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 '위험한 공작' 공론화

외교부 보고서 "미 정부 지원받아 세계평화 위협"

민주, 자유, 인권 내세워 대상국 침투‧간섭‧전복"

이란, 우크라, 세르비아, 필리핀 등 100개국 간여

한국 탈북민 단체 대북전단살포 등 240억 지원

"유럽의 대미 전략적 자율성 억눌러 종미 부추겨"

2024-08-12     이유 에디터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 작업에 자금을 지원해 한국 내에서도 '유명한'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NED)의 활동에 대해 중국 정부가 공식으로 문제 삼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가 9일 발표한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 보고서 내용 요약. 2024. 08.09. [글로벌타임스 캡처]

중국,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 '공작' 공론화

외교부 공식 보고서…'체제 위협' 느낀 듯

중국 외교부는 9일 발표한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은 어떤 존재이고 무엇을 하는지'란 보고서에서 "미국은 민주주의, 자유, 인권이란 구실 아래 다른 나라를 상대로 침투와 간섭, 전복을 위해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을 활용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다른 나라의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명백히 훼손하고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규범을 대놓고 위반함으로써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극히 위태롭게 해왔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인 1983년 창설된 이후 NED의 역사를 개괄하고 그간의 NED 활동을 크게 △ 타국의 국가권력 전복을 위한 색깔 혁명 선동 △ 모든 종류의 요소들과 공모해 내정 간섭 △ 타국의 안정을 훼손하기 위한 분열과 저항 선동 △ 여론 왜곡을 위한 허위 정보 날조 △ 간섭과 침투 은폐 수단으로 학문 활동 활용 등으로 나눴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직이 창설된 그해 NED는 미 행정부의 요청에 따라 미 의회로부터 1800만 달러를 받은 걸 시작으로 지난 40여 년간 해마다 상당한 자금을 수령해왔다. 특히 미국연방지출내역에 의하면, 회계연도 2023년에는 3억1500만 달러(약 4300억 원)를 받았다. 그리고 NED는 이 돈으로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 진흥"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미 국무부, 미국해외정보국(USIA), 미국국제개발처(USAID) 등으로부터 컨설팅을 받고 있다.

 

대북전단감시단,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고발 기자회견. 2024. 08. 06 연합뉴스

"NED, 탈북민 단체들에 240억 원 투입"

대북 전단 살포 지원 등 92개 프로젝트

먼저 북한과 관련해선 두 대목을 거론했다. 보고서는 2002년 7월과 2021년 7월 칼 거시먼 NED 회장의 언론 인터뷰 발언들을 인용하며 NED가 북한 정권 타도를 위해 "많은 NGO(비정부기구)를 통한 활동을 수행하고 북한 관련 여론을 흔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여론 왜곡을 위한 허위 정보 날조' 부분에 따르면, NED는 "탈북자들"의 92개 프로젝트에 1741만 달러(약 240억 원)를 투입했다. NED는 한국 NGO들에게 자금을 지원해 북한을 주제로 한 라디오들을 운영하면서 일주일 단위로 "민주주의와 인권"이란 관점에서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제작, 방송하고 있다. 또한 북한을 주제로 한 온라인 매체들을 만들어 북한에 대한 부정적 뉴스를 전파하고, 탈북자들을 리포터로 훈련시킴으로써 그들이 온라인에 글을 올리거나 비디오 인터뷰에 임하도록 함으로써 북한을 헐뜯고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이 보고서에 언급은 없지만, NED의 92개 탈북자 지원 프로그램엔 북한 오물풍선 사태를 촉발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도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

 

지난 8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최근 숨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포스터가 보인다.. 2024. 08. 08 [[AFP=연합뉴스]

"이란서 NED는 '트로이 목마'로 불려"

"우크라이나 NGO들에 수천만 달러 지원"

이란과 관련해선 2022년 9월 히잡 착용 반대 시위 과정에서 "근거 없는 정보와 사진들을 전파해 여론을 선동한" VOA(미국의 소리) 소속 마시 알리네자드 기자가 2015~2022년 사이에 NED와 다른 미국 기관으로부터 62만8000 달러를 받았다는 레바논 뉴스채널 보도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이란 언론에서 NED를 이란에서 혼란을 주고 소요를 선동하는 "트로이의 NED(목마)'로 불리고 있다고 전했다. '아랍의 봄' 당시에 NED는 색깔 혁명을 부추기고자 다양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하고 NGO들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내용도 소개됐다.

