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아내는 순진해…육영수 여사처럼 조언한 것"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부인 김건희 씨에 대한 혐의를 전면 부정하고 사실상 사과를 거부했다. 김건희 씨와 관련된 '국정농단' '김건희 특검법' '검찰 봐주기 수사' 등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씨의 국정 농단 개입에 대해 "대통령이 되기 전 부인은 선거를 돕고 당선이 되면 국정이 원만하게 잘 이뤄가도록 바라는 것"이라며 "(이런 행동이 국정농단이라면)국어사전을 다시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 농단이 아니라면서 김건희 씨를 독재자 박정희의 아내 육영수와 비교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육영수 여사처럼 대통령한테 조언한 것"이라며 "아내가 대통령을 위해 조언하는 것을 국정농단화시키는 것은 우리 정치 문화상이나 문화적으로 맞지않다"고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들의 계속되는 국정농단 관련 질의에도 "검찰총장할 때부터 나를 타깃으로 내 처를 침소봉대해 악마화시킨 것"이라며 "국민에게 걱정을 끼친 것이 있다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정농단이 아니기 때문에 사과할 일이 아니지만 외부에서 김건희 씨를 괴롭히는 모습으로 국민이 염려하게 했다는 황당한 논리였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씨의 외부 활동으로 논란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제2부속실을 만들면 해결될 것"이라며 "내가 먼저 전직 대통령이 했던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이랑 연락했으면 제 아내도 그렇게 했을 텐데, 나 자신부터 (취임 전처럼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서) 잘못해서 근본 문제가 생겼다. 제2부속실이 생기면 이런 문제가 줄어들 것"이라고 해명하며 제2부속실장을 발령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외부 활동을 제한하게 되면) 앞으로 부부싸움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며 "아내가 순진한 면이 있다. 2021년 정치 선언을 하고 연락 문자만 하루에 3000개 왔는데, 내가 잘 때 아내는 밤새도록 내 핸드폰으로 사람들한테 답장을 해줬다"고 거듭 김건희 씨를 두둔했다.

윤 대통령은 명태균 씨와 김건희 씨가 수시로 연락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소통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하니 본인도 줄였다"며 "핸드폰을 보자고 할 수 없으니 직접 물어봤다. 몇 차례 문자를 한 것인데 전부 일상적인 것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김건희 씨와 관련된 검찰 수사가 '봐주기'식이란 비판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가족이나 주변 일에 대해 특혜를 주면 안된다"며 "2년 넘도록 수백 명의 인력을 투입해서 수사했는데 수사 혐의가 나오지도 않았고 기소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건희 특검법은 법에 어긋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씨와 관련된 것은) 소문이고 만들어 낸 이야기라 객관적인 이야기가 없다"며 "이렇게 특검이 된 전례가 없다. 이런 것 자체가 정치선동이다.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하는 것 자체가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고 특검법 자체를 부정했다.

윤 대통령은 "이 문제는 아내에 대한 사랑과 변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수사를 하면 내 아내만 조사하는 게 아니지 않냐. 이미 한번 털고 간 것에 대해서는 일사부재리를 적용해 반복하지 않는다. 특검을 한다는 것 자체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인권유린"이라고 했다.

김건희 씨가 사과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 윤 대통령은 "내가 후보였고 당선자이니 (김건희 씨를) 관리했어야 하는데 그런 걸 못해서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오늘 기자회견을 국민들이 보면 대통령이 무슨 사과를 한 건지 헷갈릴 것 같다'는 기자의 질의에 명확하게 답변하지 않고 사과를 회피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팩트를 두고 다툴 수도 없다"며 "아내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 볼 수도 없다. (잘못된 부분만) 딱 짚어서 말을 하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하겠지만 잘못 알려진 것이 굉장히 많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이 언론에 (녹취록을) 공개했는데, (녹취록이) 짜깁기가 됐고 소리를 집어 넣었다고. 대통령이 이런걸로 다퉈야겠냐"며 "인정할 수도 없고 사과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고 사과를 회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