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 감시견? 필요한 것은 실천과 증명이다

애완견 발언보다 더 중요한 심각한 언론 불신 상황

지금 필요한 건 반발과 사과 요구보다 자기 성찰

족벌언론과 정치검찰 마녀사냥에 독립적이었나?

애완견이 감시견 욕하는 기막힌 적반하장의 상황

뉴스타파의 놀라운 특종 보도에 이어달리기 필요

2024-06-26     전지윤 편집위원

얼마 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법원에 출석하면서 질문을 던지는 법조기자들에게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 열심히 왜곡·조작을 하고 있지 않으냐”고 항변했다. 그리고 이것이 촉발한 ‘애완견’ 논란은 지금까지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은 "근 60년의 언론 생활에서 온갖 욕과 학대를 감내해 왔는데 이제는 개(犬) 신세로, 그것도 누구의 애완으로 전락하는 수모를 당할 줄이야“하면서 분노했다.

자기들을 겨냥한 비판인 것을 너무 잘 알기에 나온 반응이다. 그런데 단지 족벌언론과 법조기자들만 아니라 개혁언론들(한겨레나 경향 등)과 언론노조도 ‘제1야당 대표의 언론관이 너무 위험하다’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진영을 넘어서 모든 언론과 기자들이 비슷한 반응을 하며 목소리를 냈다. 

 

시민들의 대다수가 언론을 애완견으로 여기는 것이 풀어야 할 문제의 본질이다/ 출처 - 여론조사꽃

이 상황의 바탕에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언론사와 기자들에 대한 엄청난 불신이 있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에서 7명은 언론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이런 불신은 ”읽는 사람의 정신건강까지 해칠 정도로 맥락 없는 언론인 대상 욕설과 혐오가 난무“하는 현실을 낳고 있다. (최지향 교수, ‘언론 밀어내는 비난, 언론 손잡는 비판’,<시사IN>) 

이것을 지적하며 최지향 교수는 ”지금 필요한 것은 언론과 언론인이 저 멀리 튕겨 나갈 만큼 매섭게 등을 밀어내는 비난이 아니라 언론의 손을 잡아주는 비판”이라고 말한다. 이런 우려와 지적은 어느 정도 공감 가는 부분이 있다. 아무리 그 대상이 족벌언론들이나 법조 기자단이라고 해도 막말, 욕설을 하며 혐오하고 조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혐오는 누구를 대상으로 하든 잘못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족벌언론들과 개혁언론들을 구분하지 않고 싸잡아서 비난하는 것도 타당하지는 않다. 족벌언론들과 개혁언론들의 행태나 문제점은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족벌언론들은 기득권 카르텔의 핵심적 일부이지만 개혁언론들까지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록 많은 아쉬움이 있더라도 말이다.

다만 개혁언론들과 언론노조는 그런 항변과 사과 요구를 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 자기 성찰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 족벌언론들이 종북몰이나 조국, 윤미향, 이재명 등을 겨냥한 마녀사냥을 하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표적이 된 사람들에게 '손을 잡아주는 비판'을 했느냐 아니면 '매섭게 등을 밀어내는 비난'에 침묵, 방조, 동조했냐는 물음이다.

작용 없는 반작용은 없기 때문이다. 종북몰이나 마녀사냥 등의 국면에서 언론에서 쏟아지던 기사들과 그 기사들에 달리던 증오가 넘치는 댓글들, 그것을 이용한 권력기관의 악랄한 수사와 기소의 장면들이 있었다. 그것은 결국 몇몇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다. 그런 경험들이 낳은 대중적 불신과 반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것은 지금도 여전한 문제이다.  

 

한국일보 칼럼 화면 갈무리

예컨대 이번에 한국일보에는 “이 대표, 얻다 대고 ‘애완견’인가”라는 칼럼이 실렸다. 한국일보는 보통 족벌언론과는 다른 중도 개혁적인 언론으로 분류돼 왔다. (한국일보는 통합진보당 종북몰이 때 국정원이 흘린 '이석기 녹취록'을 특종 보도했고, 나중에 그 녹취록은 수백 군데나 조작된 것이 밝혀졌다.) 그런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이 극히 선동적이고 궤변스러운 건 널리 알려진 바다”라는 이 칼럼을 보면 적개심까지 느껴질 정도다.

경향신문에도 “그(이재명)는 종종 자기 통제력을 잃는다”며 비아냥대는 이대근 칼럼이 실렸다. 이것은 지난 총선 당시에 개혁언론들까지도 한목소리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비명횡사의 공천 학살을 하고 있다’라고 맹비난을 하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즉 문제는 단순히 윤석열 정권의 언론 장악과 통제가 아니라, 개혁언론들까지 포함해 다수 언론사와 기자들 사이에 퍼진 이재명 대표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물론 지난 수년간 진행돼 온 이재명 악마화의 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서 대부분 언론이 족벌언론-정치검찰 카르텔이 주도하고 사법부까지 거들고 나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적 제거 프로젝트를 반대하기보다는, 사실상 은근히 편들거나 기대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재명 체포동의안에 한겨레 경향을 포함한 대다수 언론이 찬성했던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일종의 ‘강약약강’도 느껴진다. 최근에 국민권익위가 김건희 명품백 의혹을 종결 처리하고 경찰이 한동훈 딸 허위스펙 의혹을 재수사하지 않기로 다시 결정했듯이, 실제로 존재하고 작동하는 것은 ‘윤석열 방탄, 김건희 방탄, 한동훈 방탄’이고 ‘윤석열 일극체제’이지만 대다수 언론이 툭하면 손쉽게 떠들고 비판하는 것은 '이재명 방탄, 이재명 일극체제, 조국의 사법 리스크'라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렇게 진영을 넘어서 대다수 주류언론이 다 같이 누군가를 범죄자로 낙인찍고, 권력의 사냥개인 정치검찰이 나서서 누군가를 범죄자로 기소하고, 보수적 사법부가 누군가를 범죄자라고 판결해 버리면 누구도 이 잔인한 굴레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윤석열 정권을 위한 최악의 ‘삼인성호’가 완성되는 방식이다. 

