경우 연방대법원장이 의장을 맡는다. 브라질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대통령 탄핵이 진행된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대통령 탄핵은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통과되면 상원에서도 탄핵 소추가 통과해야 한다. 이렇게 대통령 탄핵이 하원과 상원을 모두 통과할 경우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으로 이루어진 상하원 합동회의(Parlement)의 최고재판소(Haute Cour)가 구성되며 이곳에서 재적의원 2/3의 찬성으로써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결정된다.

국무총리의 권한대행 제도, 심각한 문제점 존재

한편, 대통령 탄핵으로 직무 정지될 경우 권한 대행을 국무총리가 맡도록 하는 현행 제도 역시 상당히 부적절하고 모순적인 제도이다.

현재 명백히 드러나고 있듯이 한덕수 국무총리는 내란 공모, 최소한 내란 방조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고 한덕수가 아닌, 다른 국무위원이 기획재정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등등 규정된 순서대로 맡는 것 역시 그 국무위원 모두가 내란 공모 및 방조 책임자들로 간주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상 권한대행의 자격 조건에 부합하지 못한다.

여기에서 다 함께 생각해볼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박근혜 당시 권한대행은 황교안이었다. 만약 지금과 같이 내란을 겪은 상황에서 황교안 같은 자가 권력을 쥐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도 황교안은 윤석열이 나라를 지키려고 계엄을 선포했다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언을 내쏟고 있는데, 얼마나 더 위험스러운 일을 벌이겠는가? 아마 더 했으면 더 했지 하지 못할 일이 없으리라. 아찔한 상황이다. 더구나 국회 탄핵안 가결 뒤 6개월,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이후에도 대선까지 2개월 등 최대 8개월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군림’할 수 있는데, 생각만 해도 너무나 위험하다.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이 탄핵되었을 때, 혹은 유고 시에 총리가 아니라 권력 서열 3위인 상원 의장이 대통령 권한 대행을 담당하도록 되어 있다. 민의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장(長)인 국회의장이 권한 대행을 맡는 것은 국민으로부터 탄핵 당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국무위원에게 권한대행을 맡기는 것보다 훨씬 민주주의적이고 합리적이다. 또한 권력 서열 1위 대통령의 유고 시 권력 서열 2위가 대행하는 것 역시 상식적인 일이기도 하다.

헌재의 탄핵 최종 결정과 권한 대행, 개헌 시 반드시 반영돼야

대통령 탄핵의 최종 결정권을 헌법재판소에게 부여하는 현 규정과 대통령 탄핵 시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들이 권한 대행을 맡는 현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차후 개헌 과정에서 반드시 분명하게 반영되어 수정해야 할 내용이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