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채상병' 보도, MBC 홀로 진실 추적

초기부터 현재까지 공영방송 존재 이유 입증

SBS, 외압 의제 제시했으나 비판 논조 사라져

KBS, 사장 교체 이후 윤 정부 입장 단순 중계

YTN, 통신사 기사 인용, 타사 따라하기 급급

2024-06-08     김춘효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상임연구원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7월 19일 오후. 한 젊은이가 경북 내성천 부근에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해병대 채수근 일병이었다. 그는 다음 날 새벽 시신으로 발견됐다.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외아들을 잃은 부모는 오열했고, 해병대는 사건 수사단을 구성했고, 언론은 비통의 현장에서 취재를 시작했다. 그 뒤, 수사단장이 보직 해임됐고, 국방부 장관이 사임했고, 야당이 특별 검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공언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누가 관여된 사건인데 현재까지 이 담론은 지속되는 것일까?

사실, 기자는 사회적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다. 특정 발생 사건에서 사실을 검증해 정보를 취합한 다음, 언론사 내부 관행에 따라 기사를 작성한다. 사회 구성원들은 기사를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누가 그 일에 관여돼 있는지’, 그리고 ‘누가 가장 큰 혜택을 받는지’를 인지할 수 있다. 구성원들은 이렇게 인지된 정보를 통해 사회적 판단과 행동을 한다. 언론이 만든 기사는 사회 정체성을 형성하는 무형의 지식인 셈이다. 그래서, 보도 담론 분석은 언론이 사회 구성원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졌는지’를 해석할 수 있게 한다. 그 해석은 향후 전개될 상황까지도 예측 가능하다.

‘채수근 해병대원’(이하, 채 해병)의 사망 사건의 뉴스 담론을 분석해 보겠다. 언론이 이 사건을 초기부터 어떻게 부각하고 보도 담론을 만들어왔는지 톺아 보겠다. 또한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가 채 해병 보도 담론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함께 살펴보겠다. 윤 정부의 언론 궤적을 통해 향후 전개될 언론 상황을 예측해 보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분석 대상을 '진영 논리'가 강한 신문사가 아닌 방송사(KBS·MBC·SBS·YTN)로 선정했다. 분석 시기는 2023년 7월 19일부터 2024년 5월 31일까지다.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연구원들은 4개 방송사의 홈페이지에서 ‘채 상병 또는 채 해병’ 키워드로 기사를 선별 취합했다.

 

mbc의 채 상병 사건 관련 보도 화면. mbc 뉴스 화면 갈무리

안전불감증 – 국방부 수사외압- 대통령실 개입 순으로 담론 변화

지난 10개월 동안 ‘채 해병 담론’은 3번의 변곡점을 맞았다. 변화 시기는 2023년 7월 31일- 9월 1일- 2024년 3월 한 달이다. 7월 31일을 기점으로 담론의 중심이 해병대의 안전 불감증에서 국방부 외압으로 옮겨갔다. 9월 1일 이후, 보도 담론의 주체가 국방부와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에서 국회와 공수처로 넘어갔다. 2024년 3월 이후, 뉴스 담론의 중심은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관여 여부였다. 단계별 보도 내용과 언론의 주요 프레임은 아래의 표로 정리할 수 있다.

                               

표: 채 해병 담론 주요 국면

즉, 담론의 생애주기는 초동 수사-(7월 31일, 언론 브리핑 취소)- 국방부와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의혹 (9월 1일, 박정훈 대령 구속영장 기각) - 공수처 관련자 소환 및 채 해병 특검법 - (24년 3월 초, 피의자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 야권 총선 승리 및 특검 재의결 순이다.

