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875원 대파 신공'으로 마침내 이재명 앞서다
[기획] 네이버 랭킹뉴스로 본 4.10 총선 보도
18~22일, 윤석열・이종섭이 주인공으로 등장
'대파 게이트'에 '尹-이재명' 생뚱맞은 정쟁화
조선일보 흥행 실패, 선정적 보도만 도드라져
尹에 다급한 '시그널' 보내는 동아일보의 정성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최선영 교수, 고은지 연구원과 함께 <네이버 랭킹뉴스로 본 총선>을 기획했습니다. 네이버 뉴스 사이트에서 많이 보았다고 추정되는 랭킹뉴스를 데이터로 수집하여 언론사의 총선 프레임과 보도 추이, 패턴을 해석하고 분석합니다.
'尹' 기사 제목에 622번 언급돼 단연 1위
마트로 '행차하신'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장보기와 이종섭 전 장관의 '기획 입국'이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킨 한 주였다. 그동안 네이버 ‘랭킹뉴스’ 기사 제목에서 언급량이 압도적이었던 이재명 대표를 마침내 윤 대통령이 추월한 것. 2월부터 네이버 랭킹뉴스에 올라오는 이른바 ‘흥한 뉴스’(많이 본+ 댓글 많은 뉴스) 제목에는 이재명 대표를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기사가 상당히 많았는데 이번 주 이변이 일어났다.
3월 18~22일까지 5일 간 네이버 제휴 60개 언론사 랭킹뉴스 제목에 많이 등장한 인물 10명을 추려본 결과 윤석열 대통령이 622번으로 빈도수 1위였다(다수 기사에서처럼 ‘尹’으로 표기). 그 다음으로 이종섭 전 장관이 기사 제목에 425번 언급되었다. 지난주 윤 대통령과 이종섭 씨가 총선 판 중심에 섰음을 알 수 있다.
이재명 대표는 많이 본 기사 제목에 398번 등장해 지난주 언급량 1위 자리를 윤 대통령에게 내주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310번, 조국 대표는 249번 기사 제목에 언급됐다. 정치인이 아닌 인물로 안산 선수가 93번, 조민 씨는 89번이었다. 최근 이강인, 안산, 조민 관련 기사가 많은 건 언론이 표적 삼은 인물의 사소한 실수나 실언을 꼬투리 삼아 사냥개처럼 달려들어 끝장 볼 때까지 보도하는 ‘하이에나 저널리즘’이 기승을 부린 결과다.
18~22일 윤 대통령이 언론으로부터 압도적인 호명을 받은 까닭은 결국 ‘이종섭’과 ‘대파’ 때문이다. 국민들 눈높이에서 그간 대통령의 이종섭 씨 거취 판단과 논란 대응은 대단히 부적절해 보였다. 이에 대한 비난을 만회하고자 저렴함(875원)과 함께 깜짝 등판했으나 뭔가 공포스러웠다. 소비자가격 5원 단위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한 육성 때문이었다. ‘바이든/날리면’이나 ‘배추/매출’ 이슈가 떠올라 우리의 청각 문제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여러 방송 뉴스를 비교해 들어봤다. 확실히 팔백 칠십 오원으로 들렸다. 875원 자막도 그대로 달려있었다.
민심에 불 지른 ‘이종섭 & 대파' 양대 게이트
18~22일 네이버 콘텐츠제휴 60개 언론사 랭킹뉴스 총 7040건 중 ‘이종섭’이 포함된 기사 제목은 400건이 넘었다. 지난 주 초 윤 대통령은 공수처와의 갈등도 모자라 한동훈 위원장과 충돌하면서 언론에 주목을 받았지만, 총선 민심에 절실하다며 대립각을 세운 한동훈 위원장이 기사의 주어 대부분을 독차지해 버렸다. 그러나 화제가 된 쪽은 아이러니하게도 윤 대통령이었다. 한 위원장은 뜬금없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공수처를 향해 답하라며 이종섭 사태의 책임을 엉뚱한 곳에 물어 논점을 흐렸기 때문이다.
‘尹-韓 충돌’을 두고 이들과 한때 '아름다운 시절'을 보냈던 파트너 이준석 대표의 한 마디가 강렬하다. “바보들아, 문제는 대통령이야…이종섭은 종범일 뿐”(3월 18일 MBC 보도).
닉슨의 워터게이트를 빗대어 걸핏하면 이재명 게이트, 대장동 게이트로 불러온 언론은 이 사건을 ‘이종섭 게이트’라고 호명할 용기가 과연 있을까.
‘이종섭 게이트’만큼 ‘대파’의 여파도 컸다. 대파 없이 하루도 살 수 없는 우리네 식문화에서 식재료 가격은 중요한 체감 이슈이다. 언론이 이강인 선수를 트집 잡아 연일 ‘탁구 게이트’라고 명명하는 게 요즘 트렌드라 우리도 ‘대파 게이트’라 불러본다.
