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당, '이화영 회유' 검찰 정조준…"비정상 특권 없앨 것"

"법치 근간 흔드는 매우 충격적 사건"…본격 공론화

보수언론의 민주당과 갈라치기 일축, 공조 성격도

차규근 "검찰 고질적‧부적절 수사 관행이 근본 원인"

구속 피고인을 검찰청에 못 부르도록 제도화 방침

"경찰처럼 검사도 직접 교정시설 방문하게 만들 것"

박은정 "조작 의혹 짙어…민주 주장대로 특검 필요"

2024-04-30     김호경 에디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술자리 회유 진술 조작' 의혹 사건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검찰 간 전선이 날로 확대되는 가운데 조국혁신당이 공식 참전했다. 이번 사건을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충격적인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검찰의 불합리하고 비정상적인 수사 관행을 제도적으로 발본색원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것이다. "검수완박을 위한 쇄빙선을 자처하던 조국혁신당이 이화영 전 부지사의 술판 회유 논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는 보수언론들의 보도를 비웃기라도 하듯 사건의 공론화에 적극 가세하며 민주당과 공조에 나선 모양새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당선인이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수원지검 ‘술자리 회유 진술 조작’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4.30. 연합뉴스

차규근 조국혁신당 당선인은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국혁신당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수원지검의 술자리 회유 진술 조작 의혹을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모든 의혹의 진상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국혁신당은 이번 의혹의 사실관계와 더불어 이러한 의혹을 초래한 근본적인 제도적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조사를 하면 조서를 남기는 게 당연한데 (이화영 전 부지사에 대한) 조서를 남긴 소환조사가 4분의 1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인 김광민 변호사에 따르면 검찰은 2022년 10월 이 전 부지사를 구속 수감한 이후 2023년 10월까지 1년간 총 217회 소환해서 72회 조사를 진행했다. '수용자에 대한 출석요구 및 조사에 관한 지침'에 따라 수용자 조사 내용을 반드시 서면으로 남겨야 함에도 수원지검은 72회 소환 중 조사 기록을 고작 19회만 남기고 나머지 53회에 대해서는 조서조차 남기지 않았다. 이처럼 '조서 없는 소환조사'를 통해 이 전 부지사를 수시로 회유·압박했다는 것이다.

변호사이자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출신인 차 당선인은 "법무부와 대검은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법무부와 대검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 대한 합동 감찰을 통해 검사의 직접 수사에 대한 불신과 비판을 야기하는 부적절한 수사 관행을 다수 확인한 후 2022년 1월 '수용자에 대한 출석요구 및 조사에 관한 지침'을 제정했다. 수용자 조사 내용의 서면 작성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전 부지사의 조사 과정을 보면 법무부와 검찰이 지침까지 제정해 개선하겠다고 한 부적절한 수사 관행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법무부 인권 보호 수사 규칙에도 위배되는 중대한 인권 침해이기도 하다"며 "만약 수원지검이 법무부와 대검이 제정한 지침을 충실히 따랐다면 술자리 회유 진술 조작 의혹이 불거질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 대부분은 검찰이 교정 공무원들로 하여금 (수용자를) 검찰로 호송해 조사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관행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면서 "수용자의 인권을 무시하고 오로지 검찰의 편의만을 우선시하는 불합리하고 부적절한 수사 관행이다. 그래서 법무‧검찰 개혁위원회는 지난 2020년 수용자의 검사실 출석 조사를 제한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조사가 필요할 경우 검사가 직접 교정시설을 방문하거나 원격 화상 조사를 하라고 권고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가 22일 공개한 옥중서신. 2024.4.22. 이화영 측 변호인 제공

