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향해 던지는 ‘짱돌’ 블랙리스트 영화들
서울휘슬러영화제 상영작을 소개합니다③
독립영화지만 넷플리스 수준 촬영·편집 돋보여
작은 영화제임에도 국내외 영화 100여편 몰려
한국 영화시장 기대감 반영…"격려하는 영화제"
서울휘슬러영화제의 이색적인 특징 중 하나는 문학인, 영화인, 언론인, 사회활동가, 기업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한다는 것이다. 이 시대 가장 보편적인 예술인 영화를 매개로 삼아 함께 어울리게 된 것이다. 이는 영화인만을 위주로 하는 영화제의 틀을 탈피하고자 하는 주최 측의 의도이기도 하다.
“영화제 자체가 저예산일 수 없을 텐데, 휘슬러 영화제는 초저예산으로 판을 크게 벌였다고 할 수 있죠. 서울에서 그것도 젊음을 상징하는 홍대 한복판에서 이것을 펼쳐놨다는 것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 블랙리스트의 패기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까요? 주제의식을 가지고 몇 사람이 시작했는데 동의하는 분들이 함께하다 보니까 영화제가 탄탄해졌어요. 실제적으로 오래된 영화제에 익숙한 분들은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겠고.”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휘슬러포럼의 총괄을 맡고 있는 김사이 시인은 영화제 첫 해의 짜릿함에 많은 분들이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영화제 준비과정부터 함께한 심사위원 강민석은 해외영화들의 경쟁적인 참여가 한국의 영화산업과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세계적인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는 판단을 한다.
“독립영화라고 하지만 영미권 영화같은 경우는 넷플릭스 영화 수준의 촬영과 편집 기술이 돋보여요. 그럼에도 저희 영화제에 개인적으로 함께 하고 싶다는 이메일을 보내더라고요. 저희의 시작은 정말 소박했거든요. 극장이 엄청 큰 것도 아니고 상금이 많다거나 혜택을 많이 줄 수도 없는데 그 분들에게는 한국 영화시장 개척이 절실했던 게 이유일 겁니다. 그런 의지의 표현이랄까? 많이 놀랐죠.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하게 된 것 같아요. 가진 한도 내에서 이 모든 사람들이 함께 최선을 다하는 일만 남았죠. 무엇보다 큰 행사와 텅 빈 객석의 영화제는 하지 말자. 소박해도 모두가 격려하는 영화제로 시작하자. 그런 마음입니다.”
서울휘슬러영화제 초청작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짧은 평을 소개한다.
1. While some must sleep (누군가는 잠들어야할 때, 이은규 시인)
이 영화는 기억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이다. 엘리엇과 리즈와 AI의 관계성이 그려지는 동안 관객은 이게 정말 끝일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러나 삶의 국면이 그러하듯 엘리엇과 엘리자베스와 새로운 AI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친구는 나의 가장 가까이에서 내밀한 서사를 주고 받는 존재라는 것을 감상적으로 상기시키면서.
2. Ali vs Ali(이호승 사진작가)
개인이 공인에 대해 느끼는 일방적인 친숙함과 동질감을 뛰어넘어 대상에 대한 무모할 정도의 관심과 집착을 통해 금본위제(한 국가의 화폐 가치가 정해진 양의 금으로 뒷받침되는 화폐제도)적 영웅(공인)에서 비트코인(불확실성)적 영웅으로 바뀌어가는 준사회적 관계의 시대적 변화를 보여준다.
3. Seven Jewish Children(박종무 수의사)
유대인은 이스라엘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들은 피범벅이 되는 가자 지구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15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이 영화는 ‘선택된’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4. Hautnah(김동원 작가)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하려는 여자 앞에 나타난 남자가 하필 죽기 전에 팬티를 벗어달라는 변태라면 이것은 행운인가 아니면 엎친데 덮친 불행인가. 인간은 가끔 뜻밖의 것에 화가 난다. 변태적인 요구에 화가 나는 것이 정상으로 보이지만 어떤 요구에도 줄 것이 없다는 점이 더 큰 화를 불러올 때도 있다.
