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1차장 "윤석열이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 지시"
계엄 선포 직후 전화해 "방첩사 무조건 도우라"
방첩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 위치 추적 요구
우원식‧한동훈‧이재명‧조국‧김어준‧김민웅 등
"권순일 전 선관위원과 또 한 명의 선관위원도"
"얘기 듣고 미친 X이라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
윤석열, 조태용 국정원장 통해 '즉시 경질' 지시
"비상계엄, 이번으로 안 끝나…김용현이 엎으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은 6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직후 주요 정치인 등의 체포를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홍 차장은 이날 국회에서 신성범 정보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고 배석한 더불어민주당 정보위 간사 김병기 의원이 기자들에게 전했다. 면담에는 조태용 국정원장도 동석했다.
김 의원이 전한 바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직후 홍 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며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령부를 도와서 지원하라.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우라"고 명령했다.
이에 홍 차장은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뭘 도와주면 되겠냐"고 물었고, 여 사령관은 "체포조가 (국회에) 나가 있는데 소재 파악이 안 된다"면서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검거를 위한 위치 추적을 요구했다.
체포 대상자 명단엔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김민석 수석최고위원,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뉴스공장 겸손은 힘들다 진행자 김어준 씨,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선관위원장),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 등이 포함됐다고 홍 차장은 전했다.
홍 차장은 "김민웅, 참고로 김민석의 형님인 거로 안다. 또 권순일 전 선관위원과 또 한 명의 선관위원을 불러줬는데 기억을 못한다"면서 "마지막에 한국노총인지 민주노총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노총 위원장 1명이 기억난다"고 했다.
본인도 육사(43기) 출신인 홍 차장은 여 사령관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전달받고 "미친 X이라고 생각했다"며 이후 메모하지 않았다고 한다. 홍 차장은 "여 사령관이 '1차 검거, 2차 검거 대상을 순차적으로 검거할 예정이며 방첩사에 있는 구금시설에 구금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알았다'고 하고 통화가 종료됐지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이후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조태용 국정원장이 오후 11시 20분쯤 정무직 주요 간부 회의를 소집해 "비상계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냐"고 질문했고, 홍 차장은 "내일까지 검토해 보고 회의를 다시 하자"고 답했다. 홍 차장은 "회의 자리에서 '(방첩사령부가) 한동훈, 이재명을 잡으려 한다'는 취지의 보고를 했지만 조 원장이 별로 여기에 개입하지 않으려고, 얘기하지 않으려고 피하는 인상이었다"고 떠올렸다.
이후 자신의 행보에 대해선 "미친 X에 대해서 일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시 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받아들여져 해제된 다음에 퇴근했다"고 설명했다.
또 "비상계엄 같은 군 개입이 이번으로 끝나지 않으리란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다"면서 "그 이유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경질한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이고, 그 후임인 최병혁 주 사우디 대사는 김용현의 영향력 아래 있는 분이다. 수방사령관, 방첩사령관 등 군 지휘관도 모두 그대로인 상태에서 대통령이 다시 마음을 먹으면 김용현이 뒤에서 움직여서 이 문제를 엎으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시 계엄 같은 중대 범죄를 저지르려 할 것"이라며 "그런 게 아니라면 문제 있다고 한 본인(홍 차장)을 경질할 게 아니라 특전사, 수방사, 방첩사 (수장을) 직위해제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본인 경질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 차장은 "지금 용산에서는 1차장 때문에 1차 비상계엄이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있고 일설에는 이것 때문에 (윤 대통령이) 노발대발하며 '경질하라'고 했다는 얘기를 한다"면서 "더군다나 특전사령관, 수방사령관, 방첩사령관 등 내란죄에 가담한 군인들은 최고 사형까지 당할 수 있는 중대범죄인데, 이판사판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했다.
실제로 홍 차장은 지난 5일 오후 4시쯤 조태용 국정원장에게서 "대통령으로부터 즉시 경질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사직서를 제출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사직서를 냈다. 하지만 이임식을 마친 다음 날(6일) 오전 10시쯤 조 원장이 다시 불러 사직서 반려를 권유했다고 한다. 홍 차장은 자신의 사표가 반려된 데 대해 "반려가 아니라 입막음용 아니냐"고 강한 의구심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