언론, 채 해병의 죽음을 ‘안타까움’에서 ‘억울함’으로 바꾸다

초기 보도 담론을 종합하면, 해병대 1사단 소속 장병들은 지난해 7월 17일 오후 경북 예천군 내성천 부근에 도착했다. 수해 복구 지원 작업을 위해서였다. 해병대는 경북 소방본부와 효율적 지원 업무를 위해 역할을 분담했다. 해병대는 하천 부근만 수색하고, 소방본부가 수중 수색 업무를 맡기로 했다. 그래서, 채 해병을 포함한 대원들은 구명조끼가 아닌 삽과 곡괭이만을 지급 받았다.

◊ ‘4사(社) 4색(色)’의 보도 담론들= 채 해병의 사망 사건에 대한 보도 담론의 논조는 방송 4사 모두 달랐다. 공영방송인 KBS와 MBC는 담론 1‧2 단계까지 비슷한 논조를 유지했다. 두 방송사는 담론 초기부터 해병대의 안전조치 미흡과 수색 임무의 부당성을, 박정훈 수사단장 보직 해임의 부당성을, 국방부의 해병대 수사단에 대한 수사 외압 가능성을 적극 보도했다. 하지만, 3단계부터는 보도 논조가 달랐다. 윤석열 정부가 KBS 사장을 강제 교체한 이후 KBS 보도에서 정부 관련 의혹 보도는 사라졌다. 대신, 국방부와 대통령실의 발표를 그대로 중계하거나 인용했다. 이와는 상반되게, MBC는 2단계에서부터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수사 외압 가능성을, 임성근 해병대 사단장의 거짓말을, 이종섭 피의자를 호주대사에 임명한 부당성을, 그리고 대통령 격노설의 실체를 쟁점화했다. 기사의 출처는 정부 보고서나 관련자들의 증언 등이었다. 이들 공영방송과 비교하자면, SBS의 담론은 2단계에서 MBC와 유사한 경향성을 보였다. 국방부가 해병대 수사단에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는 담론을 가장 눈에 띄게 보도했다. 하지만, 국방부의 수사 외압만을 집중 조명했을 뿐 대통령실과의 연관성에 대한 보도는 하지 않았다. 이후 보도는 KBS처럼 경찰과 공수처의 동향이나 여야 국회의 정치적 공방 그리고 박정훈 대령의 공판 내용을 단순 중계하는 수준에 그쳤다. YTN는 채 해병 담론에서 통신사의 보도 내용을 편집해 보도하거나 타사의 보도를 따라하기에 급급했다.

◊ 공영방송, 채 해병 임무의 부당성 부각 = 방송 3사 (YTN·MBC·SBS)는 7월 19일 ‘실종자 찾던 해병대원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고, 구명 조끼는 입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KBS는 다음 날 새벽 4시경 실종된 해병대원이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방송했다. 방송 4사의 첫 보도는 전형적인 실종 사망 사건 보도였다. 하지만, 공영방송(MBC‧KBS)과 비 공영방송(SBS‧YTN)의 보도 방식은 달랐다. 공영방송은 현장 검증을 통해 채 해병의 임무가 정당했는지, 그리고 안전 장비 구비 여부를 보도하면서 해병대의 안전 조치 미흡을 질타했다. MBC (7월 27일)가 KBS(7월 31일)보다 검증 보도가 빨랐다. MBC는 첫 단독 보도를 2개 내보냈다. 첫 번째는 해병대가 경북 소방본부와의 약속을 어겼다는 사실(“하천변 수색만 맡았는데 … ” ‘협의’ 깨고 급류 투입한 해병대)과 해병대의 수사 과정(수중 수색 누가 지시? … 1주일 만에 수사 종료)에 의혹을 제기했다. 나흘 뒤, KBS (“강과 경계지역 진입 금지”… 분명히 경고했는데)는 해병대가 소방 당국의 사고 위험 경고를 무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달리, SBS와 YTN 보도에서는 이 같은 취재 방식의 보도는 보이지 않았다. 즉, 공영방송이 담론의 초기부터 채 해병의 사망 사건은 단순 사망 사건이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을 부각했다. 해병대가 ‘왜’ 권한 없는 행위를 했는지 그리고 누가 지시했는지에 대한 진상 규명의 쟁점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MBC와 KBS 기자들이 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점검하면서 ‘누가 관여됐는지’에 대한 담론을 시작했다.

