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언론에 비친 한국…"험한 세월 앞둔 아시아 호랑이"

"최대 문제, 저출생‧미중대결‧인플레‧수요"

화려한 문화강국 이면에 활력 잃는 경제

"제1의 문제, 북한 아닌 축소되는 사회"

계층‧성 불평등, 정경유착…'한국의 그늘'

2024-05-14     이유 에디터

"한국 사회와 정치에는 거론하길 꺼리는 것들이 있다. 한국의 걱정거리에는 세계 최저의 출생률, 계층과 젠더(성) 모두에서의 불평등, 과도한 정경 유착이 있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0일 '한국 이해하기, 그늘을 지닌 성공 스토리'란 글에서 전쟁의 폐허를 딛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한 일에 "한국은 자부하고 있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편에 섰지만, 가난하고 독재자가 지배했던 20세기 중엽의 한국은 북쪽의 공산주의 이웃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5천2000만 명 인구를 지닌 민주주의 체제가 됐고 경제와 과학기술 강국이 됐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의 음악과 영화는 한국말을 단 한마디도 못 하는 수억 명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2기 성과보고회에 김한길 위원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2024. 05.13. 연합뉴스

험한 세월 앞둔 '아시아 호랑이' 한국

집권 3년 차를 맞은 윤석열 정권하의 한국 상황에 대한 이러한 진단은 이코노미스트뿐이 아니다. 캐나다 영문 일간지인 글로브앤메일도 10일 '한때 선도적 아시아 호랑이였던 한국이 곧 험한 시절을 볼 것이다'란 장문의 분석 기사를 실었다.

기사에서 신문은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았지만, 4‧10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윤(대통령)의 국민의힘을 통렬하게 질책했다"면서 "윤 대통령은 이미 레임덕 대통령으로 낙인이 찍혔다"라고 전했다. 여야 정당 간 대립에 따른 정치적 동력 상실로 인해 연금, 주거 등 각종 개혁 작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한국은 비용을 치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이 직면한 도전에 대해 신문은 둔화하는 경제, 늘어나는 빈곤, 급속히 고령화하는 인구, 그리고 올해 초 남한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남북통일 목표를 폐기한 북한의 위협을 들었다.

신문은 "그런데도 한국은 여전히 부산하고, 역동적이며, 그냥 즐겁다"며 "한국은 세계를 장악한 문화적 폭발의 중심이며 같은 규모의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소프트파워 제조기이다. 그래서 K-팝 콘서트를 보고 인기 TV쇼들에 나온 곳에서 사진 찍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고 썼다.

 

지난 6월 8일, 프랑스 파리 근교의 한 경기장 앞에서 BTS 공연을 기다리며 춤을 추는 BTS의 '아미'들.  연합뉴스

화려한 문화강국 이면에 활력 잃는 경제

그러나 겉보기에 화려한 이런 광경과는 달리, 한국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게 글로브앤메일의 시각이다. 대표적 문제들로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소득 불평등 △ 증가하는 청년 실업률 △ 특히 경제 대부분이 집중된 서울의 지나치게 높은 주거비 △ 몇 년 전보다 더욱 눈에 띄는 빈곤 △ 2014년 실질 가처분 소득의 155%였던 가계 부채가 200% 이상으로 폭증 △ 최근 몇 주간 일본과 대만, 심지어 홍콩에까지 뒤처지는 주식시장의 부진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글로브앤메일은 "한국의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젊은 세대)는 1953년 한국전 종전 이후 부모 세대보다 못 사는 최초의 세대가 되는 반갑지 않은 전망을 마주하고 있다"며 "그들은 2024년이면 65세 이상이 인구의 약 35%를 점할 노인들을 위해 비용을 부담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저의 출생률에 대한 우려도 빠뜨리지 않았다. 신문은 "한국의 출생률은 올해 0.64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인구보충출생률(총인구 유지에 필요한 출생률)에 크게 미달하고 이미 예상치(0.64)보다도 더 낮은 0.55에 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수치는 심지어 오랫동안 고령화하는 아시아 사회들의 전형으로 여겼던 이웃 나라 일본의 1.26보다도 낮다"고 덧붙였다.

 

30일 촛불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무지와 무능, 무책임을 상징하는 '대파'를 들고 서울 시청 앞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 행진 중이다. 2024. 03. 30. 이호 작가 

"제1의 문제, 북한 아닌 축소되는 사회"

신문은 "캐나다의 출생률도 인구보충출생률보다 상당히 낮은 1.43이며, 그래서 대부분의 서구 나라처럼, 캐나다도 이주와 귀화 관련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이민으로 부족분을 메우고 있으며 한국도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014년 이후 약 38만6000명이 증가한 175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3.4%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선진국 평균인 10%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이와 관련해 윤 정부는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의 임시 비자의 연간 쿼터(할당)를 12만 명으로 두 배로 늘려왔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글로브앤메일은 "과거에 한국인 대다수는 이민에 반대했고, 그 나라의 주요 조선족 주민은 차별에 불평하는 일이 잦았지만, 출생률 문제가 더욱더 심각해지면서 이런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제1의 문제는 북한이 아니라 축소되는 사회다. 사람들이 이민자 수용에 아주 부정적이었지만, 요즈음에는 이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한국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라는 한국인 가이드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세계노동절을 사흘 앞둔 28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메이데이 집회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들이 강제노동 금지와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 04 .28. 연합뉴스

"최대 문제는 저출생‧미중대결‧인플레‧수요"

한국 재벌의 문제점도 짚었다. 이코노미스트 정보팀의 한국 애널리스트인 페이 수에는 글로브앤메일과의 인터뷰를 통해 "재벌 지배는 (한국) 경제의 다변화를 어렵게 할 수 있다"며 "수십 년에 걸친 그들의 강력한 수직적 공급망들은 스타트업과 외국 기업들의 경쟁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걸 뜻한다"라고 비판했다.

페이 수에는 작년 1.4%에 그쳤던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올 1분기 2년3개월 만에 1.3%(한국은행 4월 25일 발표)를 기록하며 반등하는 모습을 보인 데 대해 "인공지능(AI) 붐 와중에 강력한 글로벌 반도체 수요에 힘입어 기술제품 제조 분야에서 한국의 지속적인 힘을 보여준다"고 봤다. 그러나 그는 "한국은 수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최대의 문제들은 인구구성 이슈, 한국의 상위 2개 수출 시장인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대결, 국내 인플레, 시들어 가는 수요들이다"라고 지적했다.

글로브앤메일은 최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인용하면서 "오직 23%만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 평가했으며, 특히 경제 성적표가 비판을 받았다"고 소개한 뒤 "공공연한 대기업들과의 친밀한 관계도 윤 대통령의 인기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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