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한 그릇이 5kg 쌀 한 포대보다 비싸다니…

서울 기준 삼계탕 한 그룻에 평균 1만 7000원

유명식당에선 2만원 기본…3만원 넘는 메뉴도

산지 쌀값 하락 이어져 한 가마 17만원대 하락

정부 대책은 고작 5만t 추가 매입, 쌀소비 진작

민주당, 대통령 거부권으로 무산 양곡법 재추진

2024-08-10     유상규 에디터

먹거리 가격이 올라서 걱정이고, 또한 내려서 걱정이다. 복날 대표 메뉴인 삼계탕의 외식 가격이 평균 1만 7000원을 넘었다. 반면 산지 쌀값은 한 가마(80kg) 가격이 17만 원대로 떨어져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9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기준 삼계탕 가격은 1만 7038원으로 6월(1만 6885원)보다 0.9%(153원) 올랐다. 삼계탕값은 지난 2017년 6월 1만 4000원대에 들어선 지 5년 만인 2022년 7월 1만 5000원, 작년 1월 1만 6000원대로 계속 상승했다. 올해 들어 삼계탕 가격은 4월부터 6월까지 석 달 연속 1만 6885원을 유지하다 초복(7월15일)과 중복(7월25일)이 있는 지난달 1만 7000원을 넘었고 말복(8월14일)을 앞두고 오름세를 이어갔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음식점에 붙은 삼계탕 가격표. 연합뉴스

삼계탕 기본 메뉴의 가격이 이미 2만 원을 넘어선 곳도 있다. 삼계탕 유명식당인 토속촌과 고려삼계탕 등은 이미 기본 메뉴가 2만 원대이고, 3만원 대의 고급 메뉴도 등장했다. 원조호수삼계탕과 논현삼계탕은 1만 8000원을 받는다. 이날 인터넷 쇼핑몰에 인기 추천 상품으로 오른 쌀 5kg 한 포대의 가격은 1만 3000원~1만 5000원 수준이었다. 삼계탕 한 그릇이 쌀 한 포대보다 비싼 세상이 된 것이다.

삼계탕과 함께 외식 대표 메뉴인 8개 품목의 지난달 가격은 김밥 3462원, 자장면 7308원, 칼국수 9231원, 냉면 1만 1923원, 삼겹살 1인분(200g) 2만 83원, 비빔밥 1만 885원, 김치찌개 8195원 등을 유지했다. 외식 메뉴의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삼계탕은 물론 냉면, 자장면, 칼국수 등을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외식비가 크게 오른 데 대해 소비자들은 "1인당 1만 원으로도 먹을 게 별로 없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식당 주인들은 "인건비부터 전기료, 수도세까지 안 오른 게 없어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한 인터넷 쇼핑몰이 추천한 쌀 5kg 상품 가격표. 인터넷 화면 캡쳐.

값이 떨어져서 문제인 먹거리도 있다. 다름 아닌 쌀이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산지 쌀값이 80kg 한 가마에 17만 8476원을 기록했다. 올해 산지 쌀값은 1월 5일 기준 가마당 20만 원 수준이었으나 계속 내려 지난달에는 18만 3960원까지 떨어졌고, 이달 들어 18만 원 아래로 내려갔다. 산지 쌀값이 1년 전과 평년에 비해 6~7%나 하락한 수준이다.

쌀값 하락의 주 요인은 쌀 소비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역대 최소인 평균 56.4kg이다. 30년 전인 1993년(110.2kg)에 비해 쌀 소비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소비가 감소하면서 판매 자체가 줄어 산지의 재고 부담이 커진 것도 쌀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민들이 6일 오후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전국농민회총연맹 쌀값 보장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8.6. 연합뉴스

산지 쌀값 하락세가 계속되자 농민단체들은 정부의 가격 안정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6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은 지난 6일 서울역 인근에서 쌀값 보장 촉구 집회를 열었고,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지난 6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국회는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쌀값 안정을 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이 폐기됐다. 민주당은 하반기 중 양곡관리법 개정을 재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산지 쌀 수매를 확대해 시장에서 격리하고, 쌀 소비 촉진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지난 6월 쌀값 방어용으로 추가 수매하기로 했던 쌀 5만톤(t) 가운데 현재 3만 6500톤 가량을 매입했다. 농협중앙회도 1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쌀 소비 촉진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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