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조국, 2시간 '번개 회동'…끈끈한 연대 재확인
'갈라치기' 경계해온 양당 수장, 머리 맞대고 공조
본회의장서 조국이 찾아오자 이재명이 차담 제안
"용산발 다중 국정 위기, 허심탄회하게 협력 논의"
교섭단체 요건 완화? 이재명 "그런 얘기도 해야"
"격식 안 따지고 소통" "우리가 아주 가까운 사이"
총선 직후 만찬 회동…최근엔 조국-박찬대 만남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국회에서 예정에 없던 '번개 회동'을 2시간 가까이 가졌다. 양당 주변에서는 상대 당에 대한 미심쩍은 시선이나 심지어 '갈라치기' 시도도 일부 존재하지만 두 사람은 이를 경계하며 절차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연대와 공조 방안을 협의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두 사람은 1일 오후 3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함께 했다. 이번 만남은 이재명 전 대표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앞서 이재명 전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 맨 뒷줄에 있는 조국 대표 자리로 먼저 찾아가 대화를 나누다 얘기를 좀 더 하자고 즉석 제안했다. 이어 두 사람은 민주당 원내대표실로 옮겨 차담 형식의 만남을 110분간 이어갔다.
두 사람은 회동 뒤 후 기자들을 함께 만났다. 먼저 조 대표가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다 보니 길어졌다"며 "지금은 용산발 다중 국정 위기 상태다. 그래서 이 전 대표를 뵙고 허심탄회하게 여러 가지 국정 위기 상황에 대한 걱정을 나누고 대책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도 "조국혁신당이나 우리 민주당이나 지금 현 정국에 대해 걱정도 워낙 많고 또 서로 협력해야 될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의견들을 같이 나눴다"고 전했다.
취재진이 '대통령 거부권 정국 속에 범야권의 복안이 있느냐'고 묻자 이 전 대표는 "안 그래도 그런 문제에 대한 대안도 많이 논의는 했는데 갑갑하긴 하다. 정부‧여당이 나라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데 뭘 하자는 것은 없고 오히려 야당이 하는 일에 발목 잡기만 일관하고 있어서 참 갑갑하다"면서 "정부랑 여당이 뭘 좀 하자고 했으면 좋겠다. 제일 답답한 게 그런 점이다. 뭘 하자 그러면 우리가 좀 대안을 낼 텐데"라고 토로했다.
이에 조 대표도 "글쎄 말입니다"라고 호응한 뒤 "일단 윤석열 대통령, 윤 정권이 4월 총선에서 확인된 민심을 일관되게 거부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저희가 법안을 제출해도 족족 거부하고 있는데 국민들께서 얼마나 허탈하시겠느냐"며 "마음과 뜻을 다해서 표를 이렇게 야당에 몰아줘서 승리했는데 대통령이 법안을 계속 거부하는 상태가 돼 국민들께서 얼마나 불만스럽고 실망했겠느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깊이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두 사람은 조국혁신당이 주장하는 '교섭단체 요건 완화'와 관련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관련 질문에 "그런 얘기도 해야 되겠죠"라고 답했고, 조 대표는 말없이 웃기만 했다. 조국혁신당은 최근 국회 교섭단체 자격 요건을 현행 20석에서 10석으로 낮추고 교섭단체 위주의 국고보조금 제도를 개편하는 내용의 '정치개혁 4법'을 발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두 사람은 '앞으로도 자주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자주 만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 대표는 "(필리버스터로) 본회의장에서 계속 대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편하게 말씀 한번 나누자고 얘기했다. 저번에 이 전 대표께서 제안해주셔서 점심도 같이했고 그전에는 술도 같이 했기 때문에 얼마든지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면서 "격식 따지지 않고 장소 따지지 않고 소통해 왔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도 "우리가 원래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앞서 양당의 두 수장은 총선 직후인 지난 4월 25일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2시간 30분가량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갖고 적극적인 소통과 협의를 다짐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만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먼저 (조 대표에게) 연락했다"며 "평소에 잘 아는 분이기도 하고, 선거 후에 제가 연락도 드렸지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필요가 있어서 제가 저녁 한번 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회동에는 민주당 김우영 정무실장과 조국혁신당 조용우 정무실장이 배석했다. 만찬 뒤 민주당은 "양당 대표는 수시로 의제와 관계없이 자주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기로 했다"며 "공동 법안 정책에 대한 내용 및 처리 순서 등은 양당 정무실장 간의 채널로 협의하기로 했다"고 언론에 공지했다.
조 대표는 지난달 24일엔 민주당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예방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양당은) 공통의 비전과 가치, 정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에 대해 항상 논의를 해왔고 앞으로도 그런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도 "조국혁신당과 우리의 공조와 연대는 정말 중요하다. 더욱더 함께 나눠야 할 가치, 목표, 협력에 대해 폭넓게 말씀을 나누자"고 화답한 뒤 비공개로 20분가량 대화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