 

이런 행태가 언론에 대한 불신을 낳은 것이지 언론 비판이 불신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초청 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배식을 하고 기자들이 이를 받아가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사진.

그 최대 피해자 중의 하나인 이재명 대표가 족벌언론과 법조기자들의 '애완견' 같은 행태를 비판한 것은 이해가 가는 면이 많다. 그런데 언론노조는 그런 행태를 비판하며, 스스로 그것에 타협한 게 아닌지 성찰하기보다는 그 발언을 문제 삼고 사과를 요구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것은 노동조합이 사회정의보다 소속 노조원들의 직업적 이해를 앞세울 때 나타나는 문제다.

예컨대 몇 해 전 미국에서는 경찰의 총기 발포로 흑인들이 사망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경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항의 운동이 벌어졌는데, 그 상황에서 경찰노조는 흑인들의 분노에 공감하고 저항에 연대하는 게 아니라 쏟아지는 비난에 맞서 경찰을 옹호했다. 이것은 노동조합 운동이 가장 피해야 할 협소한 조합주의적 오류이다.

사실, 지금 이재명 대표의 ‘애완견’ 발언보다도 더욱 중요하고 언론과 비판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일은 다른 데서 벌어지고 있다. 검찰이 윤석열 대선 후보 검증 보도를 문제 삼아서 뉴스타파를 압수수색하고 수사하다가 결국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을 구속하는 데 성공한 상황이 그것이다.

이 사건에서 신학림 전 위원장이 김만배와 돈거래를 하고, 그 사실을 뉴스타파에 알리지 않은 것은 분명 잘못이고 비판받을 일이지만, 검찰은 이것을 꼬투리 삼아서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를 덮어버리며 뉴스타파를 탄압하고 언론의 윤석열 정권에 대한 비판과 감시 자체를 가로막으려 하고 있다. ‘애완견’ 언론들은 여기서도 정치검찰을 위해서 짖어대고 있다.  

 

조선일보의 뻔뻔스러운 적반하장

조선일보는 “대통령 선거의 승패를 뒤집으려 범죄 피의자와 언론, 정치권이 짜고 조직적으로 ‘가짜 뉴스’를 만들어 유포했다”면서 '뉴스타파는 이재명의 사냥개'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친이재명 친민주당이라는 비난은 황당할 뿐이다. 뉴스타파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던 윤석열 검사가 문재인 정부 초기에 민주당의 강력한 옹호를 받을 때도 독자들의 반발을 거스르며 의혹을 검증 보도했다.

당시 수많은 독자가 구독을 취소할 정도였지만 뉴스타파는 윤석열 검사에 대한 검증과 보도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사형에 처할 국가반역죄’라고 겁박하는 윤석열 정권의 탄압 속에서도 검증과 보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어느 정당이나 어느 정치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법부의 이화영 징역 9년 6개월 판결과 검찰의 이재명 5번째 기소를 근본적으로 뒤집는 뉴스타파의 특종 보도는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이나 이재명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탐사 취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 발표를 받아쓰던 주류언론과 법조기자들은 이것을 절대 이어받아서 보도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우리가 애완견이라고?' 하면서 화내며 욕하기 바쁘다.

그래서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는 ‘대다수 언론은 검찰이 뿌려주는 대로 써왔지만, 우리가 국정원 비밀 문건을 보도해도 이상하게 보도가 하나도 안 나온다. MBC나 한겨레와 경향마저 쓰지 않고 있다’라면서 한탄했다. 또 “SBS, 조선일보는 판결문과 검찰 주장을 검증하는 게 아니라 뉴스타파 보도를 ‘검증’하고 있다”라며 분노했다.  

 

검찰의 진술 조작과 형량 거래, 증인 매수 등을 보여주는 놀라운 특종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출처 - 뉴스타파

이재명 대표를 범죄자로 만들고 사법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검찰의 진술 조작과 형량 거래, 쌍방울의 증인 매수까지 이뤄진 사실들을 보여주는 뉴스타파의 놀라운 특종 보도들을 한겨레와 경향을 포함해 어떤 주류언론도 받아쓰지 않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검찰의 압수수색과 방심위의 법정 제재, 과징금 등이 걱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은 ‘검찰의 애완견’이라는 불신을 이겨내기 위해 힘을 모을 때이다. “코끼리 사냥을 한다고 생각해보자고요. 누군가 먼저 창을 던졌습니다. 코끼리가 엄청 화를 내면서 창 던진 놈에게 달려들겠죠. 그때 옆에서 창을 든 사람들이 구경만 하고 있으면 처음 창을 던진 사람은 밟혀 죽을 겁니다. 하지만 누군가 두 번째 창을 던지고, 또 다른 이가 창을 던지면 결국 코끼리는 쓰러집니다.” (김건희 주가조작을 보도하던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

개혁언론들은 '얻다 대고 애완견인가'라고 분노할 게 아니라, 윤석열 정권과 정치검찰의 실체를 보여주는 뉴스타파 보도를 이어받으며 ‘감시견’의 자격을 증명하는 데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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