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지역구] '44년 보수 철벽' 이번엔 넘어설까

보수여당 아성이었던 곳들 종이 한 장 승부 펼쳐져

강남을, 부산 절반 지역 등 국힘 텃밭 뚫을지 주목

단 한 표가 승패 가를 듯…10일 본투표일 참여 관건

2024-04-08     이명재 에디터
2020년 제21대 총선 투표일인 4월 15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출구조사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2020.4.15 연합뉴스

'태풍급 응징 바람' 속 여당 우세지 경합지로 돌아서 

총선 심판의 불길이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더욱 거세게 타오르고 있다. 지난 5,6일의 높은 사전투표율에서도 확인되듯 윤석열 정권에 대한 응징 투표의 바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위력이 태풍급으로 커지고 있다. 이 태풍은 오랫동안 보수여당의 철옹성으로 견고하던 지역구들을 마구 흔들고 있다. 30,40년 만에 최초의 민주당 계열 정당 당선을 노리는 곳 등 '보수 철벽'을 넘어설 가능성이 보이는 지역구가 수십여 곳에 달한다.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이 전국적으로 경합 선거구로 분류하는 55곳 안팎의 숫자는 역대 선거 때와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종전까지 보수 정당의 안정적인 우세지역으로 분류되던 곳들이 대거 경합이나 우열이 미세한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 지난 선거 때에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지역구에 따라 심판은 2중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권에 대한 심판과 함께 그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에 대한 심판이다. 초박빙의 승부 결과는 지지층과 부동층의 4월 10일 본투표일의 투표 참여에 달려 있다. 거센 심판 바람이 얼마나 실제 투표로 이어지느냐에 따라 초박빙 선거구의 결과가 좌우될 것이다. 이들 '바늘 끝 승부' 지역구들에서 단 한 표의 차이, 단 1cm의 차이가 전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들 백지장 승부 지역구의 투표율에 따라 이번 선거가 윤석열 정권에 대한 견제나 제지의 수준이냐, 제압이냐 무력화냐를 결정 짓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경우 심판 바람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전통적으로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불리는 강남을에서부터 감지되고 있다.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의원의 당선을 제외하면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 지켜온 지역구다. 국힘의 후보인 전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이사 박수민 후보에 맞서 민주당에선 강청희 전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을 후보로 내세웠다. 절대 열세 지역으로 출발했던 이곳에서 강 후보의 상승세가 거세다. JTBC가 여론조사기관 '메타보이스'에 의뢰해 지난 2~3일 강남을 지역 유권자 504명에게 물은 결과, 강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41%로 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 43%와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했다. 이 지역 민심은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에서도 확인된다. 국민의미래가 31%로 나타났고 조국혁신당이 25%, 더불어민주연합이 10%였다. 조국혁신당 지지자들의 표심이 합해지면 ‘강남의 기적’이 연출될 수도 있다.

같은 강남권의 송파갑도 1992년 이후 더불어민주당 계열 후보가 승리한 적이 없는 지역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여론조사 업체 피앰아이에 의뢰해 송파갑 지역 유권자 500명씩을 대상으로 모바일 웹 조사 방식의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를 한 결과 TV조선 앵커 출신인 박정훈 국민의힘 후보와 한국폴리텍대 이사장을 지낸 조재희 민주당 후보가 오차범위 내 경합 중이었다. 박 후보가 38.6%, 조 후보가 32.2% 지지를 얻어 격차는 6.4%포인트였다. 오차 범위 내에서 초접전이었다. 이 여론조사가 대체로 다른 조사들에 비해 여당 후보에게 유리하게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박빙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앞에서 조재희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2024.4.7 연합뉴스

험지 중 험지들에서도 변화의 기류

경기도에서는 전반적으로 민주당의 압도적 우세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에게 지난 수십 년간 두드려도 두드려도 열리지 않았던 지역구들에서 가능성이 보인다. 양평여주가 대표적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 게이트의 진원지인 이곳에서 정권심판론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직전 총선에서의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김선교 후보를 사면·복권해 '제 2의 김태우 공천'을 단행한 국민의힘에 대한 지역민들의 평가가 선거전을 더욱 박빙으로 만들고 있다. 지난 44년간 민주당 계열 정치인이 단 한 번도 당선되지 못했던 지역이지만 최근 여론조사들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양평시민의소리가 (주)이너텍시스템즈에 의뢰해 지난 30일부터 31일까지 이 지역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국민의힘 김선교 48.5%, 더불어민주당 최재관 45.5%로 집계됐다.

민주당에 험지 중 험지인 동두천양주연천을과 포천가평도 비슷한 양상이다. 동두천양주연천을은 지난 3월 25~26일 미디어리서치-경기일보 조사(500명, 유무선ARS, 95%±4.4)에서 3선에 도전하는 국민의힘 김성원 후보와 민주당 남병근 후보가 각각 48.2% 대 40.4%에 오차범위 내의 접전이다. 포천·가평은 국힘 김용태 후보와 포천시장 출신 민주당 박윤국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여론조사꽃이 1일부터 2일까지 조사한 결과 박윤국 41.6% 대 김용태 38.9%였다.

