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시아 동결자산 이자 우크라에 지원 최종합의
3000억 달러 동결자산 연 이자 25억~30억 유로
우크라 자산 전체 몰수 요구에 부분 몰수 합의
이르면 7월에 첫 회분 10억 유로 지급
러시아 국제법 유린이라며 반발, 반환해야 할지도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부터 동결해 온 역내 러시아의 자산 이익(이자 등)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용하기로 최종합의했다고 EU 27개 회원국 장관급이 참석하는 EU 이사회(Council of the European Union)가 21일 발표했다.
연간 25억~30억 유로 우크라 지원
이 조치의 대상은 100만 유로(약 14억 8천만 원) 이상의 러시아 동결자산을 보유하는 EU 역내 청산기관들이며, 올해 2월 15일 이후에 생긴 ‘이익’의 90%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에, 나머지 10%는 부흥 예산으로 배정된다.
예상되는 이익은 연간 25억~30억 유로(약 3조 7천억~4조 4천억 원)다. 이르면 7월 중에 첫 회분 10억 유로(약 1조 4800억 원)가 우크라이나에 지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지난 3월 21일 EU 정상회의 때 밝혔다.
동결자산 총액 3000억 달러, 우크라 모두 몰수 요구
EU와 주요 7개국(G7)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러시아 중앙은행 등이 각국에 예치한 자산을 동결했다. 그 총액은 3000억 달러(약 408조 6천억 원) 안팎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동결자산을 모두 몰수해서 자국 지원에 활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동결자산 몰수에 대해 적극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나라들도 있다.
몰수 이익의 구체적인 활용법은 오는 24~25일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G7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다음달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논의된다.
러시아 국제법 유린이라며 반발
러시아정부는 22일 EU의 이번 최종결정에 대해 국제법을 유린하는 극악무도한 행위라며 비난했으나, EU 외교관들은 러시아 동결자산에서 생기는 이익은 모두 우크라이나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데 모두가 동의했다고 밝혔다.
얀 리파브스키 체코 외교부장관은 이날 자신의 엑스(X)에 “러시아는 자신이 저지른 전쟁으로 발생한 손해를 변상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돔브로브스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8일 “러시아는 죄를 직접 갚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결자산 전체 아닌 이자 등 부분몰수한 이유
EU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에 러시아와 깊은 경제관계를 구축해, 러시아의 자산이 EU 역내에 많이 예치돼 있고 러시아 국내에는 유럽 기업들의 자산이 많이 남아 있다.
EU가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구대로 러시아 동결자산 전체를 몰수하지 못하고 이자 등의 자산 부분 몰수에 그친 것은 회원국들 간에 의견차가 있는데다, 몰수할 경우 예상되는 러시아의 보복조치에 대한 우려, 그리고 국제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지난 1월 서방이 러시아 자산을 몰수할 경우 러시아 국내의 2880억 달러(약 392조 2천억 원)에 이르는 서방 쪽 자산을 몰수하겠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국영 통신에 따르면 EU 가맹국의 자산은 그 중에서 80%인 2233억 달러(약 304조 원) 정도이다.
재건비용 4860억 달러 충당 위한 추가 몰수방안 논의
세계은행이 추산한 향후 10년간 필요한 우크라이나의 부흥(재건) 자금은 4860억 달러(약 662조 원)인데, 러시아 동결자산의 이자만으로는 충당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동결자산 자체의 몰수를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내에 있는 러시아 국영 스베르방크의 자산을 몰수해 주택건설 자금으로 쓰고 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는 오는 6월의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러시아 동결자산의 추가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지난 3월 영국 왕립 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G7 정상회의에서 진전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U에 러시아 동결자산을 몰수하라고 주장해 온 미국에서는 G7 정상회의 때까지 합의할 수 있는 절충안으로, 동결자산의 장래 이자를 담보로 한 채권발행과 융자 등의 구상이 추가로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27개 국이 가맹한 EU가 이런 추가방안에 합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자 활용에 합의하는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구입 지원에 쓰자는 것에 대해 오스트리아와 몰타, 키프로스 등의 일부 회원국들이 반발하고 있어 그들의 이해까지 고려한 조정이 필요하다.
동결자산 많은 EU와 미국의 입장 차이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이 동결하고 있는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은 50억 달러(약 6조 8천억 원) 정도다. 러시아는 관계가 좋지 않은 미국에 외화준비금을 많이 예치하지 않았다. 러시아 동결자산 몰수에 대해 강경론을 쏟아내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와 러시아 동결자산의 대부분이 예치돼 있어 몰수할 경우 큰 위험부담을 안게 되는 EU는 서로 입장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반격할 경우의 법률적 위험
그리고 몰수에는 법률적 위험도 따른다. 우크라 전쟁이 끝난 뒤 러시아가 동결자산 몰수에 대한 법률적 대응을 본격화할 경우 몰수 자산을 도로 뱉어내야 할 가능성도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EU 정상들에게 보낸 동영상 연설에서 “침략자는 마땅히 전쟁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서 “그것이 법의 내용과 정신에 부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우크라이나는 이를 강제할 힘이 없고, EU 등 서방의 이해와 계산은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