SBS 국방부를 묶고, MBC 대통령실을 털다

◊ SBS ‘국방부’ MBC ‘국방부-대통령실’ 외압‧담론 주도= 채 해병 담론은 7월 31일을 기점으로 수사외압 국면으로 전환된다. 해병대는 오후에 예정돼 있던 수사 결과 언론 브리핑을 돌연 취소했다. 이와 관련된 보도는 SBS ‘고(故) 채 상병 조사하던 해병 수사 단장 보직 해임 … 경찰 넘긴 건 항명’ 보도였다. SBS는 이 보도를 통해 군인 사망 사건을 군에서 직접 수사할 수 없도록 법이 개정돼 조사 결과를 경북 경찰청에 넘긴 박정훈 수사단장이 항명 혐의로 보직 해임됐다는 보도였다. 공영방송보다 다소 늦은 ‘채 상병 관련 첫 단독’ 보도였지만, 보도 내용은 탁월했다. 단독 보도된 내용들은 해병대 사단장의 과실치사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사진과 증언들(8.7), 국방부가 수사단 보고서에 명시된 혐의자와 혐의를 방해(8.7.), 이종섭 국방부 장관 결제한 수사보고서 혐의 삭제 지시(8.8), 경찰 해병대 수사단에 ‘사단장 책임 충분히 조사’ 요청 (8.9.), 수사단의 설명 문건 단독 입수 및 대통령실 보고(8.10), 전 해병대 수사단장 군 검찰 수사심의위 신청(8.12), 박 대령을 항명 장교로 규정한 국방부 검찰단의 책임자가 ‘피의자’(8.14) 등이다.

SBS의 보도 내용들은 수사결과 보고서는 국방부 장관의 결재까지 마친 상태에서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축소 또는 은폐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취재원은 국방부 핵심 관계자 증언과 수사 보고서 등 증빙 서류들이었다.

공영방송인 MBC와 KBS는 SBS의 국방부 외압 보도를 인용하기보다 취재원(채 상병 가족, 채 상병 수색 작업 동료들, 박정훈 수사단장 단독 인터뷰, 수사단 보고서, 장관 서명 보고서)을 달리해 국방부 외압 담론의 폭발력을 키웠다. 하지만, 9월 1일 박정훈 수사단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지상파 2개 사의 권력 감시견 보도는 끊겼다. SBS와 KBS는 국방부와 대통령실 그리고 임성근 사단장의 주장을 단순 중계했고, 보도 건수도 현저하게 줄었다. 이와는 반대로, MBC는 채 상병 보도를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방송사들과 달리 MBC는 ‘국방부-대통령실’ 연계 외압 의혹 보도 <국방장관 보좌관의 문자, 지휘관은 징계로(11.16); 법무 검토했다더니 … 국방부의 말바꾸기 (11.29); 안보실의 집요한 독촉 … 8월 9일에 보고해야(11.30); 빨리 현장에 들어가라 … 임성근 향하는 부하들 증언(12.18); 해병대 수사외압 의혹 피의자를 호주대사로 … 영전 또 영전 (24.3.4)>를 이어 갔다. 특히, 22대 국회의원 선거 국면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의 출국 장면을 단독 포착하고 호주까지 동행 취재 ‘뭘 여기까지 왔어요? 되물은 이종섭 … 사실상 대사 부임’(24.3.21)한 보도는 채 상병 사건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부당함을 국민들에 각인시켰다. 다시 말하면, SBS는 채 해병 수사보고서를 둘러싸고 해병대 수사단과 국방부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탁월하게 보도했지만, MBC처럼 국방부와 대통령실의 연계 가능성에 대한 취재 담론을 만들지 못했다. 권력층의 ‘누가’ 수사 축소 작업에 관여했는지에 대한 추적 보도를 하지 못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출국금지 대상인 것도 호주대사 임명 파장 여론도 주도하지 못했다. MBC 홀로 채 해병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추적하고 있었다.

