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오작동 피해 줄인다…빨간 버튼의 마법
파워프라자 ‘긴급 정지버튼’ 장착 캠페인
간단한 아날로그 기술로 전자적 오류 차단
긴급 상황 발생 때 쉽게 사용하도록 설계
"빨간 버튼 캠페인 운전자 보호가 목적"
자동차 급발진이나 운전자 오조작으로 인한 교통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일에는 서울 시청역에서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잘못 밟아 9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이달 들어서도 인천과 김포 등 여러 곳에서 급발진 또는 오작동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급발진이나 오조작 사고는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데다 아주 짧은 시간에 벌어진다. 운전자가 인지한 뒤에도 대처할 방법이 없다. 일반 기계류는 급발진이나 오작동 같은 이상이 감지되면 곧바로 멈추게 하는 긴급 정지버튼이 장착돼 있다. 하지만 자동차에는 이런 버튼이 없다. 현실에서는 오작동과 급발진 사고가 빈번한데도 완성차 업체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이에 국내 한 중소기업이 자동차에도 긴급 정지버튼을 장착하는 시범사업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전기 화물차 제작업체인 파워프라자다. 이 회사 김성호 대표는 “최근 급발진 사고 의심 사례가 증가하면서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장치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기존 페달 블랙박스가 사고 원인 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 비해 긴급정지 버튼은 사고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급발진 사고 발생 때 이를 제어하지 못하면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지만, 긴급정지 버튼은 사고 발생 전 차량을 안전하게 정차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긴급 정지버튼은 빨간 색상으로 눈에 잘 띄게 제작됐다. 이 버튼을 누르면 즉시 가동이 멈추며 안전사고 위험이나 기계류의 오작동을 막을 수 있다. 그래서 ‘빨간 버튼의 마법’이라고도 한다. 급발진과 오작동 방지용 긴급정지 버튼은 차량의 모터를 제어하는 전원을 차단함으로써 주행을 정지시키는 원리로 작동한다.
예컨대 전기 자동차의 경우 제어 시스템에 필요한 12V 전원은 유지되지만, 모터를 제어하는 24V 릴레이 코일 단에 스위치를 설치해 이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긴급 정지버튼을 누르면 모터가 즉시 가속을 멈추고, 차량은 추진력을 잃고 관성에 의해서만 주행하게 된다. 이때 브레이크는 정상적으로 작동해 안전하게 차량을 정차시킬 수 있다.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는 다양한 전자장치와 복잡한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만큼 전자적 오류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파워프라자는 이러한 문제점을 고려해 긴급정지 버튼에 아날로그 방식을 적용했다. 단순한 원리로 복잡한 전자적 오류를 막는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 방식은 복잡한 전자적 오류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긴급 상황에서 확실하게 차량을 제어한다는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며 "전자 시스템이 복잡할수록 오류 발생 가능성이 큰 만큼 아날로그 방식의 긴급정지 버튼은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고, 운전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긴급정지 버튼은 운전석 왼쪽 상단에 위치한다. 원형의 빨간 버튼에 노란 색상의 가드를 감싼 형태다. 긴급한 상황에서도 눈에 잘 띄고 조작하기 쉽게 설계됐다. 평소 운행 중 오작동하지 않도록 위치를 정했다. 운전자는 운전하다가 긴급 상황이 생기면 즉시 버튼을 누르면 된다. 긴급 정지버튼을 누른 후에는 간단한 재시동 절차를 통해 차량을 다시 운행할 수 있다. 이 버튼은 설치 후 별도의 유지보수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단순하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장치다.
파워프라자는 ‘빨간 버튼’의 안전성과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우선 자사에서 판매 중인 더블캡 전기차 ‘봉고3ev피스 더블캡’ 모델에 도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완성차와 부품 업체, 소비자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급발진과 오작동 사고 예방을 위한 ‘빨간 버튼 달기’ 캠페인도 전개한다.
김성호 대표는 “운전자들이 더욱 안전한 주행 환경에서 운전할 수 있도록 돕고, 사회적으로도 교통사고를 줄이는 게 시범사업과 캠페인의 궁극적 목표”라며 “특히 노령 운전자나 브레이크와 액셀을 혼동할 가능성이 있는 운전자의 안전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긴급정지 버튼 도입을 통해 급발진 사고로부터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고 이 기술이 모든 차량에 확대 적용되길 희망한다”며 “이번 캠페인을 시작으로 운전자 안전을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과 혁신을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