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 실패한 쿠데타…증시에 득 될까, 독 될까
외국인 투매 우려로 새벽까지 개장 여부 고심
코스피 외인 5천억 순매도…코스닥 2% 급락
환율 급등으로 한때 외화 환전 업무 중단까지
단기 충격 진정돼도 한국 시장 인상 악화 부담
불확실성 부담이나 일정 확정 되레 기회일수도
윤석열 대통령은 어젯밤 비상 계엄을 선포했다가 6시간 만에 ‘없던 일’로 해버렸지만, 우리 금융시장이 받은 충격은 제법 오랜 ‘뒤끝’을 남길 태세다. 환율 급등으로 외화 환전 업무가 한때 중단되기도 했고, 투매 우려로 증권시장을 정상적으로 개장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들은 그나마 단기 충격에 그친 셈이다. 국회의 심야 의결로 계엄이 해제되자 바로 안정세를 되찾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계엄령 파문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인상이 깊게 훼손됐다는 점이다. 윤 정부 들어 성한 경제지표를 찾기 어렵다고 할 정도로 한국 경제의 투자 여건이 나빠졌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재정 투입을 통해 여건을 개선하기는커녕 되레 계엄령이라는 악수(惡手)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워 놓은 꼴이다.
4일 국내 금융시장은 전날 밤 비상 계엄 선포와 해제 파문의 여파로 요동쳤다. 주식시장은 외국인들이 대거 매도에 나서며 크게 떨어졌다. 특히 코스닥 시장은 2% 가까이 급락했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1442.00원까지 폭등했다가 1425.00원으로 마감했다. 전장 서울외환시장 주간 거래(오전 9시~오후 3시30분) 종가 대비 23.70원이나 올랐다.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30% 넘게 폭락했지만 계엄 해제 소식과 함께 일정 부분 회복하기도 했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거 이탈 현상이 나타났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이날 5000억 원 넘게 순매도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6.10포인트(1.44%) 내린 2464.00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은 전 거래일보다 49.34포인트(1.97%) 내린 2450.76으로 출발해 등락을 거듭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3.65포인트(1.98%) 내린 677.15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3.21포인트(1.91%) 내린 677.59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락 폭이 점차 확대됐다. 외국인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266억 원 순매도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한국 주요 기업들의 주가도 비상 계엄 사태 추이에 따라 큰 폭으로 출렁거렸다. 윤 대통령이 비상 계업을 선포하면서 한국 주요 기업의 주가는 폭락세를 보였다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과 해제 선언 이후 낙폭을 줄였다.
비상 계엄 파문에 따른 금융시장의 단기 충격이 조기에 안정을 찾더라도 앞으로 펼쳐질 탄핵 등 정치 이슈들로 인한 불확실성의 확대에 대한 우려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금융시장에는 악재 못지않게 부담스러운 게 불확실성이기 때문이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 자체가 안고 있는 법률적, 정치적 무리함 때문에 앞으로 진행될 정치 이슈들의 불확실성은 더욱 확대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수반할 시장의 불안과 혼선은 가중될 전망이다.
하지만 분석가들에 따라서는 앞으로 정치권에서 펼쳐질 탄핵 등 예민한 정치 이슈들이 도리어 금융시장에는 득이 될 수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부자 감세 등 무리한 정부의 고집을 버리고 경제논리에 입각한 정책으로 전환하고 경기 부양을 위해 총력을 다 해 저성장의 터널을 벗어난다면 도리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는 4일 오전 김병환 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장, 유관 금융공공기관장 및 금융협회장들이 참석한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어 10조 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 등 시장안정조치를 가동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채권시장·자금시장에는 총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와 회사채· 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을 최대한 가동해 안정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