또한 우크라이나 색깔 혁명에서의 역할도 거론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오렌지혁명 때 NED는 우크라이나 야권에 6500만 달러를 지원했고, 2007~2015년 기간엔 우크라이나 NGO들에 3000만 달러 이상을 제공했다. 2013~2014년 '유로마이단 혁명' 때엔 선동적 정보 전파를 위해 매스미디어연구소에 재정을 지원하는 한편,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 수천만 달러를 투입해 우크라이나 내의 민족적 긴장과 대결을 부추겼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외교부는 2015년 7월 성명을 통해 NED를 공식으로 "위험한 조직" 명단에 올리고 러시아 내에서 NED 활동을 금지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3년 4월 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2023.4.6. 로이터 연합뉴스

"세르비아, 필리핀 선거 과정에 개입"

"유럽의 대미국 전략적 자율성 억눌러"

이 밖에 보고서는 NED는 세르비아의 2022년 4월의 대통령 선거와 2023년 12월의 총선, 지방선거에서 친미 야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고, 필리핀의 2022년 총선 기간엔 NED의 자금 지원을 받은 필리핀 매체 래플러가 로비를 통해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 추세 및 후보자들 선거 비용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 허가를 받았다가 반발 여론 부딪혀 철회된 일을 소개했다. 래플러는 2017~2021년 기간에 NED로부터 총 78만6000 달러를 받았다고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또한 NED는 오래전부터 유럽의 대미 '전략적 자율성'을 억누르고 '대서양 양안주의'(유럽의 미국 추종)를 부추기고 여론을 친미 쪽으로 돌리고자 "독립 언론들"에 재정 지원을 해왔다. 중국 문제와 관련해 보고서는 NED가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하고, 홍콩과 위구르, 티베트에서의 혼란 조성과 중국-튀르키예를 이간질하는 활동해왔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세계는 다극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국제관계 측면에서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면서 "모든 나라는 자신의 국익과 인민의 욕구에 맞는 발전의 길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썼다. 이어 "어느 나라도 민주주의와 인권에 관해 다른 나라에 강의할 위치에 있지 않다. 더욱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내정에 간섭하며 이념 대결을 선동하는 데 사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장관급 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주제 영상 시청 뒤 손뼉을 치고 있다. 2024. 03.18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NED "100개국의 민주주의 활동가 지원"

"토착 민주주의 운동과 미국민 유대 강화"

한편,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은 홈페이지에 따르면, NED는 6대륙, 100개국에서 민주주의 활동가들을 지원하면서 지구 구석구석에서 활동하고 있다. NED는 "해외에서 우리 일은 정치적, 경제적 자유와 강한 시민 사회, 독립 언론, 인권, 법의 지배를 증진하는 현지의 독립 조직들에 보조금을 주는 형태를 취한다"고 밝혔다.

NED는 "이들 조직의 일부는 민주주의적 성과를 다지는 게 목표인 과도기 국가들에서 활동하고, 일부는 자유화와 인권 보호가 목표인 권위주의 국가들에서 활동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전 세계에서 NED의 작업은 자유가 인간의 보편적 열망이란 믿음에 따르며, 우리는 민주주의는 단 한 번의 선거로 달성할 수 없고 미국이나 특정 국가 모델에 기초해선 안 된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NED는 "오히려 민주주의는 다양한 정치문화의 필요와 전통에 따라 진화한다"며 "NED는 토착 민주주의 운동과 미국 국민 간 유대를 강화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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