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신 때문에 내 정신건강이 무너진다”

느닷없이 국민들 정신건강 챙기겠다는 윤

예방 중요성 말하는데 정작 그 뜻을 모르는듯

상담이 아니라 원인을 제거하는 게 최선

2024-07-05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평범한 국민들의 죽음이나 고통에는 아무 관심이 없고 자신의 측근들과 부자들만 챙겨온 윤석열 대통령이 뜬금없이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챙기겠다며 발벗고 나섰다. 그는 지난 6월 26일에 대통령 직속의 ‘정신건강 정책 혁신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면서 임기 내에 총 100만 명에게 심리상담 서비스 패키지를 제공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7월부터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을 돌보는 것이 매우 중요한 국정과제가 됐다” “한국이 아무리 경제강국으로 도약한다고 해도 국민이 행복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발언했다.

“지금 우리는 한반도에서 사람이 산 이래 물질적으로는 가장 풍요로운 시절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많은 국민이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제 국민의 마음을, 정신건강을 돌보는 문제가 매우 중요한 국정과제가 됐다.”

느닷없이 국민들 정신건강 챙기겠다고 발벗고 나선 윤 정부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같은 맥락에서 “정신건강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국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정신건강 문제를 국가의 핵심 정책 의제로 삼아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나갈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풍요중독사회>를 비롯한 여러 저서들을 통해 한국 사회가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는 더 풍요로워졌지만 한국인들의 정신건강은 과거에 비해 더 악화되었고 더 불행해졌다고 지적하면서 한국 사회가 경제성장보다는 인간관계와 정신건강 회복(화목한 사회 건설)에 집중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해왔다. 그리고 경제성장 혹은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정신건강이 더 악화되고, 더 불행해진 원인을 심각한 불평등– 집단 간 불평등과 개인 간 불평등-과 개인 간 경쟁으로 인한 인간관계 악화에서 찾았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윤석열 대통령의 말은 신통하게도 내 의견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즉 국민들의 정신건강이나 행복은- 그 원인과 해결방도의 견지에서 보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의 견지에서 보든 간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문제이자 초미의 국정과제라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국민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무엇보다 예방에 주력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에서도 확인했듯이 병을 예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의 치료와 회복은 사후 약방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의 정신건강은 마치 위험한 감염병처럼 지속적으로 악화되어왔고 지금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치료와 회복 대책만으로는 국민들의 정신건강 악화를 막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도 정신건강을 돌보는 문제를 매우 중요한 국정과제로 내세우면서 ‘예방-치료-회복’의 전 주기를 아우르는 정신건강 정책을 발표했다. 치료와 회복만이 아니라 ‘예방’을 언급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광진구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열린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1차 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4. 06.26 연합뉴스

‘예방’의 뜻도 모르는 예방 대책

예방 방안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타인과 비교하는 것이 일반화되다 보니 많은 국민이 평소에 우울과 불안감을 느끼며 살고 있다. 이런 우울과 불안이 정신질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기에 발견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비록 정확한 진단은 아니지만 ‘지나친 경쟁’을 정신건강 악화의 주요한 원인으로 꼽은 것은 평가해줄 만하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우울과 불안이 정신질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기에 발견’하는 것을 예방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다.

우울과 불안 같은 정신건강 악화– 이를 다수의 정상인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병 혹은 심리적 상처라고 할 수 있다–와 정신질환 진단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마음의 병 사이에는 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양적인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감기가 유행하여 다수의 국민들이 감기를 앓고 있고 그중에서 일부가 감기를 제때 치료하지 못해 폐렴에 걸리는 것에 비유해보면, 우울과 불안 같은 마음의 병이 감기라면 폐렴이 정신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폐렴을 근절하려면 무엇보다 감기의 유행을 막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정신질환을 예방하려면 우울과 불안이 심한 사람들을 찾아내 그들이 정신질환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거나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우울해지거나 불안해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한마디로 감기에 걸린 국민들을 찾아내 폐렴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아예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일상에서 우울과 불안을 경험하는 국민들은 언제든 전문가의 심리상담을 받도록 하고 임기 내 총 100만 명을 대상으로 심리상담 서비스 패키지를 제공”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약속은 정신질환 예방과는 거리가 멀다.

