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리 “분단 경험 통해 신냉전 위험 특히 잘 알아”

포린어페어즈 기고문서…미·중 신냉전 도래 “동의 안 한다”

“이념적 눈가리개 없어야…또다시 세계를 진영으로 나누면 안 돼”

중국 고립화, 패권 모두 비판…“러 침공, 유럽에 제국주의 복귀”

“독일 역사, 파시즘·권위주의·제국주의와 싸울 특별한 책임 지워”

2022-12-08     이유 에디터

 

 

베이징서 시진핑 국가주석 만나는 숄츠 독일 총리. 2022.11.04 .연합뉴스

 

 “이념적이고 지정학적 대결의 와중에 겪은 분단의 경험을 통해, 혹시 있을지도 모를 신냉전의 위험성을 특히 잘 알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최근 미국 국제관계 전문지인 포린어페어즈 기고문에서 한 말이다.

 숄츠 총리는 “독일과 유럽은 세계가 또다시 대립하는 블록(진영)들로 나눠질 수밖에 없다는 숙명론적 관점에 굴복하지 않고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지킬 능력이 있다”며 “우리(독일)의 역사는 파시즘과 권위주의, 제국주의와 싸우도록 특별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부활한 제국주의 물결을 되돌려야 한다며, 미국과 유럽이 개방사회와 민주주의 가치를 옹호하고 동맹과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숄츠 총리는 “유럽인들, 그리고 유럽연합(EU)으로서 우리가 어찌하면 다극화된 세계에서 독립적인 행위자로 남아 있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우리는 또다시 세계를 블록(진영)들로 나누는 유혹을 피해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과 서구 일부 국가들이 ‘자유주의 대 권위주의’ 진영 구도를 만들어 중국 포위를 추진하는 데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숄츠 총리는 “이는 실용적이고 이념적 눈가리개 없이 모든 노력을 다해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긴밀하게 상호연결된 오늘의 세계에서 평화와 번영, 인간의 자유 증진이란 목표를 달성하자면, 다른 마음가짐과 다른 도구들이 필요하다”면서 “그런 마음가짐과 그런 도구들을 발전시키는 것이 궁극적으로 시대 전환의 초점”이라고 주장했다.

 숄츠 총리는 “많은 이들은 미국이 중국과 싸우는 신냉전의 새벽을 보고 있다고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지금 목도하는 것은 세계화의 예외적 단계가 끝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세계화의 예외적 단계 기간에, 북미와 유럽은 30년간 안정적 성장과 높은 고용률, 낮은 인플레를 구가했고, 미국은 세계를 주도하는 강대국이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중국 역시 세계화의 포스트냉전 기간에 글로벌 플레이어로 부상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CO정상 기념촬영서 중앙에 자리한 시진핑.[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숄츠 총리는 “중국이 부상한다고 베이징을 고립시키거나 협력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의 국력 신장도 아시아 및 그 외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떤 나라도 다른 나라의 뒷마당은 아니다”라면서 “이것은 아시아와 다른 모든 지역과 마찬가지로 유럽에도 해당이 된다”고 덧붙였다.

 기고문에서 그는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과 유럽 기업을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고, 개방성을 잃고 고립화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얼마전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났을 때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 중국의 인권 문제 등에 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숄츠 총리는 “자유와 평등, 법치, 인간의 존엄은 서구의 독점적 가치가 아니라, 세계의 모든 시민과 정부가 공유하는 가치”라며 “그러나 독재나 권위주의 체제들은 이들 권리와 원칙들에 맞서거나 부정한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그는 “다극화된 세계에서는 대화와 협력은 ‘민주주의 온실’을 넘어서야 한다”면서 미국의 새 국가안보전략이 “민주주의 제도들은 갖추지 못했으나 규범에 기반한 국제체제에 의지하고 지지하는 그런 나라들”에게도 관여할 필요를 인정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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