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부부, 떴다 하면 '국빈방문'…취임 후 13번 중 9번
'1호 영업사원' 국외 출장보단 '왕의 행차' 인상
김건희, 한미일 정상회의만 빼고 전 행사 동행
윤씨 부부 국빈방문 때 재벌총수 대동 잦아
작년 지출 578억 원 역대 최고…물 쓰듯
작년 미국 국빈방문 땐 막대한 청구서 받아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일주일 간의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3개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16일 귀국했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 이후 모두 14개국을 방문하게 됐다. 외교부 누리집의 정상외교 편에 따르면, 취임 첫해에 방문국은 캐나다(9월) 1개국이고, 이듬해인 2023년엔 1월 아랍에미리트(UAE) 국빈방문으로 시작해서 12월 네덜란드 국빈방문까지 모두 10개국, 그리고 올해 6월 현재 중앙아시아 3개국이다.
윤석열·김건희 부부, 나갔다 하면 '국빈방문'
취임 후 13번 중 9번…작년 하반기엔 달마다
이 가운데 화려한 의전과 최고 예우를 받는 국빈방문(state visit)은 아랍에미리트(2023년 1월), 미국(4월), 베트남(6월), 사우디아라비아(10월), 영국(11월), 네덜란드(12월),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2024년 6월) 모두 9번이다. 지난 2월 출발 나흘 전에 국내 사정을 이유로 전격 취소했던 독일 국빈방문까지 합치면 사실상 10번에 달한다. 공식방문은 캐나다(2022년 9월), 일본(2023년 3월), 프랑스(6월), 폴란드(7월)다. 우크라이나(7월)는 당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리투아니아 정상회의에 참석했다가 예정에 없이 갑자기 찾은 것이다. 한눈에 봐도 윤 대통령 부부의 외국 방문은 국빈방문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빈방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보기에 따라선 그만큼 대한민국의 정상이 예우받고 있다는 얘기도 되기 때문이다. 정상 방문 형태에는 국빈 방문(state visit)과 공식 방문(official visit), 실무 방문(working visit) 등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국빈방문에선 통상 공식 환영식에서 예포 21발(로열 살루트) 발사와 의장대 사열, 초청국 원수 주최 만찬 등의 행사를 통해 외국 정상에게 최고의 예우를 다한다.
대체로 대통령에 취임하고 처음 국빈방문을 다녀오면 대통령의 자부심과 또 국빈방문을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강하게 느껴진다는 얘기는 외교와 의전에 경험했던 정부 인사들에게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윤 대통령 부부의 경우 작년 하반기엔 매월 국빈방문을 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4·10 총선을 앞둔 지난 2월 독일 국빈방문을 취소함에 따라, 작년 12월 네덜란드 국빈방문 이후 이번 중앙아 3국 국빈방문까지 약 6개월의 기간은 견디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윤 부부 국빈방문 때 재벌총수 대동 잦아
작년 지출 578억 원 역대 최고…물 쓰듯
국빈방문을 준비하려면 초청국으로선 엄청난 공력을 쏟아붓게 된다. 기본 행사 시나리오와 함께, 경호와 숙소, 이동, 연회, 출입국, 화물 등 챙겨야 할 게 한둘이 아니다. 가는 쪽에서는 방문단 규모도 커지고 의전적으로도 준비할 게 많아진다. 특히 윤 대통령 부부의 국빈방문 때면 거의 어김없이 재벌총수를 포함한 재계 인사들이 대거 동행해왔다.
행사가 커지는 데 비례해 관련 비용도 당연히 크게 불어난다. 국빈방문 비용의 경우 초청국에선 대통령 부부의 숙박비와 고위급 수행원들 숙박비 정도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방문국에서 책임지는 만큼 자연스레 예산도 많이 들어가게 된다. 지난해 윤 대통령은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됐던 정상외교 예산인 249억 원을 다 쓰고 본예산보단 훨씬 많은 일반 예비비 329억 원까지 추가로 사용했다. 총 578억 원을 그야말로 물 쓰듯 쓴 셈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겹친 탓도 있지만, 정상외교에 연평균 190억 원을 썼던 문재인 정부와 비교된다.
