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탈당파, 예외 없이 민주당 후보에 참패
유일한 당선자는 민주당 후보 없는 지역구서 배출
이낙연·설훈·홍영표·조응천·이원욱·박영순 "와르르"
국힘당으로 간 김영주·이상민도 민주 후보에게 패배
대한민국이 선거 뒤 더 심각한 위기에? 묘한 여운도
민주당을 떠난 그들은 예외 없이 민주당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유일한 당선자는 민주당 후보가 없는 지역구에서 나왔다. '원칙과 상식'은 옹알이가 됐고, 그들이 내놓은 말은 농담이 됐다. 일부는 뒤끝을 남겼다.
새로운미래는 사실상 지나간 과거가 됐다. 비례대표 없이 단 1명의 지역구 당선자를 냈을 뿐이다. 세종갑의 김종민 후보.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못한 덕에 얻은 횡재다. 민주당 텃밭 민심의 차선의 선택이었다. 그는 "후보가 사라져 망연자실했을 민주당 당원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시민께서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주셨다"면서 "대의를 위해 작은 차이를 뛰어넘는 수준 높은 연대, 연합 정치의 모범을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대의는 "압도적인 정권 심판 민심"이다. 당을 떠났지만, 당 덕에 당선이 됐고, 그래서인지 당의 대의에 함께 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도돌이표가 된 셈이다.
이낙연 후보는 광주 광산구을에서 13.84%를 득표, 민주당 민형배 후보(76.09%)에 참패했다. 패장은 말이 없다는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이 후보는 "광주시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라면서도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대한민국이 선거 이후에 더 심각한 위기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자꾸만 든다"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 자신이 공동대표로 이끌었던 새로운미래의 '미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5선의 설훈 후보는 민주당 김기표 후보(55.90%)가 당선된 경기 부천을에서 6.15%의 성적표를 받았다. 설 후보는 8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전쟁 같은 정치를 끝내고 통합과 대화의 정치를 복원하겠다"고 기염을 토했지만, 민심은 그 기회를 박탈했다. 박영순 후보(대전 대덕)도 6.01%로 비슷한 성적을 받았다. 민주당 박정현 후보가 50.92%로 낙승했다. 민주당 원내대표 출신인 4선의 홍영표 후보(인천 부평을)는 8.25%로 당선된 민주당 박선원 후보(51.36%)에게 족탈불급이었다. 이낙연-설훈-박영순-홍영표 후보는 모두 민주당 후보에 무릎을 꿇었다. 윤석열 정부 2년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2년을 싸잡아 비판해 온 이들에게는 아이러니컬한 결과였다.
개혁신당에서 출사표를 던진 '원칙과상식'의 조응천 후보(남양주갑)와 이원욱 후보(경기 화성정)도 민주당 후보에 대패했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민심은 각각 13.18%와 9.22%에 그쳤다. 역시 개혁신당에 몸을 담은 양향자 후보(용인갑)는 민주당 이상식 후보가 과반이 넘는 득표(50.22%)를 한 곳에서 3.21%의 소박한 성적을 받았다.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희망이 남았지만, 그가 창당한 '한국의희망'은 소멸될 것으로 관측된다.
적진에 투항한 탈당파 2인의 말로도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4선의 김영주 후보(서울 영등포갑)와 5선의 이상민 후보(대전 유성을). 정치적 고향에서 옷 색깔을 바꾸고 출마한 이들은 각각 41.67%, 37.19%의 득표율로 고배를 마셨다. 영등포갑은 민주당 채현일 후보(54.53%)를, 유성을은 민주당 황정아 후보(59.76%)를 각각 선량으로 뽑았다. 그들이 당을 떠나면서 남긴 어록은 굳이 복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민주당 떠난 이들은 민주당 후보에게 패한다"라는 새로운 '원칙과상식'은 여기서도 예외가 없었다.
4.10 총선은 폭주하는 윤석열차에 브레이크를 걸 '200석'을 야권에 허용하지 않았다. 20대 총선에서 180석(지역구 163, 비례 17)을 얻었던 민주당은 이번에 175석(지역구 161, 비례 14)을 얻었다. 조국혁신당의 12석을 더하면 187석이다. 산술적으로 7명이 늘었지만, 질적으로는 확연한 차이를 갖는다. 당내에서 끊임없이 당을 흔들던 10인의 자리에 당의 새로운 동량 10인이 마룻대와 들보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 과반의석이 아니라 '가중된(qualified) 과반의석'이 된 것이다. 탈당 10인이 민주당에 건넨 유일한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