민주당의 험지이자 전국에서 가장 초경합 지역이 밀집한 곳은 부산이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15석, 더불어민주당이 3석을 가져가는 데 그쳤지만 이번엔 야당 우세 지역이 3곳 이상이다. 민주당과 진보당이 1위로 치고 나가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잇따랐다. 부산 전역이 스윙보터(부동층) 지역이 되고 있다. 특히 조국혁신당이 부산을 시작으로 동남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부산 선거판을 뒤흔들고 있다.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를 넘어 '지국비조'(지역구는 국민의힘,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라는 말까지 돌며 중도층이 흔들리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산 18석 가운데 여당과 야당의 우세가 뚜렷한 5곳과 3~4곳을 제외한 9~10곳은 전부 엎치락뒤치락 오차범위 안 접전 양상이다.

‘부산의 강남’으로 불리는 해운대갑은 지난 40년간 보수진영 후보가 한 차례도 의석을 내준 적이 없는 곳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였던 하태경 의원이 유영민 민주당 후보를 무려 22.1%포인트 차로 제치고 압승했던 곳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크게 다르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이자 용산 대통령실 참모 출신인 주진우 후보가 단수 공천된 이곳에 민주당 후보로 공천된 도시 전문가이자 전 해운대구청장인 홍순헌 후보가 상당한 격차로 주 후보를 앞서고 있다. ‘친윤 후보에 대한 부산 민심의 기류를 보여주는 결과다.

현역 조경태 국민의힘 후보가 큰 우세를 보였던 부산 사하을에서도 최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보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 꽃이 지난 1~2일 사하을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재성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50.1%의 지지율을 보이며 조경태 국민의힘 후보(42.2%)를 앞섰다. 민주당 인재영입 2호인 전 앤씨소프트 전무로 '흙수저 출신 자수성가형 IT전문가'라고 지칭된 이재성 후보의 “20년을 맡긴 사람에게 24년을 맡길 수 없다”는 구호가 유권자들을 파고 들고 있어 ’조경태 20년 아성‘을 무너뜨릴지 전국적 관심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의 청년 특보를 지냈던 장예찬 후보가 과거 막말 논란으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3자 구도가 된 부산 수영구는 세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지역에서 시민운동을 해왔던 유동철 동의대 교수가 민주당의 '인재영입' 후보로 공천받아 민주당 험지에서의 승리를 일궈낼지 주목된다.

충청 지역에도 국힘당 계열 보수정당이 오랫동안 지켜온 선거구에서 교체 바람이 거세다. 충청남도청 소재지이면서 충남의 심장부로 불리는 충남 홍성·예산은 지난 36년 동안 진보계열의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는 곳이다. 이곳에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초대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강승규 후보를 내세워 보수 텃밭 수성에 나섰고, 더불어민주당은 4선 국회의원과 충남도지사를 지낸 중진 양승조 후보가 ’사지(死地)‘ 출마를 자원했다.

서산·태안은 국민의힘 성일종 후보에 맞서 조한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이곳에서만 다섯 번째 선거를 치른다. 성 후보와 조 후보의 맞대결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이토 히로부미 찬양’ 물의를 빚은 성 후보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으로 20년에 걸쳐 이 지역 도전인 조 후보가 박빙으로 좁혀졌다.

공주·부여·청양은 민주당 박수현 후보와 국민의힘 정진석 후보 간 3번째 맞대결이다. 박 후보가 정진석 후보의 6선 도전을 저지할지, 역시 초박빙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88년 이후 첫 민주당 당선 가시권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충북 지역에서 충북 보령·서천도 88년 이후 민주당 계열에서 당선자를 낸 적이 없는 지역이다. 3선 서천군수 출신의 나소열 후보가 재등판해 현재 국민의힘 사무총장인 장동혁 후보와 다시 겨루는 이번 선거에서 지난 2022년 보궐선거 때의 2%p 차이를 딛고 정권심판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현역 박덕흠 국힘 후보가 공천을 받자마자 당선 축하연부터 열어 물의를 빚은 보은·옥천·영동·괴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한 후보의 추격세가 맹렬하다. 초반 20%p 내외의 열세를 뚫고 최근 조사에서는 1%차 초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 26~30일 한국리서치-KBS청주 조사(501명, 무선전화면접, 95%신뢰수준±4.4%p) 결과다.

충북 북부지역의 중심인 충주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3월 26~30일 한국리서치-KBS청주 조사(502명, 무선전화면접, 95%신뢰수준±4.4%p)에서는 민주당 김경욱 후보와 국민의힘 이종배 후보가 4%p 차에 불과하다. 인근 제천·단양에서도 같은 조사(501명, 무선전화면접, 95%신뢰수준±4.4%p)에서 민주당 이경용 후보와 국민의힘 엄태영 후보가 5%p 차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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