깡패들이 점령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격투기 시합

질 낮은 깡패들이 마을을 점령해 마을 주민들을 폭행하고 착취하면서 마을 주민들한테 승자독식의 개인 간 격투기 시합–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연상해보라-을 강요한다고 가정해보자. 깡패들한테 맞고 빼앗기는데다가 서로 치고받는 개인 간 격투기 시합까지 강요당하면 어떻게 될까? 정신건강 악화와 주민들 간의 관계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결과 절대다수의 주민들은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게 되고 그중 일부는 정신질환까지 앓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경우 정신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생물학주의적 심리학자들은 세로토닌 부족 등을 언급하면서 뇌의 문제나 고장을 원인으로 지목할 것이다.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을 연구해보면 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건강한 양육을 받지 못한 것을 원인으로 지목할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자녀 양육 실태를 조사해보니 그들이 건강하게 자녀 양육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이 건강한 자녀 양육을 할 수 없는 주요 원인은 깡패에게 시달리느라 심신이 황폐화된데 있지 않겠는가.) 극소수 심리학자들은 지나친 개인 간 경쟁과 비교를 원인으로 지목할지도 모른다.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을 연구해보면 지나친 경쟁심과 비교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정신질환의 근본원인이 아니다. 정신질환의 근본원인은 깡패들의 마을 지배(반민중적 정권)와 그들이 강요하는 개인 간 격투기 시합(반인간적 사회제도)이다. 이것은 마을에서 깡패를 몰아내고 승자독식의 개인 간 격투기 시합을 중지해야만 정신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광진구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열린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1차 회의'에서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2024.6.26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하루 120명이 총기사고로 죽는 심리상담 종주국 미국

국민들의 심리상태를 검사하여 우울과 불안이 심한 사람들을 찾아내고, 그들에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등은 정신질환 예방과는 인연이 없는 대책이다. 윤석열 정부의 정신건강 정책은 전쟁으로 인해 숱한 사람들이 죽고 계속 부상자들이 생겨나는데 전쟁을 멈추려고는 하지 않고 단지 부상자들의 치료와 재활에만 신경을 쓰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심리상담은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역할만 담당할 뿐 정신질환을 예방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의 심리상담이 거의 다 미국에서 수입한 심리상담 이론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전 세계에서 심리상담 이론과 문화가 가장 발전한 나라, 즉 심리상담의 종주국은 미국이다. 가장 오랜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해온 나라가 바로 미국인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미국인들의 정신건강은 좋아졌을까? 미국 사회는 정신질환을 예방하는데 성공했을까? 1.5일에 한번 꼴로 총기 사건이 터지고 그로 인해 하루에 약 120명이 사망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인들의 정신건강은 지속적으로 또 급속히 악화되어왔다. 이것은 심리상담으로는 정신질환의 예방은 고사하고 정신건강의 악화조차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정권교체, 사회개혁 해야 국민정신이 건강해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신질환을 겪었다는 이유만으로 행복을 되찾을 기회마저 놓치지 않도록 정부가 세심하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정신건강 정책은 정신질환의 예방과는 아무 인연이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의 건강하지 않은 심리에 비추어 볼 때, 또 지금까지의 언행에 비추어 볼 때, 그가 갑자기 국민들에 대한 사랑이 끓어올라 정신건강까지 챙겨주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 따라서 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느닷없이 정신건강 문제를 들고 나온 것에는 심리상담(정신과) 관련 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고, 그 과정에서 주변 누군가가 이익을 챙기거나 - 이런 가능성에 대해서는 특별한 조사와 감시가 있어야 할 것이다 - 정신건강을 명분 삼아 국민들을 더 감시하고 통제하려 하거나, 바닥으로 추락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것 같은 불순한 목적이 숨어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반국민적 정권이 국민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며 잔인한 개인 간 격투기 시합을 강요하는 상황을 끝장내지 못한다면 정신건강의 악화는 막을 수 없다. 만일 윤석열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걱정한다면 하루빨리 대통령직에서 자진 사퇴해야 한다.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고 근본적으로 사회를 개혁해야만 국민들은 비로소 정신이 건강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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