◊MBC vs 타 방송사 담론 차이 = 2024년 채 해병 담론은 MBC가 주도했다. MBC 대 비MBC로 나눌 수 있다. 단적인 사례가 수사외압 최고 결재권자인 ‘이종섭’의 호주 대사 임명 관련 보도다. MBC는 3월 4일 이종섭의 호주 대사 임명을 보도했다. 피의자 신분인 사람이 어떻게 장관급인 대사로 임명될 수 있는지를 물었고,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다른 방송 3사들은 이 사안에 대해서 이종섭과 대통령실 입장을 부각했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가 성공을 거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사례다. 공영방송인 KBS는 이종섭 관련 기사를 3월 한 달 동안에만 14건을 보도했지만 비판 논조의 기사는 없었다. 오직, 이종섭 또는 대통령실의 입장만을 보도했다. 대표적인 보도들은 [‘출국금지’ 이종섭 내일 호주 출국 예정…공수처 오늘 소환 조사(3.7.), 대통령실 “이종섭 출국 ‘수사 차질’ 주장 맞지 않아”(3.11.), 이종섭 “도피 주장은 정치 공세…자리 연연하지 않아” (3.17), ‘당분간 소환 어렵다’는 공수처…이 대사 “‘출금’ 왜 했나”(3.22)] 등이다.

준 공영방송이었다가 2023년 10월 유진그룹에 매각된 YTN도 유사했다. 3월 한달 동안 ‘YTN 실시간뉴스’에서 이종섭 관련 기사는 7건이었다. 보도 논조는 현 정권에 우호적이었다. 대표적인 보도들은 [이종섭 출국 연기 … “출국금지 이의신청” (3.8)‧‘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 이종섭 전 장관, 오늘 호주 출국 예정’ (3.10)‧대통령실 “이종섭 임명철회 없다 … 공수처-野-언론 결탁한 정치공작 (3.14)‧ 이종섭 곧 귀국·황상무 사퇴 … 물러선 용산(3.20)] 등이다. 건설사가 대주주인 SBS도 별 차이가 없었다. 국방부 외압 담론을 주도했던 SBS는 모기업이 부도 위기에 처하면서 비판의 논조는 사라졌다.

정리하자면, 소유구조가 다른 방송 4사들이 ‘채 해병’의 보도 담론을 지난 10개월 주도했다. 이들은 채 해병 실종과 죽음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사고 현장에서, 해병대 수사단에서, 국방부에서 검증 보도했다. 공영방송인 MBC와 KBS가 사고 현장과 해병대 수사단 관련 담론을 주도했다. 이에 비해, 매각 시장에 나와 있었던 준 공영방송이었던 YTN은 채 해병 보도 초기부터 존재감이 없었다. 국방부 관련 담론은 SBS가 이끌었다. 국방부 수사 개입의 부당성과 외압의 형태를 독보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국방부와 대통령실의 관련성까진 파고들지 못했다. MBC만 채 해병 죽음을 둘러싼 최고위층의 권력 남용을 추적했다. 아직 현 정부에 장악되지 않은 공영방송 MBC만 ‘누가 관여했는지’를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채 해병 담론에서 ‘누가 가장 큰 혜택을 받았는지’에 대한 내용은 완성되지 않았다. 공영방송 MBC가 그 매듭을 지을 수 있을지 지켜본다.

<참고문헌>

Meehan, E., Mosco, V. & Wasko, J. (1993). Rethinking Political Economy: Change and Continuity, Journal of Communication, 43(4), pp.105 –116.

van Dijk, T. (1988). News as Discourse. NY: Routl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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