‘대파 게이트’로 명명한 까닭은 발화 주체였던 윤 대통령은 사라지고 어느새 ‘대파 논쟁’이 되어 느닷없이 ‘정쟁’으로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대파 게이트’를 못 읽는 일부 언론은 급기야 기사 제목으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만능 치트키’ 이재명을 엮는 신공을 발휘한다. 그런데 애초 대파 들고 875원을 말한 윤 대통령은 희미해지고 스리슬쩍 ‘대파 든 이재명’, ‘파 든 남자 이재명’이 전면에 등장한다.
아래 표는 이재명을 기사 제목에 넣어야 흥한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로 댓글 많은 ‘대파 게이트’ 기사 20건 중 11건에 이재명 대표가 포함되어 있다. 언론 다수가 이재명 대표의 말 실수로 보이게끔 따옴표 제목에 어떻게든 욱여넣었으나, 그가 ‘대파 게이트’의 주인공이 될 리는 만무하다. 도대체 어디에서 대파를 875원에 살 수 있단 말인가.
최초에 尹이 남긴 대파 향이 너무 강하다. 그래서 尹의 ‘대파 게이트’일 뿐. 대파와 이재명으로 흥해보겠다는 기자님들의 노고가 가상하다.
3월 18~22일 사이 네이버 랭킹뉴스 분석 결과 ‘대파’ 관련 뉴스는 총 49건. 이중 한겨레신문의 <875원 ‘맞춤형’ 대파 손에 쥐고…윤 대통령 “합리적”> 기사 댓글이 4,190건으로 가장 많았다. 페이지 뷰도 약 15만 회로 그야말로 흥한 뉴스다. 이 보도에 달린 촌철살인 댓글을 몇 개 소개한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제발 내일은 우리 동네 마트 오셔서 파값 좀 내려주세요. 파 한 단에 5천 원씩 받는 울 동네 마트들 압색 좀 해주시고요!“(아이디 an**)***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대파 875원이라면 농부 걱정부터 해야 되는 것입니다.”(아이디 ul**)***
“물건을 잡기만 했는데 가격이 떨어지다니 대단한 능력이십니다.”(아이디 na**)***
민심이 이럴진대 일부 언론은 진퇴양난에 빠졌을 것 같다. 이재명 대표를 언급할수록 정권 심판에 대한 목소리가 부각되고, 윤 대통령을 언급할수록 정부나 여당에 불리해지니 말이다. ‘尹-韓 갈등’ 첨예화에서 한동훈 위원장이 이긴 모양새가 언론에 의해 어거지로 만들어졌지만 '한동훈 띄우기'의 피로감은 날로 높아진다. 조국 대표의 거침없는 사자후나 이재명 대표의 연설과 비교할 때 한동훈 위원장의 메시지는 너무 ‘영혼리스’해서다. 그러니 흥행 치트키 이재명을 기사 제목에 넣어 ‘대파 게이트’를 정쟁으로 변질 시키고 축소할 수밖에.
헛수고 된 조선일보의 프레임 전환 시도
조선일보의 ‘대파 게이트’ 관련 보도는 단 한 건. 그것도 버스 떠난 한참 후인 21일에 <“대파 875원 합리적...딴 데는 어렵죠” 정쟁 된 尹발언의 전말>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다. 이 기사는 “’875원’ 가격표가 붙은 대파 한 단이 정쟁을 불러왔다”로 시작한다. 조선일보다운 프레임 전환 시도로 기사는 윤 대통령의 875원 발언보다 이재명 대표가 인천의 한 시장에서 대파 5천 원 한다고 외친 발언을 트집 잡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기자의 노력이 무색하게 이 기사에 달린 댓글 민심은 흉흉하기만 하다. 대통령이 ”좌파도 우파도 아닌 대파”(아이디 qt**)라는 댓글에서 씁쓸함까지 느껴진다. 조선일보의 열성 구독자라면 이 기사에 자괴감이 들 것 같다.
그래서일까. 조선일보 독자들마저 총선 정치 기사를 외면하는 인상이 짙다. 특히 3월 19일 조선일보 독자들이 많이 본 기사 제목 10개를 확인하면 더욱 그렇다. 아래 조선일보 갈무리 화면의 1~8위까지 기사 제목은 연예지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가십성 기사 일색이다. 게다가 이들 기사는 연예 섹션이 아닌 세계, 생활 섹션 뉴스로 분류되어 있다. 단 두 건인 정치, 사회 섹션 기사도 본문 내용을 가늠하기 어려운 자극적인 제목이다.
