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8억은 정진상 돈"…대장동 1년 재판 다 뒤집는 검찰

혐의 부인하던 유동규, 갑자기 '물증’ 갖고 자백?

별도의 방 없는 공개된 사무실에서 뇌물 전달?

접었다던 비료사업 두고 '청탁 대가' 뇌물로 기소

부패방지법, 유동규 공소장에 ‘보고’ 부분만 추가

2022-12-10     고일석 에디터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11월 1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체불명의 428억 원을 놓고 ‘대장동 1년 재판’을 다 뒤집어야 할 판이다. 검찰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실장을 기소하면서 천화동인 지분 배당 428억을 정 실장이 받았다는 혐의를 포함시켰다. 이는 "428억은 유동규의 것"이라는 검찰의 기존 공소사실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혐의 부인하던 유동규…‘물증’ 가지고 자백?

이 428억은 ‘정영학 녹취록’에서 김만배 씨가 유동규에게 주기로 했다는 돈으로, 검찰은 이 돈에 대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김만배 씨를 ‘부정처사 후 뇌물죄’로 기소해 지난 올해 1월부터 지난 9일(금)까지 총 69차례나 재판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검찰은 유동규 전 본부장을 정진상 전 실장으로 이름만 바꿔 같은 내용으로 기소했다. 근거는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이다. 유 전 본부장은 정영학 녹취록을 통해 “700억(428억) 약속” 의혹이 나온 직후부터 수사와 재판을 거치는 동안 일관되게 “농담으로 주고 받은 말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런 유 전 본부장이 “그 돈은 정진상의 돈”이라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정 전 실장 기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물증’ 여부에 “구체적 증거관계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공판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 드리겠다”고 했지만 유 전 본부장의 혐의에 대해서도 녹취록만 있을 뿐 1년 동안의 재판에서 물증이라고는 내놓지 못했던 검찰이었다. 그런데 유 전 본부장이 지금까지 부인해오던 혐의를 인정하며 숨겨놓았던 물증이라도 꺼내놓았다는 말일까?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11월 22일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근무한 경기도청을 압수수색 중이다.2022.11.22. 연합뉴스

별도의 방 없는 공개된 사무실에서 뇌물 전달?

정 전 실장의 변호인단은 9일 저녁 정 전 실장 기소에 관련된 입장문을 내 위의 428억 부분을 포함해 정 실장에게 적용한 부패방지법 위반, 특가법 위반(뇌물), 부정처사후수뢰, 증거인멸교사죄 등 4가지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뇌물수수액 2억 4000만 원에 대해 "(유동규는) 얼마든지 밖에서 만나는 사이임에도 굳이 CCTV가 설치된 사무실, 가족들이 있는 집에 찾아가 돈 준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정 실장의 당시 성남시청 사무실은 별도의 방이 없어 직원 및 민원인들에게 개방되어 있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변호인단은 정민용 변호사가 검찰에 진술한 자술서에 “2013년 유 전 본부장이 업자들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위기에 처하자 남 변호사가 정 회계사, 정재창씨(전 위례자산관리 대주주)와 함께 돈을 마련해 당시 성남시 정자동 유 전 본부장 집으로 직접 3억원을 들고 가 전달했다”고 기재된 내용을 근거로 "유동규가 남욱 등으로부터 받은 돈(3억 원)을 개인채무 변제에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9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12.9. 연합뉴스

접었다던 비료사업 두고 '청탁 대가' 뇌물로 기소

이번 기소에서 당초 알려지지 않았던 ‘1억 뇌물’이 추가된 것에 대해 “유동규가 이 사건 구속영장 전에 진술하지 않았다가 이제 와서 진술한 것이므로 신빙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 유동규는 뇌물공여자로서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기 때문에 허위진술을 하더라도 아무 부담이 없다”며 “정민용이 검찰에 제출한 자술서에 기재한 대로 유동규가 개인채무를 변제하기 위해서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뇌물의 대가인 청탁의 명목에 인사청탁도 들어 있다”며 “유동규가 자신의 인사를 청탁하기 위하여 돈을 주었다면 공사 사장이 되어야 하는데 유동규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공석일 때조차도 사장이 되지 못하고 시종일관 본부장이었고, 경기관광공사 사장 때에는 이미 사장이 되었는데 무슨 인사청탁을 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유동규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에서 퇴임한 후 추진하려던 다시마 액상비료 사업과 관련하여 경기농업기술원에 대한 편의 제공 등의 대가라는 기재도 있다”며 “그러나 검찰은 정민용이 남욱으로부터 유원홀딩스의 사업자금 명목으로 받았다는 돈에 관하여 이미 다시마 액상비료 사업을 접었다고 판단하여 정민용을 뇌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즉 검찰은 유원홀딩스 35억 부분에 대해 “액상비료 사업을 접었으므로 투자가 아닌 뇌물”이라며 기소해놓고, 정진상 실장은 “액상비료 사업 관련 청탁의 대가”라며 뇌물로 기소한 것이다. 남욱이 정민용에게 35억 원을 제공한 시기는 2020년 9~12월이고, 정 실장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시기는 2020년 10월 시기 상 일치한다.

 

2021년 9월 29일 있었던 서울중앙지검의 성남도시개발공사 압수수색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본부장실로 들어서고 있다. 2021.9.29. 연합뉴스

부패방지법, 유동규 공소장에 ‘보고’ 부분만 추가

부패방지법에 대해서는 2022년 9월 22일 위례신도시 사업과 관련된 편의 제공 혐의로 유동규를 부패방지법으로 기소한 내용에 “정진상에게 보고하고 승인받았다”는 내용만 추가됐을 뿐이라고 밝혔다.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서도 변호인단은 "정 실장은 그 당시 유동규가 극단적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동규야 안 좋은 마음먹지 마라'고 문자를 보냈던 것"이라며 "(관련 재판에서) 유동규 본인이 핸드폰을 창밖으로 버린 것이지 정 실장이 시킨 것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졌다"고 해명했다.

변호인단은 설명자료 말미에 “정 실장과 변호인들은 본안 재판에서 인권의 최후 보루인 법원에 호소하여 무죄 선고를 받겠다”며 “그때까지 검찰의 주장에 경도되지 마시고 재판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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