5. Son, Can't You See I'm Burning?(김정곤 영화연구가)
‘아들, 엄마가 불타는 게 안 보이니?’는 파편화된 현대인의 비극을 다루는 작품이다. 영화는 메시지를 드러내기 위해 광각렌즈와 어안렌즈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면서 개인의 고립을 강조하는 동시에 점차 개인의 행위에만 몰두할 뿐 주변에 비극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개별화된 인간을 묘사해 낸다. 짧은 상영 시간 속에서 개인의 심리와 사회의 문제를 동시에 잡아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6. Between the Lights(장성욱 소설가)
남자 주인공인 제이는 실력 있는 영매사다. 그는 현실 세계에 속하지 않는 존재들(흔히 망자)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제이에게는 사랑하는 연인인 앨리스가 있다. 이 두 사람은 몇 가지 귀여운 우여곡절 끝에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이 이상적인 커플에게 단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바로 앨리스의 직업이 과학자라는 사실이다. 영매사와 과학자. 이성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세계만을 믿는 앨리스에게 제이가 가진 능력은 과학적으로 설명 불가능한, 다시 말해 우연과 망상이 절묘하게 교차되며 생기는 결과물처럼 보일 뿐이다. 앨리스가 이런 의심을 꺼낼 때마다 제이는 자신의 능력을 펼쳐보이며, 그녀로 하여금 자신을 믿게끔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면 이 작품은 영매사와 과학자라는 조금 독특한 설정을 가진 러브스토리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 『Between the Lights』는 매우 영화적인 영화다. 지금은 너무나 흔하게 쓰이는 수식어가 되었지만, 본래 ‘영화적’이라는 말은 오직 영화로서만 경험할 수 있는 고유한 경지를 보여주는 작품에 붙는 찬사였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가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 그러니까 플롯은 매우 영화적이다. 스포일러를 최대한 피해 이야기를 하자면, 영화 속에서 감독은 이 커플이 겪는 세 번의 크리스마스를 교차시켜 보여준다. 관객은 감독이 짜놓은 이 촘촘하며 영리한 타임라인(결코 복잡하지 않다)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영화적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7. Vas Mar(강기석 시민언론 민들레 상임고문)
올해 처음 시작하는 독립영화제 '서울휘슬러영화제 심사위원을 맡았다. 몇 개 작품을 보다가 이란에서 출품한 'Vas Mar'란 단편을 보고 한참 웃었다.
이란의 갈란이라는 지역 어느 시골에 사는 외로운 늙은 부부 이야기.마나님은 입버릇처럼 “나 죽는다”고 중얼대며, 아프다고 드러누운 채 남편에게 “이리 돌려 눕혀라, 저리 돌려 눕혀라” “목 마르니 물 떠와라” 종처럼 부리면서도, 그런 남편이 1도 도움이 안 된다고 투덜댄다. 그런 구박 속에서 열심히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영감. 구부정한 허리에 휘청휘청 걸어 다니면서도 나무 전지도 하고 흙을 개어 벽도 바르고 꼴도 벤다. 어느날 난간 페인트칠을 하던 영감님이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져, “이렇게 아파 죽겠는데 엄마는 왜 날 낳았는지 모르겠다”고 악다구니를 쓰며 “내 수의는 잘 준비됐냐”고 닦달하던 마나님을 두고 먼저 저 세상으로 갔다. 할망구 혼자 남은 집안, 부뚜막 물방을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북소리처럼 요란하게 들린다. 마나님은 이제 투덜대며 불평할 상대도 없이 영감이 하다 만 난간 페인트칠을 한다. 표정을 보니 혼자서도 아주 오래 살 것 같다.
내가 웃은 건 이란이나 한국이나 늙은 부부들 살아가는 모습이 비슷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남자는 늙을수록 가부장의 주도권을 잃고 여자의 눈치만 보며 살게 된다는 말이다. 70대의 윤석열 지지율이 높은 것은 ‘할 말 못 하고 사는 처지‘를 이해하는 동병상련의 안타까움 때문 아닐까?
* 다음은 시민언론 민들레의 초대장이다.
시민언론민들레를 후원해주시는 후원회원님 50분을 영화제에 초대합니다. 입장권을 받으실 분(1인당 2매)은 아래 전화번호에 본인 이름과 보고 싶은 영화 제목을 문자로 남겨주시면 됩니다. 이름을 남겨주신 분은 영화 상영 당일 현장에서 이름과 전화번호로 본인 확인후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입장권 받을 문자 전화번호: 010-4965-5468 서울휘슬러영화제 집행위원회
문의: 010-5370-4677 (윤솔지 감독), 010-2383-0226(김성재 조직위원장)
* 서울휘슬러영화제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공동주최로 10월 25일(금)부터 27일(일)까지 3일간 서울 홍대 인근 상상마당에서 열릴 예정이며 예매 링크는 다음과 같다.
※네이버를 통해 예매하기:
https://booking.naver.com/booking/5/bizes/505592/items/6216981
※서울휘슬러영화제 후원하기 : 기업은행 301-101031-04-095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영화제 상영 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