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사당화, 한동훈은 혁신?
민주당-국힘 대표 도전에 대한 언론보도 이중적
한쪽은 방탄철벽 비판, 다른 쪽은 '예정됐던 일'
보수-진보 둘 다 총선 때부터의 상반된 태도 여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새로운 지도부 구성을 앞두고 언론의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보도가 대조적으로 갈리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연임을 위한 대표직 사퇴에 대해서는 대체로 ‘당의 이재명 사당(私黨)화’로 보는 반면 한동훈 전 위원장의 출마에 대해서는 당연한 복귀인 듯 받아들이면서 상당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24일 이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한 것에 대해 대다수 언론들은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대표 연임에 도전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하면서 비판했다. 25일자 ‘보수’ 계열의 중앙일보와 ‘진보’ 계열의 경향신문이 거의 한목소리와도 같은 비판적 사설을 내보낸 것이 언론의 기류를 보여준다. 중앙일보의 사설은 <연임 노린 사퇴로 ‘방탄 철벽’ 구축 나선 이재명 대표>라고 해 ‘방탄 철벽’으로 규정했다. 이 사설은 “민주당 대표 연임은 20여 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 때 이후 전례가 없으며 대표 재임 1년 10개월간 방탄과 입법 폭주, 돈 봉투 살포라는 잡음으로 점철됐다”면서 “‘개딸’이라는 강성 지지층에 편승해 당내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사당화 징후는 더 뚜렷해졌으며 타협은 사라지고 정치 대립과 불신의 골은 깊어졌는데도 그에 대한 책임이나 쇄신 없이 연임을 발판으로 차기 대선만을 좇는다면 오히려 민심의 역풍을 부를 뿐”이라고 거세게 질타했다.
경향신문의 사설 <이재명 ‘대표 연임’ 공식화, 일극주의 우려 직시해야>는 ‘이재명 체제’의 마지막 단추를 채우는 것으로 보고, “공당이 다양성·포용성이 사라지고 한 사람의 뜻대로, 그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며 ‘정당 민주주의의 퇴행’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연임 도전에 대한 부정적 보도는 그의 대표직 연임 얘기가 나올 때부터 집요하게 이어져 온 것이다. 민주당이 지난달 당대표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선거일 1년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내용을 바꾸는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할 때 조선일보 등은 “민주당, 이재명 한 사람 위한 당헌 개악 입법 폭주”로 거세게 비판했다. “이재명 대선도전 맞춤형” “‘이재명당’ 제도적 뒷받침” “이재명 대선 위해 당헌까지 바꾸는 野” 등의 기사가 쏟아졌다.
이재명 대표의 대표 연임 도전에 대한 언론의 공격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는 점에서 비판할 만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비판은 한동훈 전 위원장의 정치 복귀 및 대표 도전에 대한 보도 태도와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지난 총선 때도 보였던 두 사람에 대한 언론의 상반된 태도가 다시금 나타나고 있다.
지난 23일 국힘 차기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한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총선 참패에 뚜렷하게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그였지만 집권 여당의 대표직을 맡겠다며 다시 돌아오는 것에 대한 비판은 거의 없었거나 매우 약했다. 그보다는 2개월 만의 복귀를 애초부터 예정됐던 일인 듯, 나아가 환영하는 보도들이 줄을 이었다.
지난 12일 문화일보는 <[단독] 한동훈, 여당 영입인사 줄만남... 당대표 출마결심 굳혔나> 기사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4·10 총선 캠페인 기간에 본인이 영입했던 인사들을 두루 만나는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해 ‘광폭 행보’로 소개했다.
다음날인 13일 매일경제에 실린 <다시, 한동훈의 시간 …“늦어도 다음주엔 등판”>이라는 기사는 ‘한동훈의 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전한다. 이 기사는 “결과적으로 한 전 위원장이 출마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면서 환영조로 이를 보도하고 있다.
나아가 한동훈 복귀에 유리한 환경 조성을 위해 거들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였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2인 지도 체제’를 제안하자 조선일보 등 ‘보수’ 계열 신문들은 이 같은 제안을 일제히 성토하고 나섰다. 당대표 경선 2위 득표자가 수석 최고위원 겸 부대표를 맡고, 당대표가 직을 상실할 경우 부대표가 승계하는 2인 지도 체제에 대해 조선일보 등은 “기이한 발상”이고 “난데없는 제안”이며 “국민의힘이 같은 당 한동훈 견제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언론의 이같은 공세가 주효한 듯 국힘의 2인 지도체제 논의는 백지화됐다. 대표 1인에게 권한을 몰아주는 ‘원톱’ 방식의 현행 단일 지도체제가 확정됐고 그 직후 한 전 위원장이 여당 영입 인사들을 만난 뒤 캠프를 꾸렸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한동훈 전 위원장의 23일 출마 선언에 대해 24일 아침 신문들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 소식을 1면에 다루면서 한 전 위원장에 집중했다. 특히 다수 언론들이 한 위원장이 내놓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부각시키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한겨레까지 “한 전 위원장이 용산에 각을 세운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겨레는 한 전 위원장에 대해 그의 ‘당정관계의 수평적 재정립’ 발언에 주목하면서 “다른 3명의 당대표 출마자인 나경원·윤상현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당정 한 몸’을 강조하는 반면, 한 전 위원장은 ‘대통령실과의 관계 재정립’을 전면에 내걸면서 4파전의 전당대회가 ‘친윤석열’ 대 ‘반윤석열’ 구도로 짜였다”고 전했다. 마치 국힘의 새로운 혁신의 기수의 등장으로 기대하는 듯한 보도다. 이재명 대표의 연임 도전에 대한 이 신문의 비판적 보도와도 상당한 차이가 느껴지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