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의 역공…'교육감 선거 관여' 한동훈 고소
한동훈 "최악의 비교육" 비난여론 조성 고소
대법원 사문화된 '사후매수죄'로 정치 재판
선거보조금 30억 원 미납 네거티브도 과해
보전금 반납이 바람직하지만 국회도 심각
보전금 환수 대상 28.2%가 반납하지 않아
곽노현 "5억 원 갚았고, 계속 갚아나갈 것"
고심 깊어진 곽노현…진성준도 "재고하시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가 10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교육감 선거에 관여한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고소한다고 밝혔다. 곽 후보 쪽은 이날 "정당의 대표자는 교육감 선거에 관여할 수 없음에도 유권자들이 곽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함으로써 선거에 영향을 미쳐 교육감 선거에 관여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지방교육자치법 제46조2항에 따르면 정당의 대표자나 간부, 유급 사무직원은 특정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등 선거에 관여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앞서 한 대표는 전날인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성공을 위해선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뭘 해서든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걸 학생에게 가르친다는 것이냐"라며 "지는 레슬링에도 눈을 찌르지 말라는 기본적인 룰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범죄도 아니고 상대후보를 돈으로 매수한 것 아니냐"면서 "곽노현 씨의 등장은 근래 역사기록이 될만한 최악의 비교육적 장면"이라고 했다.
지난 2012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형을 받은 곽 후보는 다음 달 16일 열리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다. 곽 후보는 지난 2019년 12월 특별사면으로 피선거권이 회복됐으므로 법적으로 문제 없다. 곽 후보는 지난 5일 보궐선거 출마 선언에서 "나는 내 양심의 법정에서 당당하고 떳떳하다"며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했다.
곽 후보는 지난 2011년 상대 후보 측에 2억을 건네 사후매수죄로 기소됐는데, 교육감 선거 뒤 빚에 몰려 자살할 지경에 이른 상대 후보에 대한 '선의의 부조'라는 점이 1~2심에서 밝혀졌다. 법정에서 관련된 상대 후보의 진술도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법 제정 이후 53년간 단 한번도 적용되지 않은 사문화된 조항인 사후매수죄를 적용해, 사전에 선거 관련 약속이 없었음에도 사후매수가 성립한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당시 법조계에선 대법원처럼 해석한다면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 이후 사퇴한 후보자 측을 국무총리나 장관으로 임명할 경우에도 모두 사후매수죄에 걸릴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 공권력에 의해 선거 조작, 선거뒤집기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사후매수죄 폐지 움직임도 있었지만, 헌법재판소의 사후매수죄 합헌 결정 등으로 힘을 받지 못했다.
국가정보원의 불법적인 사찰도 밝혀졌다. 이명박(MB) 정권 시절, 국정원이 곽 후보의 구속을 목표로 각종 공작을 벌인 사실이 2020년 폭로된 불법 사찰 파일을 통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었다. 당시 국정원은 곽 후보의 검찰 수사 상황을 파악하고 온라인 심리전 등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곽 후보는 지난 5일 출마선언을 하며 "MB 정권 시절 정치 국정원과 정치검찰에 의해 교육감직이 박탈됐다"며, 자신이 정치적으로 희생됐음을 강조했다.
곽 후보는 피선거권이 회복돼 출마함에도 과거 재판 결과로 아직까지 '범죄자 낙인'이 찍혔을 뿐 아니라, 선거 보전금으로도 과도한 '네거티브'를 받고 있다.
한 대표는 곽 후보가 미납한 선거 보전금에 대해서도 "일단 30억부터 회수한 다음 곽노현 씨가 출마하는 것 자체를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다. 그러니까 법을 새로 만드는 것을 떠나서 일단 기탁금부터 내면 그걸 계속 당국은 압류하고 강제 집행해야 한다"라며, 집권여당 대표임에도 법에도 없는 의무를 선관위에 강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선거비용 미납자의 교육감 출마 자격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및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법안명을 '곽노현 방지법'이라고 특정인 이름으로 명명해 네거티브 공격을 하고 있다.
물론 선거비 보전금을 반환하는 것이 통념상 바람직하다. 하지만 현행법엔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무효로 인한 선거비용 미납자 출마를 제한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 국회의원의 선거보전금 미반납 사례를 봤을 때도 곽 교육감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 정당한지 의문이 든다.
<법률신문>이 확보한 국회사무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12일 기준 당선무효형이 확정된 현역 국회의원 7명 가운데 보전비용을 반환한 사람은 단 3명에 불과했다. 이들의 각 반환금은 1인당 7800만 원~1억 8000만 원으로 알려졌다. 곽 교육감 사례보다 훨씬 작은 사례임에도 반환이 안된 셈이다. 또 선관위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23년 7월까지 선거보전금 환수 대상 435명 가운데 123명(28.2%)가 반환하지 않았다. 선거보전비용을 반환하지 않은 채 공직선거에 재출마한 사람은 총 19명이었으며, 이 중 14명이 또다시 선거비용을 보전받았다.
곽 후보는 2012년 대법 판결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으면서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보전받은 금액을 반납하게 됐다. 금액은 약 35억 원으로 이 중에서 5억 원은 갚았고 30억 원가량 남았다. 곽 교육감 쪽은 "선관위로부터 단순히 35억 원을 받은 게 아니"라며 "선거운동하면서 그보다 더 많은 돈을 썼고 실제로 결제했다. 그것에 대한 보전이었는데, 재판을 받고 다시 개인 돈으로 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5억 원을 들고 있을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라며 "계속해서 갚아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곽 후보의 서울시교육감 출마를 두고 민주·진보 진영에서도 재고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곽 후보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곽 후보를 향해 "2019년 12월 특별사면으로 피선거권이 회복돼 출마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당신의 판단일 것이다. 억울한 심정과 명예회복을 하고자 하는 당신의 의지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곽 교육감께서 귀히 여겨온 서울의 교육과 학생들을 위해 현명하게 판단해주시기 바란다. 주변의 진심 어린 걱정과 우려를 살펴서 재고해 주실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교육감 선거에 개입하려는 게 아니고, 그분의 출마 의사가 부적절하다고 평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진 정책위의장도 교육감 선거에 대해 발언했다는 소식에 "곽노현 씨가 저를 (지방자치교육법 위반으로) 고발한다고 하는데,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고발하나"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곽 후보 쪽은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한동훈은 지방자치교육법을 어기고 후보자를 악마화하고 비방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정중한 언어로 재고를 충고했다. 두 사안은 완전히 다르다"며 "진 의장에 대해 고소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