법무‧검찰 개혁위원회가 이 같은 권고를 한 이유는 검사들이 구속 피고인을 검찰청으로 불러놓고 조사는 하지 않고 대기 시설에 가둬놓는 방식으로 압박하고 괴롭히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 권고를 따르지 않았다. 2023년 교정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수용자가 검찰청에 출석한 건수는 3만 4691건에 달한다. 반면 검사가 교정시설을 방문해 조사한 경우는 30건에 불과하다. 법무‧검찰 개혁위원회의 권고 이행률이 0.1%도 안 되는 것이다. 여전히 수용자를 검찰청에 인치해 수사하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는 셈인데, 같은 기간 경찰의 교정시설 방문 조사 건수는 4만 6934건이나 된다. 수사기관의 형평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검찰의 행태는 잘못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런 문제점에 주목해 왔다. 인권위원회는 2023년 12월 검찰청으로 수용자가 출석해 조사받는 관행이 법률적 근거 없이 검찰청의 행정 편의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면서 검찰의 교정시설 방문 조사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법무‧검찰 개혁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 모두 수용자를 검찰청에 출석시켜 조사하는 전 과정에서 수용자의 호송과 개호(介護, 곁에서 돌보아 줌)를 모두 교도관이 담당하는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하고 개선을 권고했다. 법적 근거 없이 교정 공무원에게 행정 업무를 부과해 그들의 인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차 당선자는 이 같은 근거를 들어 "검찰이 교정시설을 방문해 이 전 부지사를 조사했다면 술자리 회유 진술 조작 논란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개선 요구와 자정 선언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검찰의 고질적이고 부적절한 수사 관행이야말로 이번 논란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조국혁신당은 약속드린다. 수용자의 인권을 외면하고 검사의 편의만을 우선시하는 수사 관행을 바꾸겠다"며 "22대 국회에서 검사가 교정시설을 방문해 조사하도록 제도화하겠다. 경찰이 하고 있다면 검사가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울러 "검찰청 안에서 술자리 회유 진술 조작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의혹이 불거지면 검사들로서도 좋을 게 없다. 그런 의혹이 뿌리내릴 수 없도록 토양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검사들이 교정시설을 방문해 조사를 하게 되면 교정 공무원이 법적 근거도 없는 수용자 호송과 개호, 조사 참관에 동원되지 않아도 된다. 본연의 업무인 교정‧교화 업무에 충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 당선인은 "교정 공무원은 검찰청 직원이 아니다. 검사의 부하도 아니다. 이것은 상식"이라며 "조국혁신당은 한다. 검찰의 불합리하고 비정상적인 수사 특권을 없애겠다"고 거듭 공언했다.

차 당선인은 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해당 사안이 법무부 인권 보호 수사 규칙에도 위반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이 부분에 관한 대검찰청의 감찰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대검 감찰은 민주당에서도 줄곧 요구해왔던 사안이다. 검찰 개혁의 당위성에 관해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 양당이 이화영 술판 회유 의혹에 대해서도 야권 공조의 보조를 맞추는 양상이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비롯한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김건희 여사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행진하고 있다. 2024.4.11. 연합뉴스

앞서 검사 출신인 조국혁신당 박은정 당선인 역시 지난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수사 검사가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를 연결해 줬다고 한다. 이 전 부지사의 옥중 편지에서 폭로가 됐는데 내용을 보면 굉장히 충격적"이라며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 진술을 인정하고 대북 송금을 이재명을 위해 한 일이라고 진술해주면 재판 중인 사건도 유리하게 해주고 주변 수사도 멈출 것을 검찰에서 약속했다는 내용이다. 사실이라면 검사가 소개해준 전관 변호사가 허위 진술을 종용하고 그 내용으로 검찰과 사전에 공모가 이뤄졌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조작 의혹이 점점 짙어지고 있는데 제가 24년 동안 특수부 검사들의 수사 형태를 보고 또 과거에 한명숙 모해위증 사건에서 문제가 된 것을 봤을 때 이 전 부지사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 "이 수사를 이끌고 있는 김영일 수원지검 2차장 검사가 과거 수형자를 검사실에 불러 편의를 제공했다는 비위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기도 하다"고 의혹에 상당한 근거가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대검이나 검찰에서 이 사건 조사를 제대로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는 수도 없이 봐왔다"며 "지금 민주당이 주장하는 대로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 전 부지사가 술판 회유에 대해 굉장히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자들 대질조사부터 시작해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카드 사용 내역과 인근 음식점의 실제 배달 여부 등을 조사해보면 금방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제기한 국정조사 및 특검 필요성에도 공감한 박 당선자는 "교정시설 수용자를 검사실에 불러 편의를 제공하고 진술을 회유하는 이런 문제들을 없애기 위해서 검찰 조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수용자들이 있는 교정시설에 검찰이 직접 가서 조사를 하면 된다. 제가 국회에 가면 그 부분도 함께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차규근 당선인과 동일한 문제의식이다.

조국혁신당 구성원들의 잇단 입장 표명은 보수언론들이 끊임없이 민주당과 갈라치기를 하려는 사도를 일축하기 위한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중앙일보는 지난 22일 <'검수완박 쇄빙선' 자처하던 조국혁신당, 이화영 '술판'엔 침묵>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총선 내내 검찰의 권한 축소와 견제를 약속해 온 조국혁신당은 이날까지 '술판 회유' 주장에 침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이슈가 나올 때마다 목소리를 내면 '방탄 2중대' 이미지만 강화될 수 있다"는 익명의 한 야권 관계자의 전언 등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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