물론 역대급 예산인 578억 원을 쓴 데는 과도한 국빈방문 탓도 있다. 역대 정부에선 국외 순방 때 예산과 시간을 절약하고자 이웃 나라를 한데 묶거나 국제행사에 참석하는 길에 들르는 방식을 주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윤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 중동 등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먼 나라를 한 번에 한 나라씩 따로 찾아 상당한 예산과 시간을 '낭비'한 셈이 됐다. 미국,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네덜란드 국빈방문이 다 특정국 단독 방문이었다.
돈도 돈이지만,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국정을 돌볼 시간을 그만큼 빼앗기게 된다. 물론 윤 대통령이 국내에 있다고 해서 늘 국정을 돌본다는 얘기는 아니다. 윤 대통령이 작년 12월 네덜란드 국빈방문 이후 이번 중앙아 국빈방문에 나서기까지 6개월간 공식 일정이 빈 날이 무려 69일이었을 정도다. (시민언론 민들레, 6월 11일자. '대통령 국내 머문 6개월 간 일정 빈날이 무려 69일')
김건희, 한미일 정상회의만 빼고 전 행사 동행
'1호 영업사원' 국외 출장보단 '왕의 행차' 인상
역대급 예산을 쓴 데는 유엔총회와 다자 정상회의, 국제기구 회의 참석도 한몫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25개월간 모두 19번의 다자 행사에 참석했다. 첫해인 2022년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마드리드·6월), 유엔총회(뉴욕·9월) 동아시아정상회의·아세안+3정상회의(프놈펜·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발리·11월) 등 5번이다.
2023년에는 1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을 시작으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히로시마·5월), 나토 정상회의(빌뉴스·7월), 한·미·일 정상회의(캠프데이비드·8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뉴델리·9월 1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샌프란시스코·11월), 그리고 2030 국제기구박람회(BIE) 총회(파리·11월)를 포함해 모두 14건에 이른다.
특징 중 하나는 양자 방문과 다자 국제회의 참석과 관계없이 1박 2일로 진행된 캠프 데이비드의 한·미·일 정상회의 단 한 번을 빼곤 부인 김건희 여사가 모두 동행했다는 점이다. 다음 달엔 또한 워싱턴D.C.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윤 대통령이 3년 연속 참석한다. 특정한 비즈니스를 위해 소수의 정예 멤버들과 함께 '애자일'(민첩)하게 움직이는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의 국외 출장 모습이기는커녕, 대군단을 데리고 과시하고 대접받는 걸 즐기는 '왕의 행차' 같다는 인상마저 준다.
한 정부 국빈방문 '독점'하면 다음 정부에 '피해'
미국, 작년 국빈방문 땐 막대한 청구서 내밀어
초청하는 상대국의 의향이 중요하지만, 이처럼 어느 정부에서 국빈방문을 '독점'하다시피 하면, 차기 정부에선 그만큼 국빈방문의 기회가 줄어드는 대신 국빈방문을 초청해야 하는 일이 늘어나게 된다. 어떤 면에선 국빈 방문은 다음 정부의 몫을 당겨쓴다고도 볼 수 있다.
국빈방문을 전후로 해서 초청국이 내미는 청구서도 문제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이다. 작년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소식이 전해지자 1000억 달러(약 138조 원)에 가까운 삼성, SK, 현대차 같은 우리 대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큰 역할을 했고, 굴종적 방식이지만, 일제 강제동원(징용)과 관련해 일제 전범 기업에 일방적 면죄부를 줌으로써 정부 차원의 한일 관계를 복원한 것에 대한 보상 차원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관측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4일 자 '타임'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2년 5월 방한 목적과 관련해 "내가 반도체 산업을 회수하기 위해서"였다고 실토한 데서 결과적으로 뒷받침된 모양새다.
작년 4월 26일 국빈방문 기간에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윤 정부가 자체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핵협의그룹(NCG) 창설과 미 핵 전략자산의 정례적인 한반도 전개 확대를 약속한 '워싱턴선언'을 채택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라고 자랑해왔다. 그러나, 워싱턴선언 내용 중 NCG는 창설됐지만, 지난 5일 을 포함해 올해 두 차례 B-1B 전략폭격기를 출동시킨 정도여서 전략자산 전개의 정례화와 확대라는 약속을 미국은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