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이런 기사 때문에 '검찰 애완견' 욕 먹는 것
김만배·신학림 구속에 언론 또 검찰 주장 받아써
"뉴스타파 보도는 허위·조작" 검찰 입장 반복
조선, 뉴스타파 기자를 '정치 사냥개'에 비유
국힘 훈수· 민주 후보 공격한 조선의 적반하장
검찰이 지난 21일 김만배 씨(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전 언론노조 위원장)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수사 착수 9개월 만에 구속했다. 법원이 두 사람에 대해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한다.
주류 언론들은 예외 없이 이 사실을 기사화했는데, 기사의 제목은 대부분 ‘허위 인터뷰 의혹 김만배·신학림 구속, 증거인멸·도주 우려’였다. 한겨레와 경향에는 ‘허위 인터뷰’라는 표현이 빠졌다. 기사 본문은 두 사람의 구속 사실과 함께 검찰로부터 받고 있는 혐의 사실이 언급되어 있다. 김만배·신학림이 이를 부인했다는 점을 덧붙인 기사가 있지만 딱 한 줄이고, 기사의 거의 전부는 ‘검찰에 따르면’으로 되어있다. 이번에도 언론은 ‘검찰발’ 기사를 ‘검찰이 불러주는 대로’, 그리고 ‘검찰의 관점에서’ 기사화한 것이다.
이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22년 5월 대선을 앞두고 뉴스타파가 ‘김만배-신학림 대화’ 녹취 내용을 보도한 것이다. ‘윤석열 대선후보가 검사 시절인 2011년 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부실대출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보도였다. 즉,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검증 보도였던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검사 출신 대선후보가 대통령이 되자 이를 문제 삼고 나섰다. 뉴스타파 보도가 윤석열 후보를 음해하고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며 인터뷰 내용이 ‘허위’라는 것이다.
심지어 검찰은 아무 근거도 없이 배후에 민주당이 있다는 ‘정치 공작설’을 흘리면서 정치권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같은 내용을 보도한 다른 여러 매체의 기자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섰다. 검찰이 수사를 벌이는 동안 검사 출신 대통령이 추천한 인사로만 구성된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뉴스타파를 인용해 보도한 다른 방송에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
인터뷰 혹은 대화 내용이 ‘의도적으로 기획된 것’ ‘허위 사실’이라는 것은 검찰의 주장일 뿐이다. 오히려 검찰이 이 수사를 ‘의도적으로 기획하고 허위로 꾸며’ 진행한 것일 수도 있다. 과거 검찰이 숱한 기획·조작 수사를 벌여온 추악한 이력은 언론이 더 잘 알 것이다. 이 정권이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 남용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언론이 의심하고 견제하고 비판해야 할 대상은 뉴스타파가 아니라 검찰 권력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검찰의 이런 수사가 정권 비판적 언론에 대한 탄압이라고 강력히 항의하고 비판했을 것이다. 김·신 인터뷰가 ‘기획되고 조작된 허위 사실’이라는 검찰 주장이 진실인지 묻고, 오히려 뉴스타파가 제기한 ‘윤석열 검사 부실대출 수사 무마 의혹’의 진위 여부부터 밝히자고 해야 한다.
그러나 주류 언론들은 여전히 검찰의 입장에 서서, 검찰이 불러주는 대로 보도하고 있다. 뉴스타파와 김·신의 반론은 무엇인지, 뉴스타파 보도의 본질은 무엇이었는지, 이 수사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혹시라도 권력에 의한 언론탄압은 아닌지 단 한마디도 묻지 않고 있다. ‘대선 개입 목적의 허위·조작 인터뷰’라는 검찰의 논리와 프레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 ‘검찰 애완견(lap dog)’ 수준을 넘어 ‘검찰 가드독(guard dog)’으로 불러야 할까?
‘검찰 가드독’의 면모를 가장 잘 보여준 매체가 조선일보였다. 조선일보는 22일자 10면을 털어 “대선 뒤흔들려 가짜뉴스...정치권 ‘사냥개’된 기자들”이라는 제목으로 검찰 주장 받아쓰기 기사를 대서특필해 보도했다. 이 기사는 ‘애완견’처럼 단지 꼬리 흔들며 받아쓰기 보도를 하는 데에 그친 것이 아니다. 다른 매체들이 구속 사실과 검찰 주장을 단신 정도로 보도하는 동안 조선일보는 거의 한 개 지면 분량으로 검찰의 주장과 입장을 대변했다.
김만배-신학림의 대화를 ‘대선을 뒤흔들기 위한 의도로 기획된 것’이며 뉴스타파의 보도는 ‘허위보도’라고 단정했다. ‘거액의 책값’은 그 대가였다는 것이다. ‘당연히 구속되어야 할’ 피의자들과 참고인들이 조사와 출석을 거부한 데다 진보 언론이 ‘언론자유 침해’라며 비판해 두 사람의 구속이 늦어졌다고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검찰의 시각과 입장으로 쓰여진 기사다.
나아가 ‘보수’성향 언론학자의 입을 빌려 신학림 위원과 뉴스타파 기자들,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해 보도한 다른 매체 기자들을 “특정 정치 세력의 사냥개”라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조직적으로 가짜뉴스를 만들고 퍼뜨려 대선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있을까? 선거 때 후보 검증을 내세워 그동안 조선일보가 보도한 민주당·진보진영 후보들에 대한 수많은 악의적 보도는 새까맣게 잊은 것인가? 정치검찰이 정적 제거를 목적으로 혐의를 조작해 흘리면 ‘검찰에 따르면~알려졌다, 전해졌다’라며 이를 가장 먼저 받아쓰고 가장 크게 보도했던 언론이 바로 조선일보였다. 수구 기득권 정당이 선거에 이기도록 선거철만 되면 온갖 훈수를 두고 상대 후보에 대해서는 폄하·모욕·비난을 일삼던 신문이 조선일보였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검찰기자를 ‘애완견’에 비유했다가 현직 기자단체와 언론으로부터 반발을 샀다. 그러나 주류 언론들이 검찰 주장과 입장을 이렇게 충실히 받아써주니 ‘애완견’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국민 60%정도가 언론이 ‘애완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어떤 언론에는 ‘애완견’ 비유조차 아깝다. 조선일보의 기사를 보면 ‘정치권 사냥개’는 조선일보 기자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비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