총선이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에 가십성 기사가 독자들이 ‘많이 본 뉴스’로 나타난 현상은 1등 신문이라고 주장하는 조선일보와 거리가 멀다. 독자 탓인가, 기사 탓인가.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독자들이 조선일보의 총선 보도에 흥미를 잃었거나 열성 독자들조차 읽기 힘든 정치 기사 때문일 수 있다. 또는 총선 보도보다 자극적인 가십성 기사를 데스크도 독자도 선호했을 수 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조선일보 기사 제목은 민망하다. 정치 무관심을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게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예컨대 총선 관련 기사를 보러 조선일보 사이트에 들어왔다가 레깅스, 비키니, 만기 출소 등이 언급된 기사 제목을 봤다고 가정해 보자. 랭킹뉴스 틀 안에 인접한 기사들이라 무심코 연속 클릭할 가능성이 있다. 엇비슷한 레깅스 기사 두 건이 많이 본 뉴스에 동시에 올라온 사실만 봐도 그렇다.
이렇게 즉각 반응을 유도하는 콘텐츠나 텍스트는 ‘팝콘 브레인’ 증상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런 류의 기사들을 맥락 없이 연속으로 접할 경우 우리 뇌의 전두엽에 팝콘이 산발적으로 튀겨지듯 자극이 입력되어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댓글이다. 네이버는 2019년 8월 연예 뉴스의 댓글 서비스를, 2020년 3월에는 스포츠 뉴스의 댓글 서비스를 중단했다. 악성 댓글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건강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하자는 취지였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네이버 뉴스 정책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예 기사를 세계, 생활 섹션에 배치해 댓글 게시판을 열고 있다.
네이버는 조선일보의 이런 편법을 왜 묵인하는지 의문이다. 네이버의 책임 있는 관리가 필요하다.
정부·여당 충돌에 우려 내보인 동아일보
한편, ‘尹-韓 2차 충돌’ 가시화로 ‘이종섭 게이트’가 부상하고, 마트 장보기가 ‘대파 게이트’로 일파만파 민심을 들끓게 하자 여당의 총선 판세를 우려하는 동아일보의 기사가 랭킹뉴스에 많이 올라왔다. 랭킹뉴스에 올라온 정치·총선 기사 수는 조선일보나 중앙일보에 비해 동아일보가 더 많은 추세를 보였다. 특히 19일 동아일보는 하루 16건의 정치 총선 보도가 랭킹뉴스에 올라온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10건 미만이었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동아일보 정치·총선 기사에 대한 온라인 반응이 상대적으로 더 많고 기사마다 댓글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고 추론해볼 수 있다.
18~20일 종이신문 정치 뉴스 중 댓글 많은 기사 20건을 추려본 결과 지면에서 주목 받은 기사는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관련 보도’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헐뜯기’ ‘이종섭 황상무 사태로 인한 尹-韓 갈등’, 그리고 ‘다급한 국힘 관련 보도’로 추려볼 수 있다. 즉, 정부 여당의 충돌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을 보인 보도가 많았다.
22일 동아일보의 <[단독]국힘 “10곳 우세” 민주 “32곳 우세”… 사전투표 2주앞 서울 48석 판세>를 비롯해 아래 표에서 노란색으로 표시한 기사 제목은 여당 열세, 정부와 여당의 엇박자에 관한 기사다. 이들의 19일 기사 <”’용산 리스크’에 서울 8석도 못 건질 판” 與 수도권 출마자들 아우성>이나 <총선 23일 앞 ‘尹대통령-한동훈 2차 충돌’>은 누군가에게 보내는 분명한 시그널이기도 하다. 동아일보가 얼마나 답답했으면 22일 <주기환 비례 최종 배제 하루만에… 尹, 민생특보 신설해 임명>이라는 보도를 했을까.
‘눈치 챙겨 용산’이라는 시그널을 계속 발사하는 듯하나 왠지 힘에 부쳐 보인다.
*데이터 수집 기간 : 2024년 3월 19일 ~ 3월 23일 *데이터 수집 대상 : 네이버 뉴스콘텐츠제휴 60개 언론사. 종합일간지 10개(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방송/통신사 14개(뉴스1, 뉴시스,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채널A, 한국경제TV, JTBC, KBS, MBC, MBN, SBS, SBS BIZ, TV조선, YTN), 경제지 11개(매일경제, 머니투데이, 비즈워치, 서울경제, 아시아경제, 이데일리, 조선비즈, 조세일보,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인터넷 8개(노컷뉴스, 더팩트, 데일리안, 머니S, 미디어오늘, 아이뉴스24,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IT 5개(디지털데일리,디지털타임스, 블로터, 전자신문, 지디넷코리아), 지역 12개(강원도민일보, 강원일보, 경기일보, 국제신문, 대구MBC, 대전일보, 매일신문, 부산일보, 전주MBC, CJB청주방송, JIBS, kbc광주방송)
고은지 게임과학연구원 객원연구원 ·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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