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나가던 이복현 금감원장, 떠밀려 사과는 했지만…

본질은 부동산값 띄우기와 가계부채 관리 실패

대출 확대-규제 반복…실수요자 대출절벽 초래

정책 실패 비난 커지자 금융위원장 나서서 제동

DSR·정책대출 등 구체적인 개선안은 언급 회피

은행연합회 등 통한 간접 방식 개입 계속할 듯

2024-09-10     유상규 에디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가계대출 관련 정책에 혼선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했다. 은행들에게 대출 확대와 축소 요구를 손바닥 뒤집듯 오락가락했던 이 원장의 사과는 당연하고 오히려 때늦었다. 하지만 이번 사과가 너무 막나간 금감원장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으로 알려져 진정성은 떨어져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4.9.10. 연합뉴스

이복현 원장은 1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18개 은행장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가계대출 급증세와 관련해 세밀한 입장과 메시지를 내지 못한 부분, 국민이나 은행 창구 직원에게 불편과 어려움을 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자신이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을 비판하자 은행들이 금리 외 대출 규제를 했고, 이로 인한 실수요자 피해가 생기면서 금융위에서 제동을 걸자 사과를 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가계부채 관리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냉-온탕식 개입으로 인한 혼란은 금감원장의 한 마디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정부는 아파트값 상승이 경기 활성화의 전부인 양, 한편으로는 은행들에게 대출 기준 완화를 압박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책금융상품을 대규모로 확대했다. 그러다 가계부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이번에는 은행들에게 대출을 조이도록 압박해 왔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와 가계부채 관리 사이에서 극단적인 혼선은 정부가 자초했다. 가계부채 관련 정책 혼선의 본질은 정부 전체의 정책 실패에 있다. 과거 관치금융을 방불케 하는 이복현 원장의 강한 어투의 개입이 도마에 오르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수습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정부의 기조는 확고하다"면서도 "정부가 획일적인 기준을 정하면 국민 불편이 커질 수 있어 고객을 가장 잘 아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대출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복현 원장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에 대해 개입 의사를 밝힌 것이나 은행의 대출관리가 실수요는 제약하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관치성 발언에 제동을 건 셈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9.6. 연합뉴스

이 원장은 이날 사과 의사를 표명하면서도 은행권의 대출에 대한 개입 의지를 여전히 노출했다. 다만 직접 개입에서 간접 방식으로 변경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이 원장은 가계대출 관리 방향에 대해 "은행마다 여신 포트폴리오가 달라서 여신 심사에 대한 특정 기준을 세우되, 그레이존에 대해서는 은행연합회와 논의하는 방식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은행연합회를 통해 통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어 "급격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에 편승해 특정 자산에 쏠림이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건 은행 입장에서도 적정한 관리가 아니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상환 부담이 크다"며 "은행이 대출 절벽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체계적·점진적인 스케줄을 갖고 관리하도록 말씀드렸다"고 여전히 책임은 은행 쪽에 미뤘다.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나 정부 부처간 조율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시행 두 달을 앞두고 연기했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추가적인 가계대출 관리 방안에 대해서는 "10∼11월 가계대출 흐름, 2단계 스트레스 DSR 효과, 은행의 여신 심사 정밀화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유보했다 또 디딤돌·버팀목·신생아 등 정책대출상품 공급 규모를 줄이지 않겠다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발언에 대해서는 "정책대출과 관련, 국토부와 소통하고 있다"고 얼버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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