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3단계 휴전' 결의안 채택…'악마'는 이스라엘에
"6주간 휴전, 가자 밀집지서 이스라엘군 철수"
안보리 "가자 인구구성‧영역 변경 시도 반대"
"안보리 결의안, 이스라엘에 불의의 일격"
극우‧유대광신 세력, 전시내각 '공백' 노려
"간츠 사퇴…휴전 반대 극우세력 대담해져"
이스라엘, 8개월간 3만7000명 넘게 학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가자 전쟁 3단계 휴전 결의안을 채택했다. 안보리는 1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회의에서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3단계 휴전안을 토대로 미국이 작성한 결의안(2735)을 통과시켰다. 15개 이사국 중 14개국이 찬성했고 러시아는 기권했다.
유엔 안보리 '바이든 3단계 휴전안' 결의 채택
6주간 휴전, 가자 밀집지서 이스라엘군 철수
안보리는 공식 발표문을 통해 "결의안은 가자에서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포괄적인 3단계 휴전안을 제시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에 지체하지 않고 조건 없이 (휴전안을)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보리에 따르면, 이 방안은 △ 6주간의 즉각적이고 전면적이며 완전한 휴전과 가자 인구 밀집 지역에서 이스라엘군 철수, 일부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귀향, 가자 전역에 대한 대규모 인도주의 지원의 안전하고 효과적 제공 △ 모든 인질 석방과 이스라엘군의 가자 완전 철수 등 영구적 적대행위 종식 △ 다년에 걸친 가자 재건 계획 개시와 사망한 인질 시신 송환 등 3단계로 이뤄졌다.
결의안은 또한 휴전 협상이 1단계 시한인 6주를 넘길 경우 협상이 지속되는 한 휴전도 지속되며, 특히 가자 영역을 축소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해 가자에서의 인구구성과 영역을 바꾸려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의안에서 안보리는 "두 민주 국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안전하고 공인된 국경 안에서 평화롭게 함께 사는, 협상을 통한 두 국가 해법이란 비전을 달성하는 데 변함없이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나아가 안보리는 "팔레스타인 당국 하에서 가자와 (요르단강) 서안을 통합시키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안보리 "가자 인구구성‧영역 변경 시도 반대"
미국 "이스라엘 이미 수용, 하마스 수용하라"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결의 채택 후 발언에서 이스라엘은 이미 협상안에 찬성했다면서 "안보리는 하마스에 휴전 협상안을 받아들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 하마스가 그렇게 한다면 전투는 오늘 멈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들은 하마스가 시작한 이 전쟁에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며 "다른 길을 마련할 기회가 있다. 하마스는 그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랍권의 유일한 이사국인 알제리의 아마르 벤자마 주유엔 대사는 "문안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지속되는 학살과 고통에 대한 대안으로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한 줄기 희망을 줄 것"이라며 "팔레스타인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이제는 학살을 멈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슬로베니아의 온디나 블로카르 드로비치 주유엔 차석대사는 8개월간의 전쟁 기간에 자행된 수많은 잔혹 행위를 거론한 뒤 "우리는 가자의 고통이 끝나야 한다고 수개월 동안 말해왔다"며 "우리는 다시 한번 즉각 휴전을 촉구하며, 이는 포괄적 해결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3단계 휴전안'을 담은 안보리 결의 채택 직후 성명을 내고 "긍정적으로 본다"며 환영했다. 성명에서 하마스는 그 협정의 원칙 이행과 관련해 중재자들과 협력해 간접 협상에 참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3단계 휴전안' 막는 악마, 이스라엘에 숨어
"안보리 결의안, 이스라엘에 불의의 일격"
미국 대사가 안보리에서 이스라엘은 이 방안을 이미 수용했고, 하마스만 받아들이면 된다고 주장한 것과는 달리, 이 방안의 실행을 막는 '악마'는 이스라엘에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이 '3단계 휴전안'과 관련해 "가자에서의 즉각 휴전, 모든 인질 석방, 가자 전역에 걸친 인도적 지원의 실질적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라면서 수용을 촉구했지만,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공식 입장 발표에 "저항"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레우트 샤피르 벤-나프탈리 주유엔 조정관은 이날 안보리에서 "우리는 모든 인질이 돌아오고 하마스의 군사능력이 해체될 때까지 계속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NYT는 이스라엘이 이 휴전안의 조건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대사는 회의에 참석해 표결 과정을 지켜봤지만, 정작 이스라엘 발언 순서에서는 자리를 비웠다.
이스라엘의 알론 리엘 전 외교부 국장은 알자지라에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안보리 결의안에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고 진단했다. 리엘은 "우리 대사는 지난 48시간 문구를 바꾸고자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이를 볼 때 이스라엘은 이 결의안을 싫어한다"며 "이스라엘이 이를 공개적으로 거부한다면 국제적으로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이라고 내다봤다.
극우‧유대광신 세력, 전시내각 '공백' 노려
"간츠 사퇴…휴전 반대 극우세력 대담해져"
이스라엘 전시내각의 역학 구도 변화도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중도우파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가 9일 "우리가 진정한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네타냐후가 막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하며 전시내각을 떠났기 때문이다. 상대적 온건파인 간츠는 그동안 네타냐후가 이끈 전시내각의 국수주의 경향을 나름 견제한 것으로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그가 빠져나오면서 그 공백을 연립정권 내 극우, 초정통 유대주의 세력이 차지할 공산이 크다는 점이 문제다. 그러지 않아도 극우 유대교 광신자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네타냐후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전시내각 합류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휴전은커녕 가자지구 재점령, 인종 청소, 서안 병합, 레바논과의 전쟁을 대놓고 촉구할 정도로 극단적이다. 바이든의 '3단계 휴전안'은 이들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또다른 극우 인사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인질, 수감자 교환을 '살인자 수백 명 석방'이라고 부르며 협상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부정부패 혐의와 안보 실패 책임 등으로 정치생명이 위태로운 네타냐후를 사실상 '인질'로 삼고 있는 셈이다. 네타냐후로선 실각과 처벌을 면할 유일한 길이 이들 극단주의 세력과 연정을 유지하는 것인 만큼 '휴전'은 언급조차 꺼리고 있다. NYT는 간츠의 전시내각 사퇴는 "네타냐후 연정 내 휴전에 반대해온 극우 정당들을 대담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는 또한 8일 이스라엘군이 가자에서의 인질 4명 구출 작전에서 1000명에 가까운 팔레스타인 주민을 살상한 사건으로 더욱 국제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하마스 보건부에 따르면, 최소 274명이 죽고 598명이 다쳤다. 이스라엘군은 야만적인 작년 10‧7 하마스 기습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가자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을 가해 8개월간 